‘침입자’ 이제연의 터닝포인트 [인터뷰]
2020. 06.15(월) 14:38
침입자, 이제연
침입자, 이제연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데뷔 5년 차라는 비교적 짧은 경력을 갖고 있지만, 이제연의 눈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다사다난했던 과거를 넘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가 돼있었기 때문이다. ’열혈사제’와 ’침입자’라는 터닝 포인트를 돈 이제연은 좋은 배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달리고 있었다.

이제연(32)은 지난 2015년 공개된 독립 영화 ’공백의 얼굴들’(감독 리오 샴리즈)을 통해 연예계에 데뷔한 배우다. 언뜻 보면 뒤늦게 연기에 길에 들어섰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제연은 꽤 오랫동안 배우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었다. 연기가 하고 싶어 스무 살에 연극영화과에 입학했고, 졸업 후에도 극단 생활과 독립 영화를 통해 내공을 쌓아왔다.

10년 넘게 연기를 업으로 하고 있지만, 시작이 특별했던 건 아니다. 이제연이 연기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히 “생전 처음으로 칭찬을 받아서”였다. 이제연은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 그래서 학원도 많이 다녔고 이것저것 도전해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뭘까 하고 찾아 헤맸던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제연은 “태권도 도장부터 미술 학원까지 정말 안 가본 학원이 없을 정도로 다 다녔지만, 한 달을 채우진 못했다”면서 “그래서 내가 연기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도 부모님이 큰 반대를 안 하셨다. ‘곧 그만두겠지’라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그런데 연기 학원을 다니며 처음으로 ‘연기를 잘한다’는 칭찬을 받게 되니, 더 잘하고 싶어졌다. 또 연기를 계속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대학도 연기와 관련된 과를 가기로 결정했고, 극단 활동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데뷔에 성공한 이제연은 본격적으로 꿈을 이루기 위해 쉬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웹드라마 ‘복면취업왕’ ‘오늘부터 하모니’,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 ‘다시 만난 세계’ 등 매년 두 작품 이상 출연하며 차츰차츰 필모그래피를 쌓아갔다. 그러면서도 촬영이 없을 때면 극단에서 작품 활동을 할 정도로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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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연의 노력은 2018년이 돼서야 빛을 발했다. 비록 조연이지만 웹드라마 ‘독고 리와인드’에서 처음으로 극의 중심을 담당하는 캐릭터를 연기할 기회를 얻게 됐다. 그동안 쌓아온 내공이 있었기에 연기에 대한 평가도 좋았다. 현실감 높은 일진 연기에 ‘소름 끼친다’는 시청자들의 칭찬이 이어졌기 때문. 이를 디딤돌 삼아 이제연은 영화 ‘나를 기억해’와 SBS 드라마 ‘열혈사제’에서도 연이어 비중 있는 역할을 맡으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릴 수 있었다.

심지어 ‘열혈사제’는 화제성 면에서 그야말로 대박을 치며 이제연에게 있어 자신을 더 본격적으로 알릴 기회가 됐다. 그러나 이제연에게 있어 ‘열혈사제’는 아픈 손가락으로 남게 됐다. 스스로 연기를 못 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 이제연은 “사실 ‘열혈사제’ 때 많이 힘들었다. 내가 하는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스스로 창피했다. 내가 출연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보기 싫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마음고생도 컸던 이제연이다. 연기를 계속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단다. 하지만 결국 모두 털어내고 그저 앞만 보고 나아가기로 결정했다. 그러던 중 만난 작품이 바로 영화 ‘침입자’(감독 손원평·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였다. ‘침입자’는 실종됐던 서진(김무열)의 동생 유진(송지효)이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펼쳐지는 스릴러로, 이제연은 작품의 후반부에 출연해 극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범석 역을 연기했다.

범석은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침입자' 속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그렇기에 이제연의 부담 역시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이제연은 “감독님과 선배 배우들이 믿어주고 용기를 준 덕분에 촬영을 잘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제연은 “감독님은 물론 주로 합을 맞췄던 김무열 선배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게 해주셔서 감사했다. 액션뿐만 아니라 촬영 자체도 편하게 해주셔서 부담이 덜했다”고 설명했다.

이제연은 “현장에서 즉흥으로 만들어진 장면들이 많았는데, 김무열 선배가 너무 자연스럽게 나와 호흡해 주셔서 놀랐다. 섬세하고 치밀하게 구성돼있는 신도 잘하시지만, 동물적인 연기도 잘 하신다는 걸 느꼈다. 이전부터 좋은 배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막상 같이 해보니까 정말 좋은 배우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나중에 선배가 된다면 무열 선배 같은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다”라고 김무열에 대한 남다른 팬심을 과시하기도 했다.

손원평 감독과 김무열의 일방적인 믿음은 연기에 대한 아쉬움으로 힘들어하던 이제연에게 큰 힘이 됐다. 이제연은 “오디션을 통해 작품에 캐스팅됐는데, ‘침입자’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이전 작품과는 확실히 달랐다. 터닝 포인트가 ‘침입자’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정말 잘하고 싶었고, 완벽하고 싶었다”면서 “캐릭터를 더 깊이 이해하려고 특별한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하루는 술을 잔뜩 사가지고 호텔에 들어가 계속 취한 상태로 있었다. 내가 맡은 범석이라는 캐릭터와 대화를 하며 친해지고 싶었다. 범석이 처한 상황, 그의 성향 등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바뀐 마음가짐과 이러한 노력 끝에 이제연은 짧은 출연임에도 임팩트 있는 신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제연 역시 “아쉬움은 많지만 후회는 없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제연은 “최선을 다해서 찍었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보이려 노력했다”고. “때문에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그만큼 집중해서 그때만큼의 연기를 못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제연은 5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다사다난한 일들을 겪으며 한층 성장해 있었다. 한때 자신의 연기를 실망하고 좌절하기도 했지만, 연기를 통해 다시 회복하고 ‘좋은 배우’라는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이제연이 생각하는 좋은 배우란 지치지 않고 올곧은 길을 따라 가는 것이었다.

“올곧게 가자는 게 제 좌우명이에요. 길이 거칠더라도, 좀 돌아가더라도 올바르게만 갔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몇 년이 지나도 지금처럼 늘 도전하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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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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