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보다 생존 걱정…공연계, 진짜 '비상' [2020 상반기 K팝]
2020. 06.16(화) 14:30
코로나 19 직격타 맞은 공연계
코로나 19 직격타 맞은 공연계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코로타 19 확산이 음악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위축된 음반 시장뿐 아니라 공연계가 직격타를 맞으며 곳곳에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2020년 상반기 가요계 최고의 이슈는 단연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이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트롯맨들이 방송가와 광고계를 장악하며 말 그대로 ‘대세’로 떠올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들을 ‘대성공’으로 보지 않는다. 코로나 19로 인해 각종 행사, 공연이 취소 또는 잠정 연기되며 주 수입원을 놓쳤기 때문이다. 지난 4월부터 열릴 예정이었던 ‘미스터트롯’ 콘서트만 해도 아직 구체적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로트 가수들이 소속된 연예 기획사 고위 관계자는 “방송 활동은 사실상 수익을 내기 위한 활동이 아니다. 인지도를 높여 행사 섭외 수요를 늘리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광고 역시 이벤트성 수익일 뿐 지속성이 없다. 지역 행사나 공연 무대에 올라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 외부에서 보는 것만큼 안정적이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K팝 한류를 이끄는 아이돌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내외에서 공연을 통해 수익을 내온 이들 역시 코로나 19 이후 섣불리 스케줄을 잡지 못하고 있다. 국내 공연 역시 지속적인 확진자 증가로 엄두를 못 내고 있을뿐더러, 해외 공연은 올해 안에 기획조차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가장 주가가 높았던 방탄소년단은 지난 4월 28일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월드투어 일정을 잠정 중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전세계 18개 도시에서 38회에 걸쳐 스타디움 규모의 월드투어를 계획 중이었다.

방탄소년단 외에도 그룹 슈퍼주니어와 동방신기, 소녀시대 태연, 샤이니 태민, 갓세븐, 마마무, 몬스타엑스, 트와이스, (여자)아이들, 스트레이키즈, NCT드림 등의 해외 공연이나 팬미팅 일정이 잠정 연기된 상태다.

그나마 이와 같은 대형 기획사 소속 아이돌들의 경우 자본력을 바탕으로 온라인 콘텐츠를 통한 소통이나, 비대면 유료 공연 등을 앞세워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

하지만, 중소 기획사의 아이돌 또는 밴드의 경우 팀 ‘유지’를 걱정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유럽, 남미 투어 등을 통해 수익을 내온 일부 그룹의 소속사는 말 그대로 허리띠를 졸라매며 ‘버티기’에 돌입했다. 해외 공연 재개 여부에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는 소속사 관계자들이 늘었다.

다수의 가요계 관계자들은 “K팝 한류가 최고점에서 위기를 맞았다. 온라인 콘텐츠나 언택트 공연 등을 통해 대안을 찾아가고 있지만, 공연장에서의 직접적인 소통이 사라진다면 산업 발전도 막힐 수밖에 없다. 공든 탑이 무너질 위기다. 막대한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위축을 우려했다.

음악 페스티벌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시작됨에 따라 지난 4월부터 예정돼 있던 음악 페스티벌들이 줄줄이 취소 또는 연기 소식을 전했다.

‘러브썸 페스티벌’ ‘해브 어 나이스 데이’ ‘서울재즈페스티절 2020’ ‘그린플러그드 서울 2020’ ‘뷰티풀 민트 페스티벌’ ‘워터밤 2020’ ‘파크뮤직페스티벌’ 등 국내를 대표하는 음악 페스티벌들이 공연을 잠정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힙합플레이야 페스티벌’의 경우 한 플랫폼과 손잡고 온라인 공연으로 대체해 진행했다.

눈치싸움도 치열해졌다. 하반기 예정된 페스티벌 기획사들은 먼저 ‘개최’를 공식화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 괜한 구설에 휩싸일 것을 우려해 티켓 판매 홍보를 최소화하는 기획사도 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연기로 가닥이 잡혔지만 개최 여부는 솔직히 알 수 없다. 또 어떤 상황이 올지 몰라 먼저 나설 수 없다. 공연을 열어 확진자가 나왔다는 오명을 쓰는 것은 단순히 이번 공연을 넘어 지속적으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 피해액 어느 정도?

코로나 19에 따른 공연계의 피해를 수치로 산정하면 수천억 이상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산업 전반을 흔들 수 있는 수치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가 지난달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협회 회원사인 44개 중소 레이블 및 유통사가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개최 예정했던 행사 중 73개가 연기 또는 취소됐다. 이로 인한 손해액만 약 62억7000만 원에 달했다.

대중음악 전체 범위로 놓고 피해액을 추정하면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 211개 공연이 연기, 취소돼 약 633억2000만 원의 손해액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공연 취소나 연기에 따른 피해액을 더하면 수천억대가 넘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연예 기획사나 공연 기획사들의 경우 그나마 피해액 규모 산정이 원활한 편이지만, 공연은 이들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중간 에이전시나 무대 음향 등 장비 업체, 미용이나 무대 의상 업체, 경호 업체, 티켓 판매 업체, 여행 업체 등의 피해액이 더해지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소 무대 장비 업체, 행사 진행 업체 일부는 사업을 접었다. 한 개그맨 겸 가수의 매니저는 “행사 문의를 위해 오랜만에 연락한 행사 진행 업체 사장님이 파업 이야기를 해 마음이 아팠다. 자본금이 어느 정도 있었던 회사의 경우 버티기라도 가능하지만, 건 바이 건으로 일을 하던 회사의 경우 버틸 재간이 없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 공연 대행사 관계자는 “기업 등에서 공연 기획서를 받고는 있다. 준비된 예산이 있기 때문 공연 계획은 있지만 실현 가능성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 긍정적 답변은 오지 않고 있다”라는 상황을 전했다.

◆ 공연 강행이 무리수?...“생존 걸린 문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생존’을 위해 공연을 재개하는 가수, 업체들이 점점 생겨나고 있다. 가수 이승환의 경우 12일부터 ‘거리두기 좌석제 콘서트’를 시작했다. 이날 공연의 경우 정전 사고로 취소됐지만, 오는 19일과 20일 공연은 예정대로 열린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밴드 브로콜리너마저는 오는 7월 3일부터 19일까지 총 9회에 걸쳐 여름 장기공연을 연다. 어려운 상황임을 인지하면서도 좌석 거리 확보, 전문 의료인을 배치, 온라인 문진표 작성 등의 방역을 약속했다.

이들 외에도 오는 7월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한 소규모 공연 개최를 예정한 기획사들이 있다. 아이돌 밴드가 소속된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예정돼 있던 유럽 투어가 취소되며 상반기 활동에 큰 차질이 생겼다. 하반기에는 꾸준히 음원을 내고, 소극장 콘서트를 계획 중이다. 거리두기를 적용한 좌석 일부를 판매하고, 온라인 중계를 병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중소 규모 공연은 점차 방법을 찾아가고 있지만, ‘미스터트롯’ 서울 콘서트처럼 1만명 이상이 모이는 공연의 경우는 여전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티켓 매진 등으로 관심을 받을수록,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공연장의 경우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대관을 하고 공연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지만, 쉽게 강요하지 못하고 있다. 확진자 수가 줄지 않으며, 밀폐된 공간에 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우려하는 눈치다.

무관중 공연을 온라인으로 중계하고, 이를 유료 콘텐츠로 판매하는 방법 등이 나타났지만 이를 모든 공연에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온라인 플랫폼 업체 등이 수혜를 볼 수 있지만, 기존 공연 산업에 맞춰진 사업체들의 경우 적용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한 때”

이렇다 보니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 개입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 19에 따른 피해 못지않게, 사업 난항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는 업계 관계자들이 늘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공연 개최에 별다른 개입을 하지 않고 있다. 산업 활성화를 위한 공연 권장도, 거리두기 차원에서의 공연 제한도 하지 않은 채 말 그대로 ‘지켜보기’ 중이다.

대형 공연장이 밀집한 올림픽 공원을 관할하는 송파구의 경우도 마찬가치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공연장에서 공연을 못 하게 한다거나 하는 지침이 내려온 게 없다. 정부와 서울시의 지침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이렇다 할 답을 줄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관계자는 “관내 공연장은 공문을 드리고 연락을 한다. 최근 6개월 내 올림픽공원 공연 진행 상황을 받고, 직접 방문도 했다. 생활 방역 지침이 내려올 때마다 전달하고, 지침을 지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스탠딩 공연장으로 사용 가능한 곳의 경우 전자출입명부 관련 내용을 전달하기도 했다. 올해는 계획이 없다고 하지만, 앞으로의 진행 상황은 우리도 아직 알 수 없다. 지속적으로 상황을 확인하는 중”이라며 공연이 재개되더라도 확진자 방지를 위해 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문체부는 음악 산업과 관련한 지원 대책을 여전히 논의 중이다. 영화나 순수예술 등에 대한 지원은 이뤄지고 있지만 대중 가요, 공연 등에 대한 지원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 공연 기획자들은 정부 차원에서 속시원한 대응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사회적 분위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생존 문제다. 수개월 동안 일이 끊긴 상황에서 연내 공연 재개가 불투명하다는 전망들까지 나오며 굉장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원금 등도 필요하겠지만, 지원금만으로 피해를 다 메꿀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언제까지 멈춰있을 수는 없기 때문, 상생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공연 산업은 무너지고 말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안성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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