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와 성장"…신현빈, 장겨울과 실제의 나 사이 [인터뷰]
2020. 06.16(화) 15:53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신기한 일이다. 배우는 캐릭터를 닮는다. 무엇이 먼저인지 알 수 없지만 배우와 캐릭터가 교감하며 서로에게 영혼을 불어 넣는 건 확실하다. 배우 신현빈에게는 아직도 ‘겨울 쌤’의 향기가 났다.

꾸밈이 없는 걸까. 무뚝뚝한 걸까. 감정을 보태 설명할 줄 모르는 신현빈은 율제병원 장겨울을 브라운관 밖으로 옮겨 놓은 듯 했다. 당장 안경을 쓰고 가운을 입고 메스를 잡아도 어색할 것 같지 않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 신원호 감독, 이우정 작가)을 마마친 후 '집콕'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는 신현빈은 본지와의 만남에서 매번 좋은 동료들을 만나는 게 신기하다는 얘기부터 털어놨다.

"전작도 그랬지만 ’슬의생‘ 역시 늘 화기애애한 분위기 였어요. 자신의 캐릭터에 몰입하는 걸 넘어 서로의 러브라인을 응원할 정도였죠. 특히 겨울이와 정원(유연석)의 러브라인에 관심을 많이 줬어요. 겨울이와 정원이가 이어질 것이라는 단서가 많지 않아서 아무도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몰랐기 때문에 동료들도 저희 러브라인을 궁금해 하며 응원해 줬죠. ‘슬의생’이 특별한 이유는 모든 배우들의 실제 성격과 캐릭터가 반 이상, 아니 그보다 더 닮았다는 부분이에요. 어떻게 다 파악을 하고 캐스팅을 했지 싶을 정도로 서로 닮았어요.”

신원호 감독이 신현빈을 점찍은 이유는 무엇일까. ‘슬의생’을 위해 수 차례 오디션을 보고 신 감독과 만났지만 이유를 듣지는 못했다고 한다. 지금도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잘 모르지만 배우들에게서 무언가를 보셨겠죠. 따듯한 드라마였잖아요. 방송 후에도 동료들과 만나 커피 타임을 갖고 수다를 떨어요. 사이 좋은 팀이라는 자부심이 있어요.”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포토

신현빈은 매회 화장기 없는 얼굴로 등장한다. 아무렇게나 묶은 머리와 목이 늘어진 티셔츠는 장겨울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장치 중 하나다. 배우가 일체의 꾸밈없이 거의 민낯을 보여줘야 하는 건 두려운 일이다. 그러나 신현빈은 장겨울을 보여주는데 있어 주저함이 없다. 두려움은 커녕 주름이 보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예뻐 보이고 싶은 욕심은 없었을까.

“그런 욕심은 정말 없었어요. 안경을 낀 단벌 여성이 제가 생각하는 겨울이의 느낌이에요. 옷을 막 걸친 것 같지만 나름 고심해서 선택한 의상이에요. 머리를 묶어도 고무줄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어요. 그런 디테일을 풍성하게 설정했고, 덕분에 캐릭터가 잘 보여졌죠.”

신원호, 이우정 콤비가 운행하는 열차에 탄다는 건 행운이다. 두 사람의 현장과 대본은 무엇이 다를까. 신현빈은 이야기를 배분하는 힘과 따듯한 연출에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대본은 하나의 목적이나 이야기를 위해 움직이는데 이우정 작가의 대본은 각자의 이야기가 골고루 고스란히 담겨있죠. 병원이 무대이지만 환자 뿐 아니라 보호자의 감정도 상세하게 그려져요. 처음 읽었을 때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이 와 닿았고, 그 속에서 읽히는 감정들이 따듯하면서도 현실적이어서 참 좋았어요.”

신 감독은 현장을 편하고 즐겁게 만들어준다. 배우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믿어주는 편이라고. 디렉션을 구체적으로 줄 때도 있지만 자유롭게 프레임 안에서 놀 수 있게 배려도 해준다. 전반적으로는 배우에게 맡겨주는 편이라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재미를 느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슬의생’은 내년 시즌2 방송을 염두해 두고 있다. 하지만 시즌2에서 어떤 얘기가 그려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겨울과 정원이 어떤 커플이 될까. “키스신으로 마무리 됐지만 두 사람은 진짜 연애를 시작하면 포옹하거나 손 잡는 것 조차 수줍어 하지 않을까요. 우리 실제 연애도 스킨십에 순번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처럼 겨울과 정원도 그래요. 시즌2에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는 배우들 중 그 누구도 몰라요.”

신예로 오해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벌써 데뷔 10년 차 배우다. 차곡차곡 모은 필모를 보면 겹치는 캐릭터가 거의 없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는 겨울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절한 인간 미란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변신의 귀재라는 표현이 식상할지도 모르지만, 연기를 하는 신현빈의 얼굴은 매 작품 마다 다르다. 극과 극의 감정을 오고가는 피로도가 상당할 법도 하지만 신현빈은 “캐릭터에서 빨리 나오는 편”이라며 내공 있는 모습을 보였다.

“영화를 마치고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심하지는 않았어요. 제가 겨울이와 비슷한 면이 있는 게 큰 일이 닥칠 때 크게 동요하지 않아요. 물론 겨울이는 크든 작든 모든 부분에서 그러지만 전 작은 것에 신경을 쓰고 정작 큰 일은 대담하게 맞는 편이죠. ‘슬의생’에서 보여진 겨울이는 성장이라는 단어와 가까운데 저도 배우로서 성장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0년 간 그런 것처럼 근 목표는 없어요. 지금처럼 꾸준히 성장하는 게 목표라면 목표랄까. 전혀 다른 사람같다는 얘기를 듣는 게 뿌듯한 순간인 것 같아요.”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신현빈]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김지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싸이월드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