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시간' 혼란 가득한 서사, 조진웅 연기만 남았다 [씨네뷰]
2020. 06.18(목) 09:20
사라진 시간, 조진웅, 정진영
사라진 시간, 조진웅, 정진영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도전적인 연출과 스토리가 가득 담겨있다는 점에서 영화 '사라진 시간'을 향한 호불호는 극명하게 나뉠 수 있다. 거듭 바뀌는 장르와 불필요한 떡밥들은 스토리에 집중할 수도 없게 한다. 다만 완성도 높은 조진웅의 연기가 엔딩까지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18일 개봉하는 영화 '사라진 시간'(감독 정진영·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은 신혼부부 김수혁(배수빈)과 차수연(윤이영)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두 사람은 한적한 소도시 시골마을에서 행복하게 살다 의문의 화재 사고로 인해 사망하고, 이 사건을 담당하게 된 형구(조진웅)는 조사 중 주민들의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사라진 시간'이 스릴러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정진영 감독의 말처럼 '사라진 시간'은 절대 스릴러가 아니다. 하루아침에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형구의 모습은 오히려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그렇다고 한 장르로 정의할 수 있는 작품도 아니다. 정진영 감독은 코미디, 스릴러, 액션, 판타지, 추적 등 다양한 장르를 '사라진 시간' 안에 녹여냈다. 보통의 상업영화처럼 이야기의 흐름이 기승전결식으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이에 익숙한 이들에게 있어 이 영화는 다소 산만해 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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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란 가증시키는 불친절한 서사구조

'사라진 시간'의 불친절한 서사구조는 산만함에 기름을 붓는다. 정진영 감독은 세 그룹의 이야기를 한 번에 담아냈다. 정해균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 형구의 이야기, 그리고 수혁 부부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더불어 정진영 감독은 세계를 두 갈래로 나눠 이야기를 진전시킨다. 한 쪽은 형구가 형사일 때를 담았다면, 반대쪽은 형구의 삶이 송두리째 바뀐 뒤의 생애를 그린 것이다. 형구가 형사일 때 수혁 부부는 화재 사고로 사망하고 해균은 이들의 죽음을 감추려 하지만, 형구가 선생일 때 수혁 부부는 존재하지도 않고, 해균 역시 이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물론 시공간을 넘나드는 듯한 연출이 적절히 잘 버무려진다면 내러티브가 탄탄한 영화가 될 수 있지만, 그 부분에 있어 '사라진 시간'은 부족함을 보인다. 개연성이 떨어지고 중심이 되는 스토리의 초점이 계속해서 어긋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중도도 흐려진다. 유일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건 형구뿐이지만, 정진영 감독은 형구의 결말에서조차 깔끔한 답을 내어주지 않아 찝찝함을 남긴다.

수시로 바뀌는 장르 역시 영화에 집중을 못하게 한다. 어쩔 땐 배우들이 뜬금없는 개그를 해 웃음을 선사하지만, 돌연 분위기는 스릴러로 바뀐다. 그러다 또 장르를 비틀더니 끝은 드라마로 향한다.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주나 싶다가도 정진영 감독은 다시 아무 관계가 없는 이야기를 풀어 넣기 시작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의문스러운 떡밥들이 연이어 등장하니 이야기는 더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형구는 형사였다는 기억을 되살려 진실을 찾기 위해 마을 이곳저곳을 탐문하다 정해균 아들의 사물함에 들어 있는 의문의 사진, 집 곳곳에 남아 있는 수혁 부부의 흔적 등을 발견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중요하게만 보였던 이런 힌트들은 형구가 진실을 찾는 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사실상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대부분의 미장센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복선을 내포하거나, 의미심장한 대화들도 등장하지도 않는다. 영화 속에 뿌려 놓듯이 널브러진 힌트 속에 답을 찾아야 하는 건 오롯이 관객의 몫이 된다. 그러나 정답을 찾는 것 조차 불안정한 내러티브, 뒤섞인 장르, 불필요한 미장센 등으로 인해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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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진웅의 존재감

다만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난해한 서사구조에도 조진웅의 완성도 높은 연기가 '사라진 시간'의 빈틈을 채운다는 점이다. 그간 '용의자X' '시그널' '독전' 등에서 형사 역할을 하며 내공을 쌓아온 바, 형사 역할을 연기하는 조진웅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 자연스럽다. 여기에 능청스러움은 형구가 가진 매력을 배가시키고, 캐릭터에 빠져들게 한다.

특히나 조진웅의 술에 취한 연기는 저절로 감탄을 내뱉게 한다. 형구는 자신이 꿈이라고 생각하는 현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듭 술을 들이켠다. 자신이 살던 세계로 돌아가고 싶다는 애절함 하나로 헛구역질을 하면서도 술을 마시는 것이다. 점점 취해감에 따라 눈이 풀리는 와중에도 자신의 가족들아 다시 보고 싶다며 울부짖는 조진웅의 모습은 형구의 서글픔을 현실적으로 보이게 했다.

"나만 따라오면 된다"는 조진웅의 자신감처럼, 불친절한 서사구조로 집중선을 놓치더라도 조진웅의 연기를 보다 보면 금세 빠져들게 되고, 조진웅만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결말에 도착해 있게 된다.

이처럼 정진영은 연기 인생 33년 만에 감독에 도전했지만 결과만큼은 아쉬움을 자아낸다. 다만 극을 이끌어나가는 조진웅의 연기만큼은 돋보인다. 영화는 오는 18일 개봉한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사라진 시간'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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