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백' 배종옥, 도전이 두렵지 않은 이유 [인터뷰]
2020. 06.22(월) 09:50
결백 배종옥
결백 배종옥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없단다.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역할이지만, 부담없이 뛰어들 수 있었던 건 연기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평생 연기를 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캐릭터도 상관 없다고 했다. 그 마음들은 배우 배종옥이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배우로 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배종옥이 역대급 변신을 감행했다. 지난 10일 개볻된 영화 '결백'(감독 박상현·제작 이디오플랜)에서 기억을 잃어가는 살인 용의자 채화자가 된 것이다. '결백'은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막걸리 농약 살인사건, 기억을 잃은 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엄마 화자(배종옥)의 결백을 밝히려는 변호사 정인(신혜선)이 추시장(허준호)과 마을 사람들이 숨기려 한 추악한 진실을 파헤쳐가는 무죄 입증 추적극으로, 배종옥은 치매에 걸린 노파를 연기했다.

우아하고 기품 넘치는 이미지의 배종옥의 변신은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하얗게 새어버린 머리, 얼굴 곳곳에 핀 검버섯과 세월이 녹아든 주름들, 한껏 굽은 등까지. '결백' 속 배종옥의 모습은 우리가 알던 그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기존의 이미지와 180도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도 부담이었을 텐데 치매에 걸린 노인이라는 설정까지 얹어졌다.그러나 의외로 배종옥은 부담되지 않았다고 했다.

"언젠가는 할 역할이었다"는 배종옥은 "이게 끝이 아니기 때문에 도전하는 것에 있어서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작품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었기에 그 부담감을 어느 정도 덜 수 있었다. 배종옥은 "평소 농약 살인 사건에 흥미가 있었는데, 그걸 모티브로 했다고 하길래 어떻게 풀어냈을까라는 호기심에 첫 장을 열었다. 단숨에 읽을 생각이 없었는데 소재를 너무 잘 풀어내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읽었다"고 했다.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믿음으로 채화자가 되기 위해 결심한 배종옥.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채화자의 외피를 완성하는 일이었다. 더 나아가 채화자로 분장한 자신의 모습에 적응하는 일을 우선으로 뒀다고. 배종옥은 "분장팀과 감독님이 생각한 채화자의 모습을 제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했다. 실제 자신의 모습과 너무 다른 채화자의 모습에 익숙해져야지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올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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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화자는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잂고, 지금의 남편과 결혼해 두 아이를 키워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이 숨긴 비밀을 알게 된 채화자는 큰 충격을 받으며 치매 판정까지 받는다. 지난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 것도 모자라 살인 용의자에 몰리는 참 기구한 인생을 사는 인물이다. 배종옥은 "저에게 채화자는 '안쓰러움'이었다. 그 여자의 인생이 안쓰럽지 않나. 거기서부터 인물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면서 "그렇게 시작하니까 그 인물을 감통하는 감정선을 이해하는데 별반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극에서 과거 젊은 시절부터 노파가 된 지금까지 30년이 넘는 시간의 간극을 표현하는 일은 꽤 어려운 일이었다. 배종옥은 "제가 나름대로 이 신에서 어떤 감정으로 찍어야 할지 다 계산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님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이 요구했다"고 했다.

이어 배종옥은 "그 깊이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다. 그래서 계속 연기를 수정하고 변화를 시켜야 했다. 한 감정을 스트레이트로 가져갔다면 괜찮았을 텐데 시간을 왔다 갔다 해서 착오가 있었다"고 말했다.

배종옥은 정인과 화자의 관계를 더 잘 표현하기 위해 배우 신혜선과의 어색한 거리를 유지하려 노력했다고 했다. 화자는 딸을 사랑하지만 남편으로부터 지켜줄 수 없었다. 정인은 그런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미래를 위해 도망치듯 서울로 향했다. 이 어긋남으로 인해 모녀는 오랜 기간 서로를 볼 수 없었다. 서로 애틋하지만, 오랜 기간 떨어져 있던 간극을 메우기에는 화자는 하루하루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배종옥은 "현장에서 (신혜선과) 친하게 지내지 않고 낯선 관계를 유지하려는 보이지 않는 노력을 했다. 영화에 그 느낌이 살아났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친숙해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면서 "그게 보이지 않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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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백'은 스토리텔링이 굉장히 탄탄해요. 그게 강점이기도 하고요. 보는 사람들 마다 느끼는 감정이야 다 다르겠지만, 영화 속 인물들을 이해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안쓰럽고 기구했던 채화자의 삶을 뒤로하고 배종옥은 또다시 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체력적으로 부침이 있을 텐데 배종옥은 쉬지 않고 일하길 소망하고 있었다. 배종옥은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려면 멈추지 않아야 할 것 같다. 멈췄다가 가면 배우로서 성장하기 힘든 것 같다"면서 "영화나 드라마가 없으면 연극을 계속했다. 끊임없이 저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으로도 좋은 캐릭터 해서 빛나는 배우가 되고 싶은 게 꿈"이라는 배종옥은 "어떤 캐릭터든 상관없다"고 했다. 연기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배종옥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끊임없이 앞으로 향해 나아갈 것이다. 그게 배종옥이 배우로 사는 법이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키다리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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