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시간’ 조진웅이 말하는 연기자의 덕목 [인터뷰]
2020. 06.22(월) 15:02
사라진 시간, 조진웅
사라진 시간, 조진웅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배우 조진웅이 정진영 감독의 ‘사라진 시간’ 출연을 결정한 데에는 큰 이유가 있지 않았다. 그저 알 수 없는 이유로 작품에 끌렸기 때문이었다. 조진웅은 늘 가슴이 뜨거워지는 작품을 하고 싶어 하는, 그것이 연기자로서의 덕목이라고 생각하는 배우였다.

‘사라진 시간’ (감독 정진영·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은 다양한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하고 있는 조진웅이 연기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던 찰나에 만나게 된 작품이다. 2018년만 해도 네 작품을, 지난해엔 두 작품을 연달아 극장에 선보일 정도로 다작을 하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그에게 무슨 고민이 있을까 싶겠지만, 조진웅에겐 오랫동안 풀지 못한 갈증이 있었다. 조진웅은 연극배우 출신으로서 연극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고, 늘 극장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조진웅은 “처음에 연기 학교에 들어가 정말 작은 극장에서 선배들의 연기를 봤는데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다. 이렇게나 가까이서 누군가가 열연을 하는 걸 본 경험이 없어 놀라웠고, 또 억울했다. 내가 저 무대 위에 있어야 하는데 왜 여기 있나 싶었다. 그리고 연기를 안 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기분에 사로 잡혔다”고 말했다.

그렇게 조진웅은 연기에 입문하게 됐고, 길고 긴 무명시절을 겪은 뒤에 당당히 국민 배우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유명세가 높아짐에 따라 서서히 연극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됐다. 조진웅은 “점점 초조해지고 있다. 내가 무대에 설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조진웅은 “2007년에 극장에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했었는데, 아직도 못 지키고 있다”며 “다만 연극이라는 게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일단 지금으로서 내가 가져야 할 건 책임감과 의무 같다”고 되뇌었다.

“과거와 달리 후배들도 많아졌기에 이젠 제가 사명을 가지고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연기가 더 농익었을 때 연극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하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돌아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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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점에서 조진웅은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던 정진영과 마주했다. 연기와 연극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조진웅처럼 정진영 역시 배우 인생 32년 만에 감독이라는 꿈을 이루고 싶어 고민에 빠져 있었기 때문. 조진웅은 그런 정진영의 손을 잡고 그의 도전에 함께 하게 됐다.

조진웅은 정진영의 32년 연기 인생 중 첫 장편 연출작인 ‘사라진 시간’(감독 정진영·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에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의문의 신혼부부 사망사건을 조사하는 형사 형구 역으로 분했다. 형구는 하루아침에 삶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상황에 놓이는 인물이다.

조진웅은 ‘사라진 시간’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회상하며 “어느 날 갑자기 정진영 선배가 시나리오를 썼다고, 봐줄 수 있냐고 하더라. 구정을 앞두고 서로 집에 언제 갈 거냐는 얘기를 하던 중에 뜬금없이 그런 말을 하길래 의아했다. 그래서 구정 뒤에 봐달라는 소리냐고 물었는데, 당장 내일 보여주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사라진 시간’의 대본과 처음 마주하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얼떨결에 마주하게 된 대본이었지만 읽다 보니 묘한 부분이 느껴져졌다”는 조진웅은 “연기를 하고 싶게 만드는 몇 개의 구간들이 있었다. 다음 날 일어났는데 자신이 알던 모든 게 사라져 있다고 하면, 이 모습을 조진웅이라는 배우는 어떻게 표현할지 스스로 궁금해졌다. 그래서 집에서 연습도 해봤다. 그러나 현장이 아니면 이 느낌이 안 살 것 같았고, 결국 출연까지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조진웅은 “정진영 선배가 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을 판을 보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조진웅은 “정진영 선배가 늘 공석에서 날 생각하며 ‘사라진 시간’을 쓰셨다고 말씀해 주시는데 너무나 영광스럽다. 날 두고 썼다는 것 자체가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게 해준다는 말이기도 하기에 믿음이 갔고, 또 함께 작품을 완성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조진웅의 예상처럼 정진영은 조진웅을 스토리 속에 자유롭게 풀어 놓고 그가 하고 싶은 연기를 마음껏 할 수 있게 했다. 덕분에 조진웅은 같은 배우 출신으로 자신을 섬세하게 배려하는 모습에 감사함을 느끼기도 했단다.

조진웅은 “내가 여러 요구를 했음에도 잘 이해해 주고 받아들여줬다”며 “배우를 하고 계시니 누구보다 내 고민을 이해해 주시고 잘 공감해 주셨다. 또 소통도 편했다. 내가 어디가 가려운 지 바로 아셨다. 덕분에 나도 정진영 선배를 신뢰하게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카메라 안에서 어떻게 놀든 간에, 이 사람은 날 받아주실 수 있겠구나 싶었다. 감독으로서 경험이 많이 없으심에도 이런 감정이 느껴져 신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진웅은 “막상 연출자가 배우를 위해 판을 깔아준다고 해도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으면 마음껏 놀기 힘들 텐데, 이번엔 작업을 하면서도 내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걸 까먹을 때가 있었다. 그 정도로 몰입이 됐다. 정진영 선배는 물론 스태프들끼리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무아지경까진 아니지만, 신명 나게 놀고 싶을 때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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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라진 시간’은 조진웅에게 좋은 기억이자 추억으로 남게 됐다. 그러나 정진영 감독의 첫 작품인 만큼 걱정이 없던 건 아녔다. 특히 전개에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했다. 조진웅은 “이 시나리오를 보고 처음부터 이해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라고 당부하며 “나 역시 연기를 하면서 시나리오를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 있었다. 논리적으로 풀어 설명한다고 해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 아니었다. 또 영화 자체가 당위성을 찾아야 하는 작품도 아녔다”고 말했다.

“그래서 현장에서 형구의 심정을 이해하려고 했다”는 조진웅은 “아무리 시나리오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배우는 캐릭터의 심정을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날 그저 스토리 속에 던져버린 것이 중요한 키워드였던 것 같다. 처음엔 정진영 선배가 형구를 연기하는 내 모습이 궁금하다고,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난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물론 연습을 할 순 있지만, 형구라는 캐릭터만큼은 즉흥적으로 그려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내가 앞선 작품에서 연기했던 인물들과 달리 형구는 계산 없이 낯섦을 온몸으로 받아들였어야 했고, 변화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맞닥뜨려야 했다. 그런데 연습을 하면 이런 모습이 안 나올 것 같았다”면서 “늘 다른 느낌으로 연기에 임했고, 때문에 매 촬영마다 다른 모습의 형구가 그려졌던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본인 스스로도 ‘사라진 시간’ 속 형구에 몰입하는 데 오래 걸렸던 만큼 조진웅은 “관객들이 혼란스러워하실 건 충분히 이해한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도 조진웅은 그 누구보다 ‘사라진 시간’에 공감하고 몰입했었기에 “나만 따라오면 ‘사라진 시간’의 이야기가 모두 이해가 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화의 관전 포인트나 접근성은 개개인에 따라 다른 것이기에 제가 쉽사리 말할 수 없어요. 하지만 조진웅만, 형구만 이야기만 따라오다 보면 이해하지 못할 영화가 아니라는 점은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의 이야기를 쫓아오다 보면 마음속에 무언가가 남게 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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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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