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매니저 5인이 본 이순재 사건 "잘못" vs "관행" [기획인터뷰]
2020. 07.02(목)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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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배우 이순재의 로드매니저로 2개월여 간 일한 김 모씨가 자신은 "매니저가 아닌 머슴이었다"고 폭로하면서 매니저의 업무 기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씨의 폭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보다 넓은 의미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시시비비, 개인의 잘못을 가리는 것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일이다.

티브이데일리는 수 많은 스타들을 관리했고, 현재 관리 중인 평균 15년 차 이상의 매니저 5인에게 해당 사건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A씨는 "공과 사를 병행하는 게 매니저의 일"이라고 밝혔다. 반면 B씨는 "매니저에게 개인적인 업무를 지시해서는 안된다"고 피력했다. 소속 연예인이 자신의 매니저를 상생, 공생하는 관계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은 5명 모두 일치했다. 해당 사건은 소소한 경우고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매니저와 스태프들에게 갑질을 해 온 일부 스타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히는 이도 있었다.

*매니저들의 솔직한 견해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회사와 이름은 익명으로 처리했다.

#현 A사 대표 매니저 A씨

"매니저는 직업적 특성상 공적인 업무와 사적인 업무를 구별하기 힘들다. 회사 마다, 사람 마다 다르겠지만 공적, 사적 업무를 병행하는 게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현실을 말하자면 공적, 사적 업무의 병행이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만 병행하는 게 아니라 주된 일인 것이다. 로드매니저의 경우라면 더욱. 매니저에 대한 관심이 높은 요즘 매니저는 공적, 사적 업무를 함께 해야 한다는 이해도를 갖고 출발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적응하기 힘들다. 매니저는 나와 일하는 아티스트의 특성을 이해하고 잘 케어하는 것인데 특히 이순재 선생님의 경우 고령이 아닌가. 충분히 도와 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 씨가 생각하는 매니저는 공적인 업무만 처리하는 것이라고 여긴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감정적으로 거부감을 느낀게 아닐까 추측된다. 하지만 매니저라면 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모든 사적인 영역을 매니저가 관리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서로 존중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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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B사 이사 매니저 B씨

"매니저에게 사적인 일을 지시하는 건 잘못된 관행이다. 소속 연예인의 사적인 영역을 처리하는 건 매니저의 업무가 아니다. 물론 관례처럼 도의상 해줄 수 있는 일이 존재하겠지만, 도가 지나치는 경우가 생기니 문제다. 개인적으로 이순재 선생님의 사건을 바라봤을 때 아주 나쁜 케이스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 보다 더 한 일이 많은 게 현실이니까. 매니저는 이런 일, 저런 일 모두 하는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지워야 한다고 본다. 사실 이 보다 더 한 케이스가 많은데 왜 엉뚱하게 터졌는지 모르겠다. 선생님이 잘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차 안에서 별에별 일이 다 일어나고, 소수지만 매니저에게 폭행을 휘두르는 이들도 있다. 사실 진짜 뉘우쳐야 하는 사람은 이들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매니저를 함부로 다룬 일부 스타들이 경각심을 갖길 바란다. 서로를 업무 파트너로 바라봐야 한다."

#현 C사 본부장 C씨

"이 사건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관행으로 인한 실수'라고 본다. 이순재 선생님은 업계에서도 모범적인 분이기에 안타까운 부분이 있지만 두둔해 줄 수있는 일도 아니다. 엔터가 기업화 된 건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 현재도 그렇지만 매니저의 업무는 사적인 영역을 수행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이순재 선생님은 그런 시스템에 익숙한 분이었을 것이다. 많은 매니저들이 과거에 소속 연예인의 집에서 설거지와 빨래를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당시엔 그 걸 당연한 업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관례가 현재는 맞다고 보지 않는다. 세상이 변하고 있고, 매니저의 업무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연예인의 사생활을 관리할 필요는 있다. 리스크 관리 매니지먼트가 중요하니까. 매니저와 소속 연예인은 사적인 영역을 공유하기 때문에 선을 분명히 긋는게 어렵지만 그 것이 개인적인 일을 시켜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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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D사 대표 D씨

"이번 사건은 특수하다. 해당 사건을 폭로한 매니저 김 씨가 일한 시간이 불과 2달 밖에 되지 않고, 이순재 선생님의 소속사가 사실상 엔터사라고 보기 힘들다는 특수성이 있다. 전 매니저와는 사이가 좋았기 때문에 한 배우를 매도하는 건 바람직 하지 않다. 이번 일을 계기로 매니저의 업무 선이 어디까지인가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그건 매니저 개인의 마음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기준이 애매한 것이다. 기준을 회사가 마련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 마음을 이용해 매니저를 심부름꾼으로 이용하면 안된다. 이번 사건과 별개의 문제지만 엔터사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으면 한다. 현 엔터사들의 구조는 일부 스타들만 '잘 먹고 잘 사는' 구조다. 회사는 인건비를 비롯해 기타 부대 비용까지 지불해야 하고 사실상 남는 것이 너무 적은 구조다. 함께 동고동락했는데 정작 매니저들의 손에 쥐어지는 건 별로 없다. 소속 연예인과 매니저 개개인이 서로를 대하는 에티듀트를 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부터 개선되어야 한다. 아티스트가 진정 자신의 회사나 매니저를 파트너로 생각한다면 실질적 수익 배분에 있어서도 공정함이 필요하다."

#현 E사 대표 E씨

"엔터사를 운영하는 수장으로써 이번 일이 매니저들의 사기를 떨어뜨릴까 걱정이다. '매니저들 일은 저런거야?'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소수지만 조직화되고 체계적인 상장 엔터사들도 존재하지 않는가. 요즘 매니저들은 체계적인 교육을 받는다. 배우는 연기를 하고, 가수는 노래를 부르고 매니저는 이들을 이성적으로 관리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굉장히 감성적인 비지니스를 하는 사람들이기에 업무의 선을 긋는 건 사실상 어렵긴 하다. 중요한 건 서로 상생하고 공생자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가족같으니까 (매니저를) 함부로 대하는 게 아니라, 가족같으니까 어린 로드 매니저에게도 자존감이 있겠지 생각하고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 오히려 엔터사와 아티스트의 그릇된 방어 기제가 생길까 걱정이다. 예전에 #미투 운동이 일었을 때 부작용으로 펜스룰이 생기지 않았나. 엔터사들이 매니저를 고용할 때 자격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볼까 걱정이다. 부디 대중이 해당 사건에서 자극적인 것만 바라보지 않길 바란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DB,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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