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힙합 버블 위기론, ‘도끼 회사’ 일리네어 퇴장 전말 [가요공감]
2020. 07.11(토) 13:06
일리네어 레코즈 해산 도끼 빈지노 파산 더콰이엇 김효은 해쉬스완 창모 공식입장 보석
일리네어 레코즈 해산 도끼 빈지노 파산 더콰이엇 김효은 해쉬스완 창모 공식입장 보석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2010년대 힙합 장르는 각종 예능, 전국 행사를 장악하는 성장 가능성 높은 트렌드였다. Mnet 오디션 예능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시즌은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주는 인맥(crew), 그렇게 쌓은 부로 성공하는 미국 오리지널 래퍼들의 힙합 문화를 표방하면서 국내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어필할 수 있었다. 빠른 입소문, 각 채널 내 화제성 1위, 각 방송사의 지원까지, ‘힙찔이’라는 애정 섞인 수식어는 그렇게 청년 취업난 속 성공에 목마른 국내 청춘 래퍼들의 캐릭터적 위상을 높였다.

하지만 다원화 사회 속에서 환경도 자본 흐름도 빠르게 변한다. 래퍼 도끼, 빈지노, 더콰이엇 등이 속한 힙합레이블 일리네어 레코즈가 지난 6일 공식입장을 통해 해산 소식을 전하면서 소속 아티스트들의 속사정을 향한 업계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애초 일리네어 레코즈는 2010년 12월 더콰이엇, 도끼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공동 설립한 힙합레이블이었다. 당시 국내 실력파 래퍼로 불리던 두 사람의 회사 경영 소식에 잠재력 높은 후배 래퍼들이 빠르게 둥지를 틀면서 이곳은 범대중이 공인한 국내 톱급 힙합레이블로 등극했다. 도끼, 더콰이엇, 빈지노 영향을 받은 김효은, 창모, 해쉬스완 등 다수의 젊은 아티스트들이 이곳에서 성장했고 히트곡을 발매했으며 행사를 통해 기하급수적인 수익을 냈다.

무엇보다 일리네어 레코즈 대표 도끼는 미국 오리지널 힙합을 국내 이식한 공을 인정받으며, 비정기 세무조사 명단에 포함될 정도로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인 한국 힙합붐 최초 수혜자다. 이 같은 도끼 브랜드네임은 왜 공중분해를 자처했을까. 일차적으론 그의 개인 자금 파산설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지난 해 11월 미국 모 주얼리 업체 측은 도끼가 보석, 시계 등을 가져간 뒤 대금을 갚지 않았다며 주얼리 대금 미지급 소송을 걸었다. 내용에 따르면 도끼는 주얼리사 측에 “통장에 6원이 있다”며 입금을 차일피일 미뤘고, 이는 자연스레 국내 대표적인 자수성가 래퍼로 통하던 도끼의 추락 복선으로 요약됐다.

설상가상 도끼는 지난 해 드러난 모친 채무에 관련해서도 “천 만 원은 내 한 달 밥값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경솔한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사실상 일리네어 레코즈의 얼굴이자 정신이었던 도끼의 이 같은 자금 관리 실패 논란은, 여유로운 이미지를 필요로 하는 힙합레이블의 ‘플렉스(Flex)’ 상징성을 퇴화시킨 셈이 됐다.

비단 일리네어 레코즈뿐 아니라 영세 레이블, 언더, 개인 래퍼들, 숱한 래퍼 지망생 간 절망감도 남다르다. 래퍼들로선 촌철살인 가사가 부각되는 정통 음원으로 승부를 보는 방법이 정석이지만 현 음원시장의 강세 돌풍은 여러 곳으로 분산돼 있다. 스트리밍(스밍)에 기대는 음원 수익 구조 역시 단순히 저작권자만 집중적인 이득을 볼 순 없다. 현재 “철 지났다”는 평가를 듣는 힙합 음원만으로 국내 대형기획사 케이팝(K-POP) 아이돌, 특히 전 국민을 세뇌시킨 TV조선 ‘미스터트롯’ 군단과 트로트 특수를 이기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쇼미더머니’ 저작권사 CJ ENM 측 Mnet이 힙합 포맷을 부활시킬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현재 CJ가 세계적으로 성장한 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시혁과의 컬래버레이션에 매진하는 가운데(‘아이랜드’), 한동안 래퍼들이 이곳 틈새를 비집을 여지는 요원하다. 이에 대해 한 가요계 관계자는 “현 시점 래퍼들의 스타성과 대중성은 전반적으로 한풀 꺾인 기세”라며 “사실상 몇 년 간 빠르게 유입된 현역 래퍼들 역시 ‘쇼미더머니’를 발판 삼아 행사 몸값을 높이기 위해 이 업계에 불나방처럼 뛰어들어온 것이 기정사실”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일리네어 레코즈의 해산에는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COVID-19) 사태가 가장 큰 치명타로 작용했다는 추정이 지배적이다. 무대, 공연, 전국 페스티벌이 일제히 취소되면서 상반기 약 6개월 만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힙합레이블들의 빠른 매출 급감이 진행됐다.

행사 몸값이 사실상 회사 매출의 반 이상을 차지하던 국내 래퍼들로선 건물세, 인건비 부담을 진 둥지부터 와해시키는 것이 급선무였다. 급변하는 환경에 따라 금세 꺼져버릴 수도 있는 대중적 인기의 버블 실체가 실감되는 순간이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DB, 일리네어 레코즈]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이기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키워드 : 도끼 | 빈지노 | 일리네어 레코즈
싸이월드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