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보다 도전 더 중요”…강동원, 이유있는 필모 [인터뷰]
2020. 07.13(월)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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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이름 석 자에 실린 무게가 무거울수록 배우는 실험을 망설이기 마련이다. 명성을 지키려는 욕심이 긴 공백기를 가져오기도 하고, 스코어가 보장되는 작품만 찾다가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한다. 배우 강동원(39)은 예외다. 했던 걸 또 하는 것만큼 안일하게 느껴지는 게 없다. 그의 필모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도전의 연속’이 아닐까.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는 여러모로 반가운 작품이다. 코로나19 시국에 개봉되는 첫 텐트폴 영화이고, 여러 면에서 K-좀비의 진화라고 평가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다. 배우 강동원의 선택 역시 의미심장하다. 흥행 신화를 이룬 ‘부산행’의 속편이라는 타이틀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감행했다. 남자주인공 정석이 단순한 영웅 캐릭터가 아니라는 것도 그의 선택 배경에 호기심을 더한다. 강동원은 왜, 어떤 이유로 ‘반도’를 택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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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 보다 흥미에 끌려, 투자자에게 미안할 때도”

“제 개인적인 취향이고 성격인데 비슷한 작품을 선택하는 걸 싫어해요. 흥미가 없으면 안하는 편이에요. 까다롭게 흥행에만 신경 썼다면 관객 수가 보장되는 작품만 찾았겠죠. 신인 감독과 자주 손잡았던 이유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조금 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 때문이에요. 다행히 이 전의 모습을 다시 반복하길 원하는 감독님은 없었어요.”

물론 흥행에 실패하면 속상함에 힘들다. 주연 배우로서 느끼는 책임감과 무게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 그는 “저희를 믿고 투자한 분들에게 은행 이자 만큼은 돌려드려야 한다는 마음이 있는데 흥행이 잘 안되면 그럴 수 없으니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며 웃어 보였다.

‘반도’ 선택한 이유는 좀비가 창궐하는 시점이 아닌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좀비 보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주인공 정석이 영웅이 아니라는 점도 끌렸다. 사람을 구하는 단순한 히어로 캐릭터였다면 매력을 못 느꼈을 거라고.

“배우인데 왜 멋져 보이고 싶지 않겠어요. 근데 ‘반도’는 특정 캐릭터가 중요한 작품이 아니에요. 그게 주인공이라도 말이죠. 심지어 정석은 어떤 면에서 답답하죠. 캐릭터에 힘을 주냐 주지 않느냐는 작품 마다 다른 것 같아요. ‘전우치’는 캐릭터가 끌고 가야하는 영화였지만, ‘반도’는 영화 전체가 살아야 하는 작품이었어요. ‘인랑’도 멋진 캐릭터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힘을 주고 멋지게 보이고 싶은 적도 있는데 혼자 살려고 하면 작품은 물론 캐릭터도 무너지더라구요. 어느 기점부터 지금은 전체를 보려고 노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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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김이 단점? 지적있다면 연기력 부족 탓”

기자가 질문을 던졌을 때 추상적 혹은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이가 있는 반면 강동원은 상당히 절제된 언어를 쓰는 이성적인 인터뷰에 속한다. 소소한 질문에도 그렇게 답변하는 편이다. “잘생긴 게 약점”이라는 연상호 감독의 인터뷰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우스개 농담에 특유의 소년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약점이라면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진지하게 답변하는 식이다.

“데뷔 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그거에요. 누군가가 내 어떤 부분을 단점으로 본다면 진짜 단점이 되는 것이죠. 잘생긴 게 지적을 받아야 한다면 연기력 부족 탓이죠 뭐. 연기가 모자란 가보다, 받아들이고 연기를 더 잘해야죠.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상황을 극대화해서 고민하고 최대한 단순하게 실천하는 게 제 방식이에요. 수학적으로 무한대 그래프를 그려놓고 고민하고, 0으로 놓고 실천하죠. 생각과 고민은 최대한 크게,실천은 최대한 단순하게 해요. 실천을 단순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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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은 어느덧 마흔이 됐다. 내년에는 만으로도 진짜 마흔이라며 멋쩍은 웃음을 보이던 그는 “사실 숫자는 크게 신경쓰지 않지만 배우로서 다시 시작하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라고 말했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미래를 위해 기틀을 닦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깊은 외로움 느꼈다"

살펴보면 강동원의 필모 중 상당 부분이 액션이다. ‘전우치’부터 ‘군도’, ‘인랑’까지 액션에 제법 잔뼈가 있는 배우다. 액션에 대한 답변도 예사롭지 않다.“모든 액션은 감정”이라는 그는 “정말 위험한 장면이 아니라면 되도록 직접 소화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강동원이 배워가는 것 중 하나는 동료가 살 때 자신과 작품 모두가 산다는 것이었다. 배우들 누구나 그렇게 말하지만 현상에서 이를 실천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주인공이라면 자신이 돋보여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설명하는 강동원의 답변이 형식적이지 않다는 걸 알아차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반도’의 5할은 압도적인 카체이싱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는 이 영화에서 거의 운전을 하지 않는다. 돋보이기 위해 시나리오를 고치는 일 또한 한 적이 없는 그다. "극중 이레 양이 절 태우고 운전하는 신이 있는데 그건 이레 양이 정말 돋보여야 하는 장면이었어요. 그걸 보여주려 차 안에서 이리저리 온 몸을 부딪히는 연기를 했는데 촬영이 끝나고 감독님이 '그 정도로 할 줄 몰랐다'며 '고맙다'고 하시더군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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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는 여러모로 코로나19 시국을 연상케 하는 드라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세계의 상황과 영화가 맞아 떨어졌다. 강동원 역시 그게 참 신기하다고 했다. 극도의 상황에 몰리는 주인공 정석처럼 그 역시 최근 가장 깊은 외로움을 느껴봤다고.

"코로나19로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졌잖아요. 사실 전 제 성격 상 혼자서도 잘 지낼 줄 알았어요. 근데 이게 길어지다 보니 어느 순간 정말 외로워지더구요. 이런 외로움은 처음 느껴 볼 정도였어요. 가족도 친구도 자유롭게 만나지 못한 게 아쉬워요. 외국인 친구들과는 화상 통화를 하거든요. 누군가를 만날 수 없으니 평소에는 느끼지 못한 깊은 외로움이 찾아오더군요. 관객들더 이런 정서가 있을테고 '반도'가 그걸 느끼게 할 수도 있지만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은 아니에요. 다양한 연령대가 편히 봤으면 좋겠습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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