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세, 배우가 연기에 진심을 더할 때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0. 07.28(화)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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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모르는 것 같지만 대중은 배우의 진심을 알아본다. 맡은 배역을 대하는 배우의 모습만 봐도 저 사람이 연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번에 알 수 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발달장애 3급의 고기능 자폐를 겪는 ‘문상태’ 역할을 맡아 드라마의 세계에서는 물론이고, 시청자들이 거하는 현실의 세계에까지 따스한 진심을 전한 배우 ‘오정세’의 이야기다.

오정세는 어떤 배역을 맡아도 그만의 특유의 매력을 빼놓지 않는다. ‘동백꽃 필 무렵’에서는 열등감을 허세로 채운 인물, 그래서 얄미울 수 있었을 ‘노규태’를 누구보다 사랑스럽게 구현해냈고, ‘스토브리그’에서는 구단주이면서 구단을 없앨 계획을 가지고 있는, 자칫 주인공과 대립하는 악인으로만 비춰질 수 있었을 ‘권경민’에게 설득력 있는 사연을 부여하여 시청자들의 이해를 얻어냈다.

그리고 현재 ‘사이코지만 괜찮아’와 ‘모범형사’를 통해 자폐 스펙트럼과 소시오패스 연기를 오가고 있는 중인데, 어느 한 쪽에 휩쓸리는 법 없이 서로 다른 인격체가 주는 온도차를 제대로 만들어내니 꼭 다른 사람 같다.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자기 위주의 선악 개념을 가진 ‘오종태’일 때는 타인의 고통을 느낄 줄 모르는 서늘한 악인 같다가,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는 자폐를 앓고 있을 뿐 누구보다 삶과 세계에 대해 솔직하고 용기있는’문상태’로 등장하는 것이다.

모두 오정세인 동시에 오정세가 아닌 것으로, 배우가 맡은 배역에 오롯이 몰입해야 비로소 가능한 모습 아닐까. 비중이 적든 많든 오정세가 연기하는 역할들마다 생명을 얻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단순히 허구의 이야기 속의 허구의 인물이 아니라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할지 모를, 살아 움직이는 인물로 여겨지는 이유이겠다. 그러다 보니 얼마전 다음과 같은 상황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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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오정세의 문상태에 푹 빠진 어느 팬이 소원을 하나 요청했는데 ‘상태형'과 놀이공원에 가고 싶다는 것. 해당 팬은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첼로 연주자로, 평소 오정세가 연기하는 문상태를 보며 함께 울고 웃었다고 한다.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 오정세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상태형’의 모습을 한 채로 팬과 만나 놀이공원에 갔고, 말 그대로 함께 신나게 놀았다.

지켜본 팬의 가족들이 그러한 오정세에게 감동을 받아 SNS에 관련 이야기를 게재했고 이것이 입소문을 타고 또 기사화되며 ‘오정세의 미담’으로 대중에게 알려진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대목은 미담이 아니다. 그의 연기가 누군가에게 실제로 만나고 관계를 맺어보고 싶을 만큼, 현실로 끌어와 교감까지 가능할 만큼 생생하게 존재하는 인물 그 자체였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비슷한 처지에 놓여, 누구보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가능한 시청자에게 ‘오정세’와 ‘상태형’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인정을 받은 것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오정세가 ‘상태형’을 얼마나 진지하고 애틋하게 대했는지, 그리하여 얼마나 매력적으로 구현해냈는지 대번에 증명하는 에피소드로, 해당 팬에게는 물론이고 배우에게도 평생을 가지고 갈 눈부신 추억이 되었을 터다.

연기에 배우의 진심이 실리면, 깡통 로봇이 인간의 심장을 얻듯 인물이 살아 있는 존재가 된다. 그것이 어떤 역할이든 보는 이들에게 강렬한 생명의 힘을 끼쳐, 때로는 위로와 격려를, 또 때로는 질타와 권면을 전한다.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를 비롯한 이야기 매체를 보는 근원적 이유로, 이러한 맥락에서 오정세의 미담은 단순히 어느 배우가 어느 팬에게 베푼 선행이라고만 볼 수 없다. 그가 배우의 존재 가치와 역할을 제대로 보여준 결과라 하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DB, 개인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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