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무죄, 미술계 의견분분…"대작은 관례" vs "윤리적 문제" [TD기획]
2020. 08.02(일) 12:38
조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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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그림 대작 논란으로 대법원까지 가 재판을 받은 가수 조영남이 4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게 됐다. 미술계 대작 관행에 대한 첫 판례로 이뤄지면서 예술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예술계 관계자들의 의견 역시 다각도로 나뉘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지난 6월 25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영남의 상고심에서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영남은 과거 화투와 팝아트를 결합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었지만, 작품의 대부분이 대작 작가가 그린 그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에 휩싸였다. 조영남은 지난 2011년 9월부터 2015년 1월까지 화가 두 명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고, 덧칠 작업만 거쳐 1억 5300만 원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조영남은 해당 그림을 마치 자신이 그린 것처럼 홍보 및 판매한 바,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이에 조영남은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으나, "작품의 아이디어는 조영남에게 있다"는 이유로 항소심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1심과 항소심의 판결이 엇갈리며 해당 사건은 4년간 이어지게 됐다. 그러나 결국 재판부가 "검사는 원심 판결에 저작물 사기죄로 기소했을 뿐 저작권법 위반 죄로 기소하지 않았다. 미술 작품이 위작 저작권 시비에 휘말리지 않은 이상 기망이라 볼 수 없다"고 조영남의 손을 들어주면서 그는 4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게 됐다.

특히 이번 무죄 판결은 미술관 대작 관행에 대한 첫 판례로 이뤄지면서 예술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만으로도 저작권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걸 증명했기 때문.

큐레이터 A씨 "판결 예상, 대작 작가 공공연한 일"

다수의 예술계 관계자들 역시 조영남의 무죄 판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의 한 아트센터의 큐레이터로 있는 A 씨는 "예상은 한 판결"이라며 "실명은 거론하지 못하지만 이미 많은 스타 출신 아티스트 및 유명 아티스트들이 대작 작가를 통해 작품을 만들고 있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특히나 예술계에선 최초의 아이디어가 누구의 것이냐가 무척이나 큰 영향을 끼치기에 조영남의 무죄 판결은 합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프리랜서로 미술 활동을 하고 있는 B 씨도 "조영남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름값'도 무시할 수 없기에 저작권은 인정돼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공감하며 "같은 작품이라도 조영남이 그린 그림이 아니라면 팔리지 않았을 테다. 미술계뿐만 아니라 음악계, 무용계 역시 아티스트의 '이름값'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조영남이 사기 행위를 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조영남은 저작권법 위반으로 피소된 것도 아니기에 재판부의 판결이 이해가 된다"는 B 씨는 "만약 저작물 사기죄로 피소됐다면 재판부가 어떤 선택을 했을지는 예상할 수 없지만, 재판부의 말처럼 기망이라고 볼 순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C교수 "대작 작가 고용, 윤리적 책임 느껴야"

이 밖에도 많은 예술계 관계자들이 조영남의 무죄 판결에 동의했다. 다만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C 교수를 비롯해 다수의 예술계 종사자가 "저작권이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용인될 수 있다는 행위라는 뜻이지, 윤리적으로 책임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C 교수는 "윤리적으로나 도의적으로 봤을 땐 조영남은 유죄 판결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재차 강조하며 "물론 조영남이 마지막으로 덧칠 작업을 하며 자신만의 색채를 작품에 담아냈지만, 그렇다고 대작 작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이 경우엔 '합작'이라는 명목하에 대작 작가의 이름을 보조 작가로 올려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영남의 행위가 구매자를 기망한 행위로 볼 순 없지만, 도의적으론 책임을 물어야 하는 행위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의 한 아트센터 D 관장은 "조영남의 무죄 판결이 악용될까 두려운 것도 사실"이라며 "예술계 많은 아티스트들이 현재 급료를 주며 어시스턴트를 사용하고 있지만, 저작권에 대한 기준이 애매모호하다. 특히나 이번 무죄 판결이 예술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예상할 수도 없기에, 저작권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조속히 세워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무죄 판결을 받은 조영남은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작품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임을 밝혔다. 조영남은 "평생 그림을 그리며 살 것이고, 화투 그림도 계속 그릴 것"이라며 "그림은 내게 가족이자 피붙이다. 모든 애증과 연민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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