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석 vs 김구라, 시시비비 보다 #대화 #배려 [기자의눈]
2020. 08.02(일)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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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개그맨 남희석이 게스트를 대하는 김구라의 태도를 공개 비판하면서 방송가가 떠들썩하다. 두 사람을 둘러싼 논쟁이 수 일간 지속되는 가운데 본질은 흐려지고 사안과 무관한 제 3자가 피해를 입거나 마녀사냥으로 여론이 흐려지는 등 부정적인 패턴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 이제 당사자들이 대화의 장에 나서야 할 때다. 결자해지, 양측이 직접 매듭을 풀어야 한다.

논란은 남희석이 지난 7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MBC '라디오스타'에서 김구라는 초대 손님이 말을 할 때 본인 입맛에 안 맞으면 등을 돌린 채 인상을 쓰고 앉아 있다. 자신의 캐릭터이긴 하지만, 참 배려 없는 자세"라는 내용의 공개 글을 남기면서 시작됐다. 논란이 커지자 남희석은 “수 년간 고민하고 쓴 글”이라며 “자기 캐릭터에 유리하려는 행위. 그러다 보니 몇몇 짬 어린 게스트들은 나와서 시청자가 아닌 김구라의 눈에 들기 위한 노력을 할 때가 종종 있다"라고 거듭 김구라를 비판했다.

갈등이 발생했다면, 당사자들의 시선에서 사태를 바라보는 일이 우선이다. 남희석은 왜 김구라를 공개 저격한 것이며,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일부 게스트들은 왜 남희석을 찾아 김구라에게 상처를 입었다고 토로한 것일까.

‘라디오스타’는 예능에 목마른 연예인들이 출연을 원하는 1순위 프로그램이다. 여전히 예능감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거나 숨겨진 입담을 준비해 새로운 캐릭터를 어필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된다. 특히 전 보다 섭외가 줄어든 연예인들에게 '라디오스타' 출연은 한줄기 빛이다. 이를 계기로 타 예능에 출연하는 등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라디오스타’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눈높이는 까다롭다. 그런 시청자의 눈높이를 장착한 캐릭터가 바로 김구라다. 게스트의 말꼬리를 잡거나, 뭔가 못 마땅하다는 표정으로 테이블에 앉은 그는 ‘라디오스타’의 사감이다. 시청자도 독설과 까다로움으로 대변되는 김구라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즐거워 한다. 특히 이 캐릭터는 ‘라디오스타’에서 강하게 발현되는 편이다. ‘얼마나 재밌는지 보자’라며 안방에 팔짱을 끼고 앉은 시청자를 대변하는 캐릭터인 것이다. 게스트가 주인공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김구라 없는 ‘라디오스타’는 상상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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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균형이 깨지면서 시작됐다. ‘라디오스타’가 타 예능 비해 토크 경쟁의 색이 짙고, MC 김구라의 캐릭터 역시 워낙 강하다보니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게스트가 감정적 상처를 입으면서 문제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라디오스타’에 출연하는 대부분의 게스트들은 한 번의 강렬한 존재감 어필을 원하고, 이를 보는 시청자들 또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에 게스트의 긴장감은 어느 예능 보다 상당하다. 남희석이 글을 남긴 이유는 기대를 품고 녹화에 임한 일부 후배들이 김구라의 강한 태도와 부정적인 리액션에 상처를 받아 발생한 일로 보인다.

김구라의 입장에선 의아했을 것이다. 방송인이 자신의 캐릭터를 유지, 어필하는 건 자연스러운 행위다. 또 이것이 ‘라디오스타’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예능가는 출연자의 감정이 모두 배려받기 힘든 생존터다. 게스트가 배려를 받지 못했다고 판단했다면 그건 개인의 몫으로 받아들여진다.

남희석의 입장은 어땠을까. 해당 프로에 출연한 후 좋지 않은 감정을 토로하는 후배들의 감정적 상처를 걱정했을 것이다. 절실히 기회를 기다리는 후배를 배려하지 못하는 동료에게 아쉬움을 느꼈을 것이고, 같은 일이 반복되자 선배로서 총대를 메야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게스트에 대한 배려 보다 자신의 캐릭터를 밀고 나가는 것이 우선인 김구라의 태도를 공론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흔히 방송은 '프로들의 세계'라고 불린다. 살아남지 못하면 도태되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세계다. 그러나 이 세계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배려가 필요하다. 이처럼 남희석, 김구라의 입장에서 해당 사건을 바라보면 각자의 자리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양가적 지점들이 있다. 때문에 더욱 대화가 필요해 보이는 것이다. 김구라와 제작진은 배려를 원하는 게스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고, 남희석은 공개적인 발언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논란은 엉뚱하게도 홍석천을 비롯해 강예원으로 불똥이 튀었다. 전형적인 본질 흐리기다. 해당 논란에서 굳이 의미를 찾는다면 방송에 임하는 프로들이 잊지 말아야 할 동료에 대한 배려심 등이 아닐까. 동료를 대하는 태도와 이를 받아들이는 자세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말이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서로가 각자의 자리에서 한 발씩 물러나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부디 해당 논란이 서로를 향한 저격이 아닌 양보와 이해로 정리되길 바란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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