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형사’의 속편을 위하여 [윤지혜의 슬로우톡]
2020. 09.01(화)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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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하나의 살인을 했으나 또 하나의 살인에 대해서는 계략에 빠진 게 분명한 남자의 자살 아닌 자살은 비장했다. 경찰은 이 비장함이 퇴색되지 않도록, 남자가 목숨과 맞바꾸면서까지 잡으려 한 대상을 힘껏 쫓아 결국 죄값을 치르게 하는데 성공했다. 종영한 JTBC ‘모범형사’(연출 조남국, 극본 최진원)의 이야기다.

속편까지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모범형사’의 비결은, 단연 손현주와 장승조를 중심으로 한 배우들의 노련하고 능숙한 연기다. 이들은 드라마 속 인물을 단순한 허구적 인물이 아니라 우리의 실제적 현실 어딘가에 있을 만한 존재로 소환하는데 성공했다. 드라마를 시청한 이들은, 아마도 당분간 손현주의 ‘강도창'과 장승조의 ‘오지혁’을 그리워하며 현실을 더듬거려 보지 않을까.

하지만 아쉬운 대목도 있었다. 우선 맥락도 없고 굳이 필요도 없는, 로맨스의 갑작스런 등장이다. 형사 오지혁과 사회부 기자 진서경(이엘리야) 사이에 생겨난 관계로, 이들이 사형수 이대철의 억울한 죽음 이면에 있는 사건을 함께 파헤치다 보니 자연스레 마음이 얽혔다는 건데, 굳이 이러한 에피소드를 끼워넣지 않아도 ‘모범형사’가 해야 할 이야기는 차고 넘쳤다. 오히려 이야기의 맥을 끊는 느낌마저 주었다 할까.

아마도 모든 드라마에는 어느 정도의 로맨스는 포함되어야 한다는, 고질적인, 이제는 옛날 것이 되어버린 사고방식이 작용한 결과이겠다. 사실 이러한 장르드라마에서는 이제 먹히지 않는 요소라, 웬만하면 피해가려는 게 요즘의 추세인데 ‘모범형사’는 남녀가 함께 있으면 정분이 나야 한다는 구태의연한 생각의 흐름을 미처 놓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또 다시 다행인 것은 이를 덮고 가도 될만큼의, 배우들이 보여준 출중한 연기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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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최종적으로 해결되는 장면들이 내비친, 약간의 찝찝함 또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사형수 이대철의 억울한 죽음은, 마땅히 죽어야 할 대상을 죽인 사람과 죽여도 되는 대상을 죽인 사람, 죽여선 안 되는 대상을 죽인 사람 사이에 놓인 것으로, 이들 모두가 하나의 사회 공동체가 지켜야 할 원칙을 제각각 어기고 그 책임을 떠넘기면서 발생한 비극이라 볼 수 있다.

즉, 대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혹은 좀 더 솔직하게 제 자신을 위하여 원칙을 크고 작게 어긴 이들 모두가 이대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공범인 것. 그런데 문제는 ‘모범형사’가 사건을 제 자리로 돌려놓는 데에도 원칙을 어기는 방식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죽여도 되는 대상을 죽인 사람이자, 모든 사건의 시작점인 최악의 빌런 오종태(오정세)를 잡기 위해, 자살을 타살로 바꾸는, 진실을 덮는 쪽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오종태가 자신의 죄를 무고한 이에게 덮어씌우기 위해 공권력으로 하여금 원칙을 어기게 했던 것을 되갚아준 것이다. 덕분에 재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믿고 사람들을 제 발 아래로 여기며 살아온 열등감으로 가득찬 괴물 오종태가, 생각보다 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퇴장하여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보복성 결말로밖에 느껴지지 않아 이게 과연 옳은 방법인가 싶은 게다. 끝까지 원칙을 지키고 진실을 사수하는 게 오래 걸려도, 동일한 억울함을 재발시키지 않는 길이지 않을까. 지금까지 언급된 지점들은, 어쩌면 속편으로 돌아오면 보강 혹은 해결 가능한 부분일 수 있다. 그러니까 요지는 이거다. 오랜만에 등장한 맛깔나는 형사드라마가, 여타의 드라마처럼 시즌2로 되돌아오길 바란다는 것, 그리하여 지금 느껴지는 이모저모의 아쉬움이 속편을 끌어내기 위해서 존재하는 빌미였길 바란다는 게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JTBC '모범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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