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에 답은 하지 않고서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0. 09.11(금)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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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MBC ‘다큐 플렉스’가 대중에게 던진 질문은 ‘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다. 이는 ‘설리’를 스타로 인식하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였고 적게는 한 마디 많게는 여러 마디의 불편한 생각을 보태곤 했던 우리 모두를 향한 것으로, 그녀의 죽음에 특정한 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개입했음을 은근히 짚어내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이를 너무도 정확하게 알아들었다. 발빠르게 우리의 책임을 전가할 한 사람을 끌어냈으니까. 그것도 방송 중에서 가장 높은 화제성을 지닌 사람, 설리 본명 ‘최진리’의 전 연인을 대상으로 내세웠다. 그들에게 여러모로 이유있는 선정이 될 수 있었던 게 ‘다큐 플렉스’에서 그녀의 어머니를 통해 언급되는 그의 이야기는 다소 부정적인 면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녀를 가진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특별할 것 없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기도 했다. 이른 나이에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어 더욱 애틋했던 딸 아이가 연인이 생긴 후부터 변하기 시작했고 순탄치 못한 이별을 겪었다. 어쩌면 자녀는 나름의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유년 시절을 보낸 까닭에 보통 이상의 모습으로 겪었을 뿐인데, 어머니로서는 이 모든 일의 원인을 상대에게서 찾을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어머니는 알고 있었다. 딸을 잃은 고통과 죄책감으로 몸부림치는 마음을 누군가에게라도 덜고자 잠시나마 그 상대를 찾아 원망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속내를. 그래서 해당 부분 외에서는 더 이상 딸 진리의 전 연인을 언급하지 않으며, 오히려 부모인 자신이 진작에 딸의 온 몸을 훑고 지나간 외로움을, 절망감을 알아주지 못했다는 것, 손을 내밀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되돌릴 수 없고 되살릴 수 없는 시간에 대한 미안함과 후회로 가슴 저미는 아픔을 토로할 뿐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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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정작 죄책감을 느끼고 나눠져야 할 이는, 본인의 이름, 진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혹독한 노력 끝에 치르고 있는 설리의 모습을 보기 불편하다며 원래 비추어진 ‘설리’라는 이미지대로 있어달라는 이기적인 요구를 가졌던, 그렇지 않자 바로 비난의 손가락을 들고 지극한 사생활인 개인의 연애사까지 함부로 침범하기를 서슴지 않았던, 대중이란 이름을 지닌 우리 모두다.

‘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를 제대로 시청했다면 정상적으로 보여야 할 반응은, 역시 누구누구가 원흉이었어,가 아니라 우리 내면에 잔존하고 있는 군중 뒤에 숨은 익명성의 폭력을 자각하고 반성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결백을 주장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수많은 스타들이 존재하고 이들을 볼 수 있는 여러 창이 준비되어 있는 오늘, 굳이 설리가 아니더라도 화제가 된 누군가를 향해 한번쯤 불편함을 토로하지 않은 이들이 과연 있을까.

누가 그녀를 죽음으로 몰았는가, 에 대한 정답을 알고 싶다면 굳이 포털사이트의 검색창을 열 것까지도 없다. 대중에게 삶이 공개된 스타라는 이유로, 작고 큰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고 작고 큰 판단을 내리곤 했던, ’만인의 일인에 대한 폭력’을 행했던 우리 모두가 공범이다. 올바르고 건강한 대중 의식을 통해서만 발아되는 자각으로, 이것이 없다면 또 다시 제2의, 제3의 설리 혹은 최진리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다큐 플렉스’가 어렵게, ’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라는 질문을 던진 이유이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MBC '다큐 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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