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가 머니(Money)? [토요판]
2020. 09.19(토)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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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A(男, 41개월)는 남자답고 호전적인 성격의 유아다. 어린이집에서 마음에 쏙 드는 친구 B(女, 3)에게 다가갔지만 안타깝게도 B는 A에게 자기 장난감조차 못 만지게 하는 새침데기였다. 하원한 A는 솔직한 심경을 고백했다. “소은이(B)가 죽었으면 좋겠어”.

A가 아기용 샌드백을 쳐대는 것을 볼 때마다 나는 어쩐지 기운이 달리곤 한다. 2018년 내겐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이 있었고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그 여파로 나는 안락한 본가에 들어서면 괜스레 마음이 약해져 TV를 보다가도 돌연 눈물을 쏟곤 했다. A는 괘념치 않은 채 춤을 추거나 내 저기압을 흡족해했다. “고모는 나한테 졌어”. 승부욕 작렬하는 이 아가의 맥락 없는 선전포고가 몹시 경이로우며 기가 찼다.

MBC 교양프로그램 ‘공부가 머니?’는 아이들의 공부법, 학습 태도, 입시 전략을 브리핑한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MBTI(성격유형검사)가 추가된 것인데 이는 기질과 성공의 상관관계를 역설하기 위함이다. 이쯤에서 마시멜로 실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엔 모두가 마시멜로를 안 먹는 아이의 잠재력을 높게 샀다. 문제는 아이들마다 천차만별인 집안형편에 있다. 현 사회구조에서 마시멜로를 곧장 먹어버리는 아이는 참을성이 부족한 사람일까. 그렇지 않다. 그들은 아무리 참아도 가난한 부모가 보상을 되돌려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요컨대 2020년의 마시멜로란, 남들보다 성과를 빠르게 선점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본능 키워드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세계 지표에 따르면 한국 인재들의 평균 수준은 상당히 높다. 그런데 국내 최상위 인재는 미국, 독일 등 강대국 인재들과 행보 차이를 보인다. 예컨대 조지워싱턴대 법학 대학원을 나온 서양인의 경우 필리핀 성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비행기에 오르는 일도 다반사다. 이에 반해 한국 인재는 고스펙 꾸리기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것이 비단 한국인들의 윤리 부재 탓일까. 가령 ‘공부가 머니?’라는 프로그램명에 상징적으로 삽입된 ‘money’(돈)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는 한국 교육과 인재의 양성이 부동산과 다를 바 없는 욕망 지형도로 분류됐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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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를 넘어선 한국 사람들 중 일정부분 삶이 슬프지 않은 사람을 보지 못했다. 물론 10대, 20대에게도 우울은 있다. 그럼에도 어린 자들이 참새처럼 쾌활해 보이는 것은 아직 자기 운신의 폭이 크다고 믿기 때문이다. 반면 돈과 개념과 덕망을 가졌다한들 대한민국 중년들의 선택 폭은 자유롭지 못하다. 가진 만큼 책임이 무거워졌고 이목이 급증했다.

똑똑하고 욕망 넘치고 전투적인 이른바 인사이더(insider)들을 많이 봤다. 그들 중 일부는 남들이 자신의 능력을 부러워해주길 바라는 것 같았다. 내 경우엔 어떠냐면, 단지 사람을 통찰하길 즐거워하는 예언자형(INFJ) 부류다. 학창시절부터 ‘레크레이션’형, ‘루저’형, ‘발명가’형, ‘불도저’형 등을 지켜보고 대조하는 일이 재미있었다. 먼발치에서 그들의 개싸움을 응원해왔다.

요즘엔 좀 다른 반성을 하게 됐다. 타인들이 숨가쁘게 달리는 욕망 레일의 바깥편에서 무언가를 구경하는 일은 보잘것없는 오만일 것이다. 나는 가난, 학자금 대출, 결손 가정, 사기, 데이트폭력 등 보편 시련을 겪어보지 않은 온실 속 화초로 살았다. 많은 게 부모덕이었다. 이는 내 친구들의 세속적인 욕망이 곧 생존본능이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일로도 이어졌다. 함께 뛰어들지도 망가지지도 상처받지도 않는 삶. 그런 건 리스크는 적을지언정 높은 확률로 공허한 법이다.

우주에는 1천7백억 개가 넘는 은하가 있다. 나 같은 건 우주의 티끌만도 못한 존재라는 결론에 다다르면 금세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다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자신이 우주의 티끌만도 못한 존재라는 사실에 울적함을 느낀다면 지금껏 그랬듯 세상의 환대를 얻고자 힘을 내길 바란다. 아마도 우리들이 바라는 건 타인과 나의 행복 총량 법칙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 사회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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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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