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 2', '황시목'에서 '한여진'으로 [윤지혜의 슬로우톡]
2020. 09.28(월)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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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시즌1에서 짧은 머리를 휘날리며 현장을 누비던 한여진은 tvN ‘비밀의 숲 2’(연출 박현석, 극본 이수연)에서 사뭇 다른 경로를 보인다. 경찰청에 파견되어 경감, 한주임으로 불리며, 갖춰진 옷을 입고 탁상 앞에 앉아 경찰의 주요 행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 권력을 놓고 범인을 잡을 때보다 더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이는 그곳은, 이전의 한여진을 생각하면 전혀 어울리지 않으나, 그래서 드라마가 굳이 그녀를 두여야 했던 이유다.

사람의 진면목은 그렇지 못한 조건의 상황 속에서도 그러할 있을 때 증명되기 마련이다. 정의와 패기로 무서울 게 없던 시절의 한여진(배두나)은 어쩌면 그러한 환경에 놓여 있었던 까닭에 신념과 가치를 추구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것. ‘비밀의 숲 2’는 애꿎게도 그러한 그녀에게 본연의 정체성을 본격적으로 시험해 볼만한 판을 제공한다.

“한주임, 나 때는 참 기회가 없었어. 근데 더 안타까운 건 쓸모있는 사람이 큰 뜻이 없다는 거야.”
공권력의 중심에 보내 그녀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름마저 최빛(전혜진)인 인물을 상관으로 두게 하더니, 수사권을 두고 벌어진 경찰과 검찰의 알력다툼에까지 투입시켰다. 특히 최 빛은 여진에게 있어 영향을 받지 않을라야 않을 수 없는 상관이다. 여전히 남성이 대부분인 경찰 권력의 중심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밀리지도 꿇리지도 않은 모습으로 꼿꼿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까.

게다가 정보부 부장이자 국장 일까지 대행하고 있어, 거의 모든 정보가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거나 마찬가지. 때에 맞추어 가진 정보를 민첩하게 사용하며 상황을 유리하게 끌어오고 또 밀어낼 줄도 아니, 갑옷만 안 입고 칼만 안 찼지 흡사 장수와도 같다. 옳은 일을 향한 순수한 패기만을 가지고 있던 여진에게 최빛은, 영향력 있는 상관이 될 구석이 많을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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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최빛의 것엔 어느 정도의 빛과 어느 정도의 어둠이 섞여 있는데 그 기준이 자신의 욕망이라는 점이다. 최빛은 공공의 가치나 정의를 중요시 여기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이 힘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 여부 하에서이며, 자신이 욕망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는 추구하던 정의와 가치마저 어떤 명분으로라도 반드시 취하는, 어찌 보면 위선적인 인물인 까닭이다. 단편적인 예로, 화제가 될 만한 순간에 경찰 정복을 입고 나타나는 등, 퍼포먼스에 능한 모습을 들 수 있다.

그녀의 영향을 받은 결과일까. ’비밀의 숲 2’에서의 여진은 거침 없었던 시즌1과 달리, 해야할 말을 삼키거나 혹은 미루고, 놓치지 말았어야 할 단서들을 놓치기도 한다. 그러나 여진은 최빛이 건넨 급한 용무보다 죽다 살아난, 자시의 눈 앞에 있는 서동재(이준혁)의 병원 이송에 끝까지 동행하는 쪽을 선택하고, 좀 더 일찍 사건의 정황을 알아차리지 못한 자신의 안일함을 탓하는, 순간순간 처하는 상황에서 본연의 정체성을 잊지 않는 장면을 만들어내며 결국 최빛과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을 암시한다.

다를 수밖에 없다. 여진에겐 개인의 삶과 목숨이 지닌 가치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여, 그것이 아무렇지 않게 휘둘리는 모습을, 설사 공공의 가치나 정의를 위함이라 하더라도, 참지 못한다. 그리고 그녀의 옆엔 안전장치도 존재한다. 바로 시즌1에서 그녀의 도움을 받아 첫번째 비밀의 숲을 헤치고 성장을 이룬 인물, 검사 황시목(조승우)이다.

표면적으로 이 둘은 한 쪽은 경찰, 다른 한 쪽은 검찰의 편에 서서 대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한층 더 지독하고 어둑해진 권력의 숲에 들어와 정체성을 시험 받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한 편에 서 있으며 이들이 함께 하는 이상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결국 시즌2의 포커스는 한여진이 길을 잃을지 말지가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드러내며 성장을 이루어내는 지에 있다는 것이다.

그저 시즌1과 또 다른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시작되나 했더니, ‘비밀의 숲 2’는 시즌1에서부터 이어온 주요 맥락을 놓치지 않았다. 현실은 날이 갈수록 엄혹해지고 그에 따라 아무리 날이 서 있던 신념이라 해도 무뎌지고 흐려지기 마련일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연의 정체성과 존재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시즌1의 주체가 황시목이었다면 시즌2는 한여진이다. 이토록 시즌제 드라마에 걸맞는 정석의 과정을 밟아내는 작품이 또 있을까.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tvN ‘비밀의 숲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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