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꽃' 이준기가 피워낸 꽃 [인터뷰]
2020. 10.04(일) 17:00
악의 꽃, 이준기
악의 꽃, 이준기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배우 이준기가 또 한 번 약진했다. '악의 꽃'을 통해 그만이 표현할 수 있는 극한의 감정선을 그려냈고, 데뷔 19년 차에 '입덕' 행렬이 이어질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또 한 번의 완주를 끝내고 숨 고르기에 들어간 그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지난달 23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극본 유정희·연출 김철규)은 14년 동안 연쇄살인마 누명을 쓰고 자신을 숨기고 산 도현수(이준기)와 그의 실체를 의심하기 시작한 아내 차지원(문채원) 사이의 줄다리기를 그린 드라마다. 이준기는 다정한 아빠이자 금속 공예가인 도현수, 연쇄살인마 누명을 쓴 의문의 인물 백희성 역을 맡아 1인 2역을 펼쳤다.

이준기는 '악의 꽃'을 통해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고, 오랜만에 TV를 통해 만나는 이준기의 모습에 방영 전부터 많은 관심이 뒤따랐다. 이준기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는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딸을 사랑하는 아빠이자 자신의 아내만을 바라보는 남편, 그리고 그 모든 이면에 숨어 있는 슬프고 잔혹한 과거를 가진 한 남자를 지금의 배우 이준기가 담아내기에 과연 합당한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졌다"고 말했다. 자신이 대중을 설득할 수 있을지, 자칫 배우 이준기의 색깔이 너무 강하게 묻어 나와 작품의 균형을 망치지는 않을지 걱정을 했다는 것이다.

2주의 시간 동안 계속해 대본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렸다는 이준기. 그는 "'악의 꽃'이 지금의 내게 다가온 운명 같은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 배우 인생의 전환점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작품을 끝낸 지금, 그는 "완주했다는 안도감, 초반에 느꼈던 무게감을 무사히 완결로 승화시켰다는 성취감, 그리고 현장에서 동고동락하며 달려온 모든 분들을 떠나보냈다는 헛헛함까지 만감이 교차한다"는 소회를 전했다.

"매번 작품이 끝날 때마다 고민해요. '내가 잘 담아낸 건가, 그 그릇이 된 건가?' 하고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작품은 저를 조금 더 확장시켜준 계기가 됐다는 거예요. 어떤 작품과 작업이든 끝내고 나면 소중한 가치들이 남죠. 그 과정에서 행복감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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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는 '악의 꽃'에서 백희성, 도연수라는 두 인물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연기력으로 진가를 입증했다. 그는 "다양한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보이는 리액션들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며 "감정을 느낄 수 없는 현수이기에 작은 표현부터 리액션 하나하나가 신 자체에 큰 힘과 설득력을 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나 혼자 연구하고 고민한다고 되는 부분은 아니었다. 감독님과 작가님을 비롯한 현장에서 나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카메라 감독님까지. 그리고 배우 한 분 한 분과 계속해서 서로의 생각들을 나눴다"고 말했다.

특히 이준기는 "도현수란 인물을 너무 뻔하거나 단조롭게 표현하면 단순한 무감정 사이코패스로만 보일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세밀한 부분에 신경을 쓰고 집중했다"고 말했다. "도현수는 가장 사랑하는 아내까지 철저하게 속이고 14년이라는 세월을 백희성으로 살아가며 연기해 왔다. 대단한 배우다. 연기력 자체로는 도현수에게 많이 모자라다는 생각을 하며 연기했다"며 "나는 그런 메소드 인생은 못 산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반대로 금속공예가인 백희성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유튜브를 통해 공예 작업 영상을 찾아보고, 실제 공예가를 만나 손동작을 배우기도 했다고. 따뜻한 아버지인 백희성의 모습은 아역 배우와, 다정한 남편의 모습은 섬세한 성격의 상대역 문채원과 많은 생각을 공유하며 빈 공간을 채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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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의 필모그래피는 고생을 사서 한다"는 시청자들의 농담처럼, '악의 꽃'에서도 이준기의 고생 스토리는 끝나지 않았다. 아파트 난간 신, 물고문 신 등 고난도 액션을 직접 소화하며 열연했다. 이준기는 "평소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은 없었다. 힘들고 지치기보다는 ‘내가 얼마나 동선을 만들고 액션을 취해야 시청자분들이 이 장면에서 오는 감정과 느낌을 오롯이 받아들이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이준기는 "사실은 '악의 꽃'에서는 액션을 10분의 1 정도로 줄이자고 다짐했었다. 평소에 보여드리던 액션들은 상당히 많은 합이 있어 화려하거나 거칠었는데, 그런 액션이 이번 작품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액션보다 감정에 더 집중했다"고 말했다. "대신 처절하게 내몰리는 장면에서는 대역 없이 직접 몸으로 들이받고 던져지고 부서지고 하면서 시청자분들이 보시기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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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은 코로나19의 여파를 정통으로 맞으며 촬영했다. 수도권에서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며 잠시 촬영이 중단된 적도 있었다. 이준기는 "촬영이 중간에 멈추게 되면 감정선들이 끊기기 마련이고 그로 인해 집중력을 잃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다. 쉴 때도 대본을 계속 읽고 상상하며 감정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촬영 장소 섭외가 쉽지 않았고, 그로 인해 더 좋은 그림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이준기는 "전 국민이 느끼고 있는 불편함이기에 그 고통에 비할 바가 못 되는 어려움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준기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시국이기에 미약하게나마 즐거움과 기쁨,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직업이 배우이기 때문에 좋은 작품으로 즐거움을 드린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성실하게 몸과 마음 잘 준비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다음 작품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데뷔 19년 차, 앞으로의 꿈을 묻는 질문에도 "'저 친구는 꾸준하다, 성실하다, 좋은 에너지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내 작품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얻을 수 있는 배우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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