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안은영' 이경미 감독, 기괴하고 명랑한 세계 [인터뷰]
2020. 10.16(금) 14:00
보건교사 안은영
보건교사 안은영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어딘지 음습한 분위기로 오싹할 때도 있지만, 때론 웃음이 나올 정도로 귀여운 오묘한 세계. 기이하면서도 명랑한 '보건교사 안은영'의 세계를 만든 이경미 감독과 만났다.

영화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등 개성 강한 캐릭터들과 독특한 미장센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경미 감독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극본 정세랑·연출 이경미)로 첫 시리즈 연출을 맡았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평범한 이름과 달리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젤리'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보건교사 안은영(정유미)이 새로 부임한 고등학교에서 심상치 않은 미스터리를 발견하고, 한문교사 홍인표(남주혁)와 함께 이를 해결해가는 명랑 판타지 시리즈다.

이경미 감독은 넷플릭스 플랫폼을 경험해보고 싶던 찰나에 다른 작품을 논의하던 중 '보건교사 안은영'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원작 소설을 읽고 난 뒤 영상적으로 재밌는 시도를 해볼 만한 요소들이 있다고 판단해 연출을 수락했단다.

"여성 히어로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재료들이 있다고 생각했다"는 이경미 감독은 "본인의 운명과 능력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안은영이 비로소 이를 받아들이면서 소명 의식을 갖게 되는 성장 드라마로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이경미 감독의 '보건교사 안은영'이 탄생할 수 있었다.

이경미 감독이 '보건교사 안은영'을 자신의 생각대로 여성 히어로물로 만들 수 있었던 건 원작을 쓴 정세랑 작가 덕분이었다. 이경미 감독은 "정세랑 작가님께서 많이 열어주셨다. 작가님이 절대로 원하지 않는 최소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각색 가능성을 다 열어주셨다"면서 "작가님이 쓴 각본에 제가 소설을 읽으면서 좋아했던 상징들과 성장 드라마로 가져갈 때 가져가야 할 요소들을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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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에서는 주인공인 안은영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젤리다. 젤리란 살아있는 동식물들이 만드는 보이지 않는 욕망의 잔여물로, 하트 모양부터 문어 등 그 모양이 다양하다. 이경미 감독은 "젤리들도 주인공으로 가져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은영이가 싸워야 할 적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원작 소설의 말랑말랑하면서도 명랑한 톤을 시리즈에서는 젤리로 표현하고 싶었단다.

그는 "젤리를 여러 캐릭터로 만들어서 한 에피소드마다 은영이가 무찔러야 할 장애물로 설정했다"면서 "은영이가 무찔러야 하니까 경계심을 가져야 할 존재로 보여야 했고, 또 소설에 젤리로 표현돼 있기 때문에 물 같은 속성을 가져가야 했다. 그래서 색깔은 알록달록하지만 만지기 싫은 양 극단의 감정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는 모양이면 어떨까 싶었다"고 말했다.

젤리의 모양은 실제 동물들에서 참고했다고. 이경미 감독은 "우리가 쉽게 볼 수 없지만 실제 존재하고 있는 동물들을 레퍼런스로 삼았다"면서 "문어젤리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생긴 문어가 있다. 지하실에 젤리들을 우리는 해산물 젤리라고 불렀다. 심해에 각종 해산물들을 모델링을 해서 젤리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1회에서 땅을 뚫고 나와 목련고의 학생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두꺼비 젤리는 실제 두꺼비 소리와 한아름 역을 맡은 배우 이주영의 목소리를 섞어서 사용했다는 재밌는 비화도 함께 전했다.

'보건교사 안은영' 공개 이후 신인 배우들의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배우 현우석부터 박혜은 권영찬 박세진 송희준 이석형 심달기 등이 극 중 목련고 학생들로 등장해 완벽한 캐릭터 소화와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것. 신인 배우 모두 이경미 감독이 직접 오디션을 통해 발탁했다.

학교물이기 때문에 신인 배우들을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다고. 이경미 감독은 "은영이 못지않게 여러 가지 학교의 풍경을 보여줄 수 있는 친구들은 전부 오디션을 봤다. 지독하게 오디션을 봤다. 이것이 넷플릭스 플랫폼 특성상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소개된다는 점을 염두에 둬서 한국에 이런 다양한 얼굴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기존의 한국 드라마에서는 생각보다 보기 힘들었던 얼굴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신인들의 얼굴도 개성이 강했으면 좋겠다고 싶었다. 안면인식 장애자가 봐도 구분이 갈 정도로 개성이 있었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보건교사 안은영'의 원작 팬들과 새로운 시청자들을 모두 사로잡은 부분은 CG다. 말랑말랑하면서도 기괴한 젤리들부터 다양한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CG로 구현돼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이에 이경미 감독은 "제가 그동안 해왔던 작품은 CG가 많은 작품들이 아니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 CG 분야를 경험을 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면서 "책에 쓰인 초현실적인 부분은 읽는 사람이 각자 상상할 뿐이지 않나. 각자의 상상에 맡겨진 부분들을 어떤 모양과 색깔의 움직임으로 구현할지 고민하는 일이 제게 쉽게 다가올 기회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기회가 왔을 때 마음껏 하고 싶었다"고 했다.

"소설을 재밌게 보신 분들이 이런 재미도 있을 수 있구나라는 새로운 시선으로 '보건교사 안은영'을 즐겁게 봐줬으면 했다. 소설도 재밌고 드라마도 재밌다는 평을 듣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이경미 감독의 '보건교사 안은영'은 원작 팬들의 기대를 만족시키면서, 새로운 시청자들에게 기괴하면서도 명랑한 세계관으로 초대하면서 웰메이드라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보건교사 안은영'의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시즌2에 대한 시청자들의 바람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이경미 감독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리뷰들을 찾아보면서 자연스럽게 시즌2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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