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청춘기록 [인생장면]
2020. 10.17(토) 13:50
청춘기록 몇부작 재방송 찰리정 촬영지 인물관계도 서현진 강한나 박보검 키 박소담 변우석 하희라 신애라 신동미 이창훈 권수현 조유정 박수영 한진희 이재원 서상원 정민성 박성연 장이정 박세현 임기홍 1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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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tvN 드라마 ‘청춘기록’(극본 하명희·연출 안길호)의 배우지망생 사혜준(박보검)은 기세를 타고 전 국민이 좋아하는 톱스타로 거듭난다. 재밌는 대사는 이런 대목이다. 사혜준의 측근들은 삶을 선하고 올바르게 살아가려는 혜준에게 “정신 차려라. 세상에 네가 망하길 바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있느냐”라는 우려를 터뜨린다.

평범한 사람이라곤 해도 누구나 외부로부터 저런 위기감을 느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혹은 질투심으로 말미암아 자신이 주변인에게 위기감을 준 경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불행에 위안을 얻는 심리는 한국사회만의 본능은 아니다. 공교롭게 독일어엔 이를 통칭하는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말이 있다. 고통이라는 뜻의 ‘샤덴(Schaden)’과 환희라는 뜻의 ‘프로이데(freude)’를 합친 이 단어는 ‘너의 불행이 곧 나의 기쁨’이라는 관용구인데 이는 성선뿐 아니라 성악의 가능성을 내포한 인간 복합성의 개념이기도 하다.

학창시절 질투라는 관념을 실감한 일이 있다. A(女, 당시 16)는 언제나 갖고 싶은 것이 많았다. 가령 그는 동네 지인들과 티타임을 벌이는 자신의 전업주부 엄마를 물색없다 여겼고, 그 불똥이 절친인 내게 튀었다. A는 인근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내 엄마와 자기 엄마 처지를 비교하며 내게 하릴없는 적의나 속상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내 혼란도 만만치 않았다. 태어나보니 내 엄마는 원래 선생님이었을 뿐인데, 좋아하는 친구 A가 나를 질시하고 싫어하게 될까 노심초사했다. 돌이켜보건대 이는 한국 전업주부 어머니들이 커리어우먼에게 갖는 부러움이 딸 A에게까지 전이된 케이스일 것이다. 실제로 A는 제 어머니 한을 대리하는 것처럼 임용고시를 기웃거리거나 교육학 대학원에 목을 매기도 했다.

그렇다면 여교사들의 실제 삶은 어떨까. 한국의 중요한 전문직임에도 오늘날의 여교사나 간호사란 남자들로 하여금 더부살이의 이득 값으로 간주된다. 예컨대 여교사는 “한국 여자들 중 최상급은 아니”라는 미묘한 가스라이팅(gaslighting)에 시달린다. 특수교육 교사인 올케 B(女, 31)는 소개팅 남성에게 “장애아들을 가르치는 일이니 쉽고 편하겠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고 증언했다. 고수익 전문직들의 만남은 한층 비즈니스적이다. 여의사 C(女, 38)는 맞선 남성에게 “의전원(의학전문대학원) 출신이잖냐”라는 지적을 당했다. 여차저차 C는 동종업계 페이닥터와의 결혼을 약속했지만 여의사들끼리 신랑 집안, 혼수를 비교하는 탓에 또 한 번 좌절감을 맛봤다. 가령 70~80년대 출생 여아들은 “네가 공무원이면 벌써 좋은 남자에게 시집갔을 것”이라는 내부 종용을 당하기 일쑤였을 것이다. 요컨대 한국 여성들의 값어치는 ‘유용성’으로 통용되곤 한다.

어쨌든 위와 같은 사연조차 경제 성장기를 누린 부모 밑에서 다양한 진로를 계산해 볼 수 있었던 70~80년대생들의 호사였다. 현재 90~00년대생 청춘들의 공정 감각은 또 다르다고 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공정이란 부자 부모를 둔 ‘금수저’의 세습이야 당연하지만, 털끝만큼의 자기 손해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관료 체제의 신입사원 관리도 나날이 까다로워진다. 잔업이라도 주어지면 “...제가요?”라고 차디차게 정색하는 20대들이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무언가에 헌신하다 실패한다면 초라한 배후로부터 재기 기회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으로 한국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원하는 성공, 외양, 젊음, 재력, 환경에 큰 욕망을 느껴본 적은 없다. 그보다 마음이 약해지는 순간은 이런 것이다. 예컨대 화사한 인상의 동년배 여성 D가 처음 만난 내 기색을 살필 때가 있다. 내가 자신의 외양을 질투하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가늠해보는 것인데, 그간 얼마나 많은 타인들에게 견제를 당했으면 저런 방어기제가 나올까 싶어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것이다. 동시에 그런 것들을 타고나지 못해 D를 본능적으로 시샘했을 또 다른 여성들을 애틋해하는 심정도 있다. 그리하여 대다수의 무해한 여성들이 짧은 인생을 한낱 세간의 평가 기준에 의탁하지 않길 바란다. 물론 내 욕망은 남들과는 좀 다른 이상한 곳에 있다. 그런 순간들을 발견하고 눈치채고 언어화하는 쾌락. 매순간 그런 헛똑똑이로 사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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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N '청춘기록'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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