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그룹 영어토익반' Y세대에게 보내는 X세대의 메시지 [씨네뷰]
2020. 10.21(수) 09:00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90년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과거의 이야기가 시간을 넘어 현재 사람들의 공감대를 건드린다. X세대가 Y세대가 보내는 메시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힘은 공감이다.

21일 개봉된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제작 더 램프)은 입사 8년 차 동기 이자영(고아성), 정유나(이솜), 심보람(박혜수)이 회사가 감추려는 진실을 밝혀내려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삼진그룹 입사 8년 차 동기 이자영, 정유나, 심보람이 처한 현실에서 출발한다. 영화의 배경은 1990년대. 60년대, 70년대에 태어난 X세대가 성인이 돼 직장에 취직한 시점이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세 주인공 자영, 유나, 보람 역시 X세대다. 이들은 모두 훌륭한 실무 능력을 갖고 있으나,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만년 말단 사원의 운명을 걷게 된 인물들이다. 때문에 3인방을 포함한 대다수의 여 직원들은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 들어갔음에도 잡일을 하는 데 모든 시간을 보낸다. 상사들의 취향에 맞춰 커피 타기, 쓰레기 치우기, 바닥 쓸기 등이 주 업무다. 그러다 임신이라도 하면 이들은 쫓겨나듯이 회사를 떠나야 한다. 토익 점수 600점을 넘으면 대리를 달아주겠다는 공고가 내려오지만, 단 3개월 안에 이 점수를 넘기는 건 고졸 사원들에겐 높은 벽 같기만 하다.

결국 이들은 을의 자리에서 현실에 안주해가며 살아간다. 업무 능력 향상에는 도움이 될 리가 없는 커피 타는 시간을 경쟁하고, 기계같이 회사에서 시킨 일들을 행하며, 당연하듯 상사의 잘못을 덤터기 쓴다. 꿈은 잃어버린지 오래고, 퇴직금이라도 타 해외여행을 가겠다는 당시로선 터무니없는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그러던 중 최동수 대리(조현철)와 잔심부름을 하러 공장으로 떠난 이자영은 하수구에서 검은 폐수가 흘러나오는 걸 목격하곤 상사에게 곧바로 보고한다. 이후 마을 사람들에게 합의금을 전하며 사건은 해결되는 듯하지만 미심쩍은 결과를 낳는다. 이에 이자영은 두 입사 동기와 함께 해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회사와의 '맞짱'을 선포한다.

한 세대가 지나 X세대의 자리는 점차 80년대부터 00년대 사이에 출생한 Y세대가 대체하기 시작했지만, 그때의 상황과 고민은 지금의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굳이 차이점을 찾자면 영화는 1990년대, 현재는 2020년이라는 것 정도다. 2020년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그때의 그들처럼 직장에 들어간 뒤 현실과 타협하며 '미생'의 삶을 살고 있거나, 높은 벽에 가로막혀 길을 잃고 방황할 뿐이다. 그렇기에 무려 30여 년 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속 인물들의 모습은 공감을 자아낸다. 또 이들의 내뱉는 말과 행동이 현세대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그리고 이때 X세대들은 자신의 꿈을 잊은 채 바쁘게 살아가는 현세대에게 메시지를 보내온다. "사람들이 요만큼이다 정해놓은 삶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고, 재밌는 걸 하고 살라"고.

봉현철 부장(김종수)은 심보람이 자신이 뭘 해야 할지 모르고 방황하자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어 봉 부장은 "좋아하는 걸 찾기 힘들면 싫어하는 걸 찾아봐라. 좋아하는 걸 못 찾아도 괜찮다"라고 조언한다. 어떻게 보면 이런 당연한 말들을 늘어놓는 봉 부장이 시쳇말로 '꼰대'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봉 부장은 그저 인생의 선배로서 심보람이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후회하지 않길 바랄 뿐이기에, 오히려 심보람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그에게 힘을 준다.

X세대 심보람이 하는 걱정들이 현세대와 많은 차이점이 없기에, 봉 부장의 진심 어린 위로는 스크린을 넘어 현실의 사람들을 위로하고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영화 속에서 메시지를 전하는 건 봉 부장뿐이 아니다. 반은경 부장(배해선)은 마치 유행어를 내뱉듯 "어제의 너보다 오늘 더 성장했어"라고 말하고, 정유나는 "나 말고 널 좀 봐"라고 외친다. 이들의 말은 과장되지 않고 꾸밈이 없기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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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영화는 내내 따스하고 자극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심심한 것만은 아니다. 특히나 삼진그룹 3인방의 매력은 가히 중독적이다. 이자영은 오지랖이 넓지만 인간미가 느껴지고, 정유나는 겉으로는 차갑지만 속은 누구보다 따스하다. 심보람은 예측할 수없이 통통 튀지만 사랑스러움이 가득하다. 고아성, 이솜, 박혜수 세 배우는 마치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 내 몰입도를 높인다.

또한 만년 말단 사원인 평범한 이들이 마주하는 사고들로 적재적소에 극적인 긴장감을 불어넣는 완급조절이 탁월하다. 회사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폐수, 그리고 이와 얽힌 각종 비리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계속해 추리하고 또 원흉이 누굴까 의심하며 극을 따라가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

이렇듯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현실을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들의 가슴을 울리는 각종 메시지와 사랑스러운 캐릭터들,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추리하는 재미까지 더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다. 갑갑한 세상, '사이다'가 필요하다면, 갑들을 향한 을들의 시원한 한방이 담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보길 추천한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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