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도 없이' 유아인의 반전 [인터뷰]
2020. 10.25(일) 11:00
소리도 없이 유아인
소리도 없이 유아인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소리도 없이'는 관객들에 대한 유아인의 유쾌한 '배신'이다. 유아인에게 기대하는 이미지는 '소리도 없이'에서 단 한순간도 보이지 않는다. 그 배신이 기분 나쁘지 않은 건, 유아인처럼 우리도 그의 변신을 무의식적으로 갈망해 왔기 때문이다. 고정화된 이미지로 인한 지루함을 탈피하기 위한 유아인의 답은 그렇게 '소리도 없이'로 완성됐다.

최근 개봉된 영화 '소리도 없이'(감독 홍의정·제작 루이스픽쳐스)는 '소리도 없이'는 납치한 아이를 맡기고 죽어버린 의뢰인으로 인해 계획에도 없던 유괴범이 된 두 남자의 위태로운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유아인은 묵묵히 범죄 조직의 뒤처리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태인을 연기했다.

'소리도 없이' 속 유아인은 낯설다. 풍채도 그렇고, 화장기 없는 얼굴, 삭발한 헤어스타일 등 그동안 우리가 알던 유아인과 사뭇 다르다. 이는 유아인이 의도한 것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하면서 만들어진 '배우 유아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깨부수고 싶었다고. 유아인은 "고정화된 이미지를 벗어나면서 입체적으로 '유아인'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유아인은 신인 감독과의 작업에 망설이지 않았다. 유아인은 "신인 감독님과의 작업에 대한 기대감이 있던 시기"라면서 "안정적인 선택보다는 전과 다른 일들을 할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의정 감독님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기대감이 더 커졌다"고 했다.

"배우 유아인은 새로움과 점점 멀어지기는 하지만, 새로운 결의 작업을 통해서 조금 다른 순간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가 있었어요. 제 몸이 다르게 쓰일 수 있는 현장에 대한 갈증도 있었죠. '소리도 없이'가 그 점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작품이었어요. 저 스스로 지루하지 않은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심도 있었죠."

태인의 캐릭터를 만들기까지, 유아인의 의견이 반영됐다. 홍의정 감독이 촬영해 놓은 콘셉트 영상에서는 긴 머리카락에 마른 몸이었지만, 체중을 15kg 증량하면서까지 살집이 있는 설정으로 바꾸고 싶었단다. 지금까지 연기해 온 캐릭터들을 지워내고, 오롯이 태인으로 녹아들기 위한 결정이었다. 또한 그는 "비슷한 설정의 영화들에서 남자 주인공들의 모습이 천편일률적이지 않나. 마른 몸이어야만 인물이 불쌍해 보이는 건 너무 예스러운 발상이지 않나"라고 했다.

증량뿐만 아니라 삭발까지 감행하며 태인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유아인은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배우의 길을 걸어온 '유아인'을 지워내고 태인이 되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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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에서 유아인은 필모 그래피 최초로 대사 한 마디 없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대사가 아닌 표정과 몸짓, 눈빛으로만 인물의 감정을 그려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란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유아인은 "너무 편했다"고 했다. 이어 "많은 설정이나 의식적인 가공이 필요하지 않은 인물을 연기할 때 편안해지는 것 같다. 자연스러워진다고 해야 하나. 공간과 내 사이의 격차가 줄어드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면서 "현장에 도착해서 메이크업을 하는 순간 뭔가 달라지는 몸의 태도나 마음가짐들이 있다. 그런 행위를 안 하게 되니까 좀 달라지는 느낌이 있더라. 꼭 필요하고 좋은 컨디션을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현장에 존재하는 게 보다 좋은 것 같다"고 했다.

태인이 표현을 거부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는 유아인은 "저에게도 그런 면이 있다. 많은 표현을 하면서 살지만 내가 하는 표현들에 대한 알 수 없는 의심이 있기 때문에 다른 방식의 표현에 대한 의지가 생기기도 한다"고 했다.

말없이 세상과 감정으로 소통하는 것. 이는 태인뿐만 아니라 유아인도 필요로 했던 표현 방식이었고, '소리도 없이'를 통해 실현할 수 있었다. 말이 아닌 다른 표현 방식은 유아인을 한결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게 물꼬를 틀어줬다. 또한 유아인은 "머리카락이 없는 것과 메이크업하지 않은 것도 좋았다. 자연스러워 보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그런 환경 자체에 놓일 수 있다는 게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어서 이 작품의 작업들이 제게 의미 있게 남아있다"고 말했다.

연기도 어떠한 틀에 가두지 않고, 현장에서 느낀 그대로를 표현하는데 집중했다고. 유아인은 "어떤 감정이나 느낌들에 대해서 명확성을 부여하기보다는 열어둔 상태에서 연기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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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항상 뜨고 살려고 했는데 잘 감긴다. 어떤 의식적인 표현이나 표현에 대한 강박들이 그 눈을 가리지만, 선명하게 눈을 뜨고 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 것들이 가능하게 만들어준 현장들이 있었다. '소리도 없이'는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어떤 표현에 대한 강박을 떨쳐내고 내면의 눈을 뜨게 해 준 현장이었다"고 했다.

유아인은 '소리도 없이'로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한 꺼풀 벗겨내 보였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늘 변화를 꿈꾸는 그가 다음에 꿀 '꿈'이 무엇인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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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소리도 없이' 스틸, UAA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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