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옥 표 '펜트하우스', '마라맛' 전개 통했지만 [첫방기획]
2020. 10.27(화) 10:20
SBS 펜트하우스
SBS 펜트하우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기시감이 느껴지기는 했으나 김순옥 작가는 여전했다. '펜트하우스'가 휘몰아치는 전개와 자극적인 장면들로 시청자들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26일 밤 SBS 새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극본 김순옥·연출 주동민)가 첫 방송했다.

'펜트하우스'는 100층 펜트하우스의 범접불가 퀸,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욕망의 프리마돈나, 상류사회 입성을 향해 질주하는 여자가 채워질 수 없는 일그러진 욕망으로 집값 1번지, 교육 1번지에서 벌이는 부동산과 교육 전쟁을 담은 드라마다. '황후의 품격'으로 화제를 모았던 김순옥 작가, 주동민 연출이 다시 의기투합했고 유진 김소연 이지아 신은경 등 걸출한 배우들이 합류해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베일을 벗은 '펜트하우스'는 매운맛을 넘어 '마라맛'이었다. 꿈의 집 헤라팰리스에서 열린 파티, 주단태(엄기준) 심수련(이지아) 부부, 하윤철(윤종훈) 천서진(김소연) 부부, 이규진(봉태규) 고상아(윤주희) 부부, 강마리(신은경)는 호화로운 파티를 벌였다. 그러던 중 고층 펜트하우스에서 추락해 조각상 위에서 피를 흘리며 죽은 민설아(조수민)의 모습으로 드라마 시작됐다. 2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이야기는 명문 청아예고 입시를 앞두고 전전긍긍하는 유제니(진지희)와 타고난 성악 실력을 가졌지만 아버지 없이 자란 가난한 학생 배로나(김현수)가 대립하는 과정을 그렸다. 배로나의 엄마 오윤희(유진)은 자식을 건사하기 위해 자격증도 없이 부동산 컨설턴트 일을 하며 어려운 삶을 꾸리고 있었다. 배로나가 성악가의 꿈을 키우는 가운데, 오윤희는 "내가 죽기 전에는 성악 안 된다"며 역정을 냈다.

이어 밝혀진 오윤희의 과거는 충격적이었다. 그가 청아예고 탑을 놓치지 않던 성악과 학생이었던 것. 당시 명문 음대 프리패스권으로 통했던 청아예술제 트로피를 두고 금수저 천서진과 경쟁했고, 천서희가 부정한 방법으로 1등을 차지하자 트로피를 두고 몸싸움을 벌이던 도중 천서희가 휘두른 트로피에 목이 찔려 노래를 그만두게 됐다. 오윤희는 성악계를 떠났고, 천서진은 소프라노로 승승장구해 예고 입시를 전문으로 돕는 고액 과외를 하며 살고 있었다.

이후 유제니가 배로나의 노래를 듣고 질투에 휩싸여 배로나가 자신의 보온병에 약을 탔다는 자작극을 벌였다. 헬리콥터맘 강마리는 즉시 학교로 쫓아와 배로나의 머리채부터 잡았다. 뒤늦게 도착한 오윤희는 과거 자신과 천서진 사이의 일을 떠올렸고, 어떻게 해서도 돈과 권력은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되새겼다.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엄마의 말에 충격을 받은 배로나는 성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수개월 간 레슨을 부탁하던 천서진에게 찾아갔다. 천서진은 배로나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당황했고, 그가 오윤희 딸임을 알게 되자 충격을 받았다. 오윤희 역시 재회한 천서희 앞에서 당황했다.

오윤희는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완전히 각성했다. 자신의 아이를 앉혀 놓고 일방적으로 범죄자로 몰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의 억울한 과거를 떠올린 것. 자리에서 일어난 오윤희는 교장의 가슴을 걷어차며 통쾌한 한 방을 날렸고 배로나에게 "너 성악해. 엄마가 청아예고 꼭 보내줄게"라고 말했다. 그 길로 천서희를 찾아간 오윤희는 그가 애지중지하던 청아예술제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천서희의 목에 똑바로 겨누며 "가짜 1등, 도둑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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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90분간 이어진 충격적인 전개는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흥행하는 요소들도 빠짐없이 다 집어넣었다. 부모 세대인 오윤희 천서희로부터 시작된 갈등이 배로나 유제니의 예고 입시로 되물림되며 입시전쟁의 서막이 올랐고, 그 사이에는 소위 예술하는 금수저 집안과 일반 서민의 격차에 대한 이야기도 담겼다. 여기에 헤라 클럽 사람들의 모임에서는 돈놀이로 재미를 보는 주단태(엄기준)과 마마보이 변호사 이규진(봉태규), 외과 과장 하윤철(윤종훈)이 펼치는 부동산 이야기와 천서진 주단태가 벌이는 불륜까지 '막장드라마'의 모든 요소가 가득 차 있었다.

주동민 작가는 이런 '마라맛' 김순옥 작가의 대본을 쉼 없이 빠른 전개와 자극적인 화면으로 채웠다. 조각상에 피칠갑을 하며 추락사한 의문의 여인으로 시작한 드라마는 강마리가 오윤희 모녀에게 내뱉는 신랄한 언어 폭력과 머리채를 잡고 싸우던 천서희 오윤희의 물리적 폭력이 어우러지며 1회부터 역대급 '막장' 장면들을 만들어 냈다.

여기에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살리는 배우들의 활약도 주효했다. 유진은 마냥 순하지만은 않은 악바리 엄마의 모습으로 완벽히 변신했고, 김소연은 아름다운 악녀로 변신해 시청자들을 홀렸다. 제 딸 밖에 모르는 안하무인을 연기한 신은경, 온실 속 화초같이 온화하지만 비밀을 숨기고 있는 여인을 연기한 이지아를 비롯해 불륜을 저지르는 엄기준, 엄마에게 꽉 잡혀 사는 마마보이 봉태규, 시어머니에 두 시누이까지 역대급 시월드를 겪는 윤주희도 자신의 캐릭터를 십분 살려 극의 매력을 더했다.

다만 최근 비슷한 소재로 흥행한 'SKY 캐슬' '부부의 세계' 등의 기시감이 느껴진다는 점, 자극만 쫓다가 주객이 전도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해야 할 부분이다. 앞선 두 드라마 흥행의 열쇠는 우아한 상류층의 원초적인 욕망을 조명하고, 그 역설을 꼬집고 비트는 메시지에 있었다. 자극에만 집중한 드라마가 메시지를 담아내지 못하고, 논란만 던지는 주는 진짜 '막장드라마'에 그치지는 않을지 제작진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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