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원정대’,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것 [윤지혜의 슬로우톡]
2020. 10.27(화)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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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사람의 뇌는 꿈을 꾸는 것을 멈추는 때부터 노화가 진행된다. 뇌의 태생적 성향 자체가 안주와 편안함을 추구하고 있어, 더 이상의 설렘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시간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흡수해 버리는 까닭이다. 그리하여 가진 것을 더욱 고집스럽게 지키려는 힘은 강해지는 반면, 새로운 것을 수용하거나 도전에 응전하는 힘은 약해지고 만다.

MBC ‘놀면 뭐하니?’의 새로운 프로젝트 그룹 ‘환불원정대’는 앞서 ‘싹쓰리’에 참여했던 이효리의 장난스런 제안이 대중과 제작진의 뇌리에 의미 있게 꽂히며 시작되었다. 처음 말이 나왔을 당시에는 단순히 ‘센 언니’ 컨셉으로 엄정화와 이효리, 제시, 화사를 모아 보자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실현되는 가운데, 어쩌면 그들도 예기치 못한 새로운 시사점이 등장했다.

간단히는, 90년대를 풍미했던 디바 ‘엄정화의 눈물’이라 말할수 있을까. ‘환불원정대’에서, 이미 활발한 활동 가운데 있던 제시와 화사를 제외하고, 이효리(‘싹쓰리’로 돌아오기 전까지는)와 엄정화는 무대에 올라 가수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지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다양한 화제성 속에 얼굴을 비추었으나, 이들을 스타의 자리에 올려준, ‘본캐’라고도 볼 수 있는 가수로서의 활동은 여러 이유로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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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엄정화는 무대를 향한 그리움과 간절함이 더욱 커 보였는데, 성대 결절 수술 후 왼쪽 성대의 신경이 마비되면서 목소리가 온전히 나오지 않자 다신 무대에 서지 못할까 하여 홀로 마음 고생을 지독하게 했던 까닭이다. 이효리로부터 시작된 ‘환불원정대’의 실제적 구현이 그녀에겐 무엇보다 특별한 행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으리라.

‘환불원정대’에 합류해서도, 나오지 않는 목소리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했다. 하지만 유재석이 자신의 인맥을 동원하여 데리고 온 보컬코치를 통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게 아니라 두려움 때문에 내지 못하고 있었음을 깨달으면서, 그리고 함께 하는 이들의 응원과 격려에 힘입어, 엄정화는 결국 그녀만이 낼 수 있었고 낼 수 있는 목소리를 되찾고 무사히 ‘환불원정대’의 무대에 올랐다.

그 뿐인가. 다시 받지 못할 수 있다 여겼던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를, 그것도 아주 성공적으로 받고 있는 중이다. 이 과정이 우리에게 하나의 감동으로 다가왔는데, 그저 왕년의 영광이 복기되어서, 추억을 상기시켜서가 아니다. ’누가 뭐래도 멈추지 마’란 그들의 타이틀곡 ‘DON’T TOUCH ME’의 가사처럼, 시간의 흐름이 당시의 환희를 지나간 세월의 것이라 지울 수 있다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간절하게 자신의 생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반짝거림은 지우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엄정화에게 성대 결절 수술의 후유증은, 어쩌면 더 이상 무대에 서지 못할 때가 되었다는 두려움과 직결되는 하나의 상징적 상황이었을지 모른다. 이를 ‘환불원정대’는 함께, 보기 좋게 이겨내 준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외부의 압박이 두려워 때마다 제공된 기준에 삶을 끼워 맞출 필요가 없음을, 꿈은 계속 꾸어도 되고 그래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환불원정대’의 존재가치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MBC '놀면 뭐하니?'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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