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굴' 이제훈이 만든 변수 [인터뷰]
2020. 11.09(월) 09:00
도굴 이제훈
도굴 이제훈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도굴'은 배우 이제훈에게 '변수'다. 매 장면을 곱씹으며 그 의미를 파고들거나,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일까 고민해야 했던 여타 출연작과는 결이 다르다.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편안히 즐기며 볼 수 있는 '도굴'은 이제훈이 이어온 필모그래피의 방향에서 벗어난 선택이다. 그렇지만 이제훈이 배우로서 계속해서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만든 '신의 한 수'였다.

4일 개봉된 영화 '도굴'(감독 박정배·제작 싸이런 픽쳐스)은 타고난 천재 도굴꾼 강동구(이제훈)가 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땅 속에 숨어있는 유물을 파헤치며 짜릿한 판을 벌이는 범죄오락영화다. 이제훈은 극 중 능글맞으면서도 허세 가득한 천재 도굴꾼 강동구를 연기했다.

이제훈이 '도굴'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관객들이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영화 '파수꾼' '박열' '사냥의 시간' 등을 선택해 왔던 이유와는 달랐다. 이에 대해 이제훈은 "저는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앉아서 스트레스 해소하며 볼 수 있는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왜 배우로서 나는 그런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었나 싶었다"고 말했다.

도굴이라는 소재의 신선함과 이야기의 흐름,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이 이제훈의 그런 생각에 더욱 확신을 주었다. 그래서 이제훈은 지금껏 자신이 해보지 않았던 결의 작품과 캐릭터를 스스럼없이 선택하게 됐다.

출연 선택의 이유도 달랐던 만큼, 연기도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단다. 이제훈은 "깐족대면서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모습은 없었다. 제가 그런 타입이 아니었다"면서 "이번에는 다 내려놓고 즐기면서 했다"고 했다.

"그냥 즐기면서 하고 싶었다"는 이제훈의 생각은 캐릭터에 딱 맞는 접근이었다. 고가의 유물을 검은 봉지에 달랑달랑 들고 다니는 허세나 거짓말을 간파당했음에도 태연하게 능청을 떨어대고, 상대방의 화를 돋우는 깐족거리는 강동구를 이제훈은 이것저것 재지 않고 영화의 흐름에 맞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펼쳐냈다. 그렇기에 강동구의 매력이 한층 생동감 있게 스크린에서 살아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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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엄청난 대사량은 고민으로 다가왔다. '도굴'에 등장하는 유물 수만큼이나 강동구가 소화해야 하는 대사량은 어마어마했다. 이에 이제훈은 "고민이 있었지만 정말 흥미로운 건 시나리오 자체가 재밌다 보니까 어떻게 표현해야 되지라는 괴로움이 현저하게 낮았다"면서 "그냥 즐긴다는 마음으로 현장에 갔다. 그 즐기는 기분을 대사를 하면서 뿜어냈다"고 했다.

이어 이제훈은 "제 대사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 많은데, 단순히 관객들이 '내가 지금 이 정보를 듣고 있구나. 영화를 이해하는데 써야지'라는 마음으로 들으면 재미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면서 "관객들이 흥미롭게 이 이야기들을 듣기를 바랐다. 단순히 딕션을 강조해서 잘 들리게끔 한다기보다는 이런 부분이 재밌을 것 같다는 들뜬 마음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제훈은 함께 연기한 배우들 덕분에 이 고민을 어느 정도 덜 수 있었다고 했다. 이제훈은 "제가 연기하면 리액션을 잘 받아주셨다. 그래서 강동구도 잘 살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소품과 세트도 이제훈이 강동구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이제훈은 "제작진과 미술팀이 세트장을 잘 구현해줬다. 그래서 갈 때마다 놀랐다. 잘 세팅을 해줘서 배우들은 연기만 했으면 됐다"고 했다.

특히 수장고 신을 촬영할 때는 절로 상황에 이입할 수밖에 없을 만큼 유물의 디테일이 상당했다고. 이제훈은 "수장고 들어갔을 때 공간에 대한 아우라도 그렇지만 크고 넓은 공간에 실제 문화재는 아니지만 그것에 영감을 받아서 아주 흡사하게 재창조된 유물들이 즐비돼 있는 것을 봤을 때 무언가 에너지가 느꼈다"면서 "내가 박물관에 와서 유서 깊은 우리나라의 유물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고 했다.

이어 이제훈은 "디테일하고 세밀하게 만든 소품들을 관객들이 큰 스크린으로 봤을 때 뭔가 다르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실제 우리 문화재라고 느끼면서 영화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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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을 촬영하고 나서 앞으로 더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용기가 생겼어요. 사람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개인적으로 커졌어요."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결의 작품과 캐릭터를 연기하며 이제훈은 아주 큰 변환점을 맞이했다. 스스로도 '도굴' 이후 작품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할 정도로, '도굴'은 이제훈의 필모그래피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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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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