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규환' 최하나 감독, 이혼 편견 향한 한방 [인터뷰]
2020. 11.23(월) 10:30
애비규환 최하나 감독
애비규환 최하나 감독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자신이 만든 위풍당당한 캐릭터처럼, 첫 장편 데뷔작에 자신이 하고 싶은, 또 해야만 했던 이야기를 우직하게 담아냈다. 영화 '애비규환'의 최하나 감독을 만났다.

지난 12일 개봉된 '애비규환'(감독 최하나·제작 아토ATO)은 똑 부러진 5개월 차 임산부 토일(정수정)이 15년 전 연락 끊긴 친아빠와 집 나간 예비 아빠를 찾아 나서는 설상가상 첩첩산중 코믹 드라마다.

'애비규환'은 최하나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대학교 졸업을 위해 쓴 시나리오라고. 최하나 감독은 이에 대해 "담당 교수님이 '네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 수 있는 이야기를 써라'고 했다"면서 "그럼 나와 닮았다고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뭘까 생각하면서 좋아하는 영화와 해보고 싶은 영화들을 써봤다. 추려 보니까 가족 영화들이 많았다"고 했다.

코미디의 색깔이 있는 영화지만, 그것 때문에 토일이 가족들의 고민이 얕아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이에 최하나 감독은 코미디 색깔은 유지하되 현실에 발붙이고 있는 이야기를 만들려고 고심했다고 했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자신의 경험, 주변 지인들의 이혼과 결혼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가져와 '애비규환'을 만들었다고 했다.

사실 최하나 감독은 '애비규환'을 연출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네가 쓴 시나리오는 재밌는데 영화는 재미없다"라는 이야기를 줄곧 들어왔기 때문에 연출에 자신이 없었다고. 그러나 자신이 공들여 쓴 시나리오와 캐릭터들이 다른 사람의 손을 타 퇴색되는 것보다는 제일 잘 아는 자신이 연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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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 남자 친구와의 불꽃같은 사랑으로 임신을 하게 되자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스스로 5개년 계획을 발표한 뒤 "내가 누구를 닮았는지 알아보겠다"며 난데없이 15년 전 헤어진 친아버지를 찾으러 떠나는 위풍당당한 토일이. 그룹 에프엑스 출신 배우 정수정은 토일이의 주체적인 성격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자연스럽게 스크린에 펼쳐냈다.

아이돌의 이미지가 강했던 정수정이 토일을 연기할 거라고는 최하나 감독도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라고. 최하나 감독은 "수정 씨가 독립영화를 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에프엑스의 화려한 이미지가 강해서 토일이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걸그룹 이미지는 첫 만남에 깨졌다. 실제로 정수정을 만난 순간 최하나 감독은 "제가 상상했던 토일이 보다 더 좋은 버전의 토일이를 보는 것 같았다"고 했다.

첫 미팅 이후 최하나 감독은 정수정과 대화를 나누면서 토일이의 성격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드는 디테일 등을 고안하기도 했다. 화장기 없는 얼굴이나 질끈 묶은 긴 헤어 스타일과 수수한 옷 등 두 사람은 토일이의 외면과 내면을 함께 만들어나가며 전무후무한 여성 캐릭터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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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염려에도 당당하게 결혼을 추진해 나가던 토일은 친아빠와 남자 친구 호훈(신재휘)을 찾는 과정에서 확실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미래가 불행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초조해진다. 이러한 전개에 대해 최하나 감독은 "토일이는 걸 크러시라고 하는 강하고 완전 무결한 여자가 아니라 강하고 멋진데 결함도 있는 사람"이라면서 "여자도 사람인데 이상한 욕망을 가질 수 있고, 자기 자신을 너무 과신해서 후회를 하기도 하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던 토일은 결말 부분에 어떠한 선택을 내리게 된다. 이에 대해 최하나 감독은 "토일이의 선택이 이해가 안 간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토일이 앞에 놓여있는 미래를 단정 짓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는 토일이의 '아버지 찾기' 과정을 통해 이혼 가정을 편견이 아닌 따뜻한 시선을 바라본다. 이혼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실패를 바로잡기 위한 선택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시선이 깊은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특히 고등학생 토일이 다른 친구 부모의 이혼을 두고 험담하는 친구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장면은 최하나 감독이 클리셰를 깨고 싶어 의도적으로 넣은 장면이기도 하다. 최하나 감독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혼 가정에 대해 수근거리고, 비밀을 간직한 아이가 그걸 듣고 울며 뛰쳐나가지 않나. 그런 클리셰를 너무 깨고 싶었다. 그 상황을 비웃어 주는 인물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면서 "토일이의 태도가 이 영화의 태도라고 생각했다. 같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토일이 처럼 반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하나 감독은 "사회적으로 이혼에 대한 편견이 만연해 있지 않나. 그걸 보고 자라온 아이들에게 편견은 자연스러운 일일 테다. 그러나 그런 편견이 자연스럽긴 해도, 옳은 건 아니다.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애비규환'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자신의 소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애비규환'을 선물 같은 영화라고 말한 최하나 감독은 "이 영화의 한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당연히 비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저는 만족하고, 저에게 선물 같은 영화라서 어떤 반응이 있어도 위태로울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애비규환', 리틀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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