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김선호, 남주인공 위협하는 존재감 [윤지혜의 슬로우톡]
2020. 11.23(월)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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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라고 누구나 ‘서브병’을 앓게 하진 않는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일명 ‘서브병’, 드라마의 주요 애정 전선에 속하나 여자주인공(혹은 남자주인공)의 사랑은 받지 못하는 인물에게 마음을 속절없이 빼앗기는 상황을 일컫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부분 이러한 현상이 특정 마니아층, 그러니까 서브 주인공만을 골라 좋아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스타트업’에서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tvN 드라마 ‘스타트업’(연출 오충환, 극본 박혜련)에서 ‘한지평’이란 인물을 연기 중인 배우 김선호를 향한 대중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드라마의 방영이 시작된 이후, 작품 내에서의 장면들 뿐 아니라 그가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모습 등이 SNS를 떠돌며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은 김선호가 맡은 한지평은 서브 남자주인공, 단어 그대로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배역을 ‘서브’하는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즉, 남자주인공인 ‘남도산’(남주혁)을 빛나게 하는 역할로 존재하니 당연히 스포트라이트도 덜 받을 수 밖에 없는 입장인데, 놀랍게도 현재의 상황 상으로는 그가 발휘하는 매력이 남도산을 압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서브병’을 앓는 특이 체질이고 아니고를 떠나, 시청자들의 대부분이 누구를 선택하고 또 지지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는 최대의 난관에 부딪혀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사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동안 우리가 여러 작품에서 만났던 옴므파탈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대량 보유하고 있긴 하다. 차가워 보일 정도로 상당히 이성적이고 쉽게 감상에 휘둘리지 않으며 상대방의 마음이 어떤 상태에 놓여 있던 제 할 말 다하고 마는, 제 잘난 맛에 사는 것 같으나 결정적인 순간에 마음이 여리다. 쉽게 말해 자신이 마음을 두고 있는 대상에 한해서는 한없이 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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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고아로 자랐다는 사연까지 있는 인물이어서 시청자들의 마음이 충분히 흔들릴 만하다. 하지만 서브에겐 이야기가 자신의 주요 흐름을 보호하기 위해 설정해 둔 서브로서의 한계가 명확히 존재하고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어찌된 일인지 ‘스타트업’의 한지평은 그 경계를 넘어 남자주인공의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해당 역할을 맡은 배우의 출중한 역량 때문이라는 것. 한지평을 제 몸에 꼭 맞는 옷처럼 입어내고 있는 김선호의 연기력이, 안그래도 이야기의 쫀쫀한 힘을 위해 기본적인 매력을 탑재하고 있는 서브 캐릭터의 힘을 한층 더 증폭시켜 남주혁의 남도산의 영역까지 침범해 버리고 만 게다. 이로써 또 한 명의 ‘본격 서브병 유발 남주’가 탄생했으니, 서브를 맡은 배우로서 이보다 더 기분 좋은 성과가 또 없겠다.

서브라고 누구나 서브병을 앓게 하진 않는다. 것도 이렇게 대대적으로. 작품을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지면서 대중의 눈은 높아졌다. 이제 이야기가 당연하다는 듯 건네는 남녀주인공의 매력을, 단순히 받기만 하지 않는다. 그들의 매력이 보는 이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그들이 이야기의 주요 흐름을 담당한다 해도 시청자들은 주변에 더 큰 매력을 드러내는 인물에게 시선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결국 연기력의 이야기로, ‘스타트업’의 한지평, 배우 김선호가 이를 제대로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tvN 드라마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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