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수 변화 일으킨 BTS '다이너마이트'X봉준호 '기생충' [이슈&톡]
2020. 11.25(수)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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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K-컬처의 힘이 성역을 뚫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부터 봉준호 감독까지 K-콘텐츠가 일시적 화력을 넘어 백인권 중심의 미국 문화 권력을 재편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카데미에 이어 이번엔 그래미 정복을 눈앞에 뒀다.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내년 1월 31일 개최되는 ‘제63회 그래미 어워드’에 노미네이트 됐다.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에 올라 두아 리파, 아리아나 그란데 등 세계적인 스타들과 나란히 어깨를 겨룬다.

팝시장 안착 BTS , '달라진 그래미'와 시너지로

한 해 팝 음악 신을 마무리하는 최고의 축제는 단연 그래미다. "후보에 오르니 수상 욕심도 생긴다"는 방탄소년단의 소감은 그래미가 이들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빌보드 어워드’를 석권한 이들이지만 방탄소년단에게 그래미는 유독 진입 장벽이 높았다. 미국 시장 정복을 꿈꾸는 방탄소년단에게 남은 유일한 숙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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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에 오른 것만으로 ‘K-팝 가수로는 물론 아시아권 뮤지션 최초‘라는 평가를 받지만 이 수려한 타이틀은 그 만큼 그래미의 성벽이 높음을 의미한다.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중에서도 유독 유색 인종에게 까다로운 그래미의 후보 선정과 수상은 나라스(NARAS, 미국레코드 예술과학 아카데미)회원들과 동료 뮤지션들의 투표로 이뤄진다. 나라스는 그간 보수적인 투표 관행을 보여왔고, 유색인종은 물론 여성 아티스트에게도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래미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올해 초 열린 ‘제62회 그래미 어워드’는 여성 아티스트 후보와 수상자가 늘였고, 방탄소년단이 후보로 오른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은 방탄소년단과 그래미에서 컬래버 무대를 선보인 바 있는 흑인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s X)가 수상했다. 세계 문화의 화두로 떠오른 ‘다양성(Diversity)’에 대한 요구를 그래미도 서서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미 보수 평론가·관객 다 잡은 '기생충' 의미

미국 보수 문화 집단의 변화는 한국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 석권도 증명해준다.

미국 보수 음악신을 대변하는 축제가 그래미라면 보수 영화신을 대변하는 건 아카데미다. 방탄소년단은 뉴미디어를 기반으로한 팬연합 아미들의 결집이 발화점이 되어 미국 시장에 안착했지만,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은 소수 평론가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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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는 100년 역사에도 불구, 단 한 번도 아카데미에 진출하지 못했다. 다문화에 대한 배척, 인종 차별 문화 등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 탓이다. 그간 수많은 한국 영화들이 아카데미 문을 두드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기생충' 전에는 후보에도 들지 못했던 게 현실이다. '기생충'에 매료된 전미 비평가들의 입김은 '기생충'에게 아시아 최초, 최대 오스카 트로피 수상이라는 쾌거를 안겨 줬다.

하지만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은 백인 중심주의의 소수 문화집단을 움직였다는 성과에만 그치지 않는다. 북미 지역 일반 극장에서 개봉돼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점은 괄목할만 하다. 북미 현지에서 개봉된 외국어 영화 사상 네 번째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보수 평론가 집단을 넘어 자막 영화를 낯설어 하며 거부감을 느기는 평범한 미국 관객을 움직인 것이 '기생충'의 또 다른 성과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가치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최근 하버드 대학은 이들의 성공 사례를 분석한 보고서를 강의 교재로 썼다. 방탄소년단에 대한 연구가 학문으로도 분석되는 이유는 기존 미국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킨 아시아 아티스트, 콘텐츠에 대한 열광이 소수 매니아의 일시적 호기심에 그쳤던 것과 달리 다양한 인종과 계층을 기반으로 한 견고한 문화 현상으로 자리매김 했기 때문이다. 정통 미디어와 현지 보수 문화집단의 힘을 빌리지 않은 미국 내 아시아권 문화 현상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미국의 한 유명 팝스타는 미국 음악 시장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영혼을 악마에 팔아야 한다"며 "엘리트들, 음악 산업을 주관하는 집단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움직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탄소년단과 봉준호는 스스로의 힘으로 미국 보수 문화 집단의 성벽을 부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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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그래미 | 방탄소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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