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일색인 방송계, 거품이 빠진다면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1. 01.10(일)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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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지만 현재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으로 포화상태에 이른 예능 방송을 보고 있자면 걱정부터 앞선다. 무엇이든 도를 넘어, 범람하는 정도에 다다르면 적지 않은 양의 거품이 섞인 것으로 거품이 빠지고 나서의 피해는 상당하니까. 게다가 직격탄을 맞는 쪽은 항상 피라미드의 아래쪽에 위치한 이들이다.

TV조선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의 연이은 흥행은 트로트란 장르를,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가요와 예능의 중심에 올려놓을 만큼 거대했다. 사실상 젊은층이 즐겨 듣고 보는 것들 위주로 이루어져 왔던 방송계가 이제는 과거 트로트가 주였던 시대에 젊음을 보낸 중장년층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으니 놀라운 변화다. 이들의 파워가 예상 외로 강력하다는 점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매체가 다각화된 이후로 도달하기 쉽지 않던 20%의 시청률을 넘나 들었음은 물론, 해당 프로그램에서 조명을 받은 트로트 가수들은 웬만한 아이돌 가수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KBS 2TV ‘트롯 전국체전’, SBS ‘트롯신이 떴다’, MBC ‘트롯트의 민족’, TV조선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와 ‘뽕숭아학당’, MBN ‘보이스트롯’과 ‘트롯파이터’ 등 종영이 되었거나 앞둔 것들을 포함하여 각 방송국마다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을 하나 이상씩 갖추었으니 말 다한 셈 아닌가.

그리하여 오늘의 방송계는 트로트 일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을 기점으로, 그저 지나간 옛 음악으로, B급 장르로 취급받던 트로트가 다시금 전성시대를 맞이하여 영역을 견고히 할 계기를 마련했고, 대중문화를 향유하는 층을 젊은 세대에서 기성 세대로까지 확장시켰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성과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 주목해야 할 성과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방송 산업의 이익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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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타이틀을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의 면면을 살펴 보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발견한다. 화제성 있는 트로트 스타들이 순례로 혹은 겹쳐서 출연을 하고, 오디션과 경연의 형식을 취한 곳은 부차적인 요소가 되어야 할 사연을 방송 구성의 중심에 두는 편집 방식을 취한다. 쉽게 말해 시청률을 올리는 것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목격하는 것이다. 여기에 트로트 가수로서의 진정성이나 트로트 가수가 되려는 진심 어린 노력과 꿈은, 시청률과 그에 따른 가시적인 이득을 위해 소비되는 것에 불과할 따름이다.

양껏 흐름을 탔을 때는 어찌 되었든 트로트 가수로서 대중 앞에 서는 꿈을 이루었으니까, 이것만으로 충분하고 이것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하게 부풀어오른 것은 언제든 제 자리를 찾기 마련이고 거품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순식간에 빠져 나간다. 여기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쪽은 시청자들도 대중도 아닌, 대중에게 얼굴은 비추었으나 제 지지대를 마련할 정도는 아직 아닌, 애매한 위치의 트로트 가수들로, 한순간에 쓸쓸하고 씁쓸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포장지만 살짝 바꾸었을 뿐 출연하는 트로트 가수들도 그들이 보여주는 장면도 유사하여, 프로그램의 타이틀마저 헛갈리는 요즘, 트로트 열풍은 최고의 정점에 올라 있다. 세분화해야 할 만큼 엄청난 수의 참가자들과 더욱 화려해진 무대로 돌아왔으나 감성을 자극하는 방식은 여전하다 못해 더욱 거세진, 즉 시청률을 끌어오기 위한 몸짓이 한층 커진 ‘미스트롯2’가 이를 입증하며, 일각에서 간간히 터져나오던 트로트의 독점 아닌 독점 행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 또한 점차 커지고 있다.

거품이 빠질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 그간의 행적이 만든 결과가 나타날 텐데, 기반을 견고하게 다지기보다 생각지 못한 거대한 풍년에 달려들어 거기서 나오는 것들을 수확하는 데에만 열을 올린 탓에, 트로트의 영역은 메뚜기 떼가 한차례 지나간 듯 황폐화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와중에 무분별하게 양산만 된, 몇몇 유명 스타들을 제외한, 보통의 트로트 가수들에게 남는 건, 한 밤의 달콤한 꿈이 불러들인 이전보다 짙어진 절망 뿐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KBS 2TV ‘트롯 전국체전’, SBS ‘트롯신이 떴다’, TV조선 ‘미스트롯2’, '뽕숭아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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