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진실? 자극·가짜 뉴스와 싸우는 시대 [이슈&톡]
2021. 01.26(화)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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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소셜미디어 세대가 하루에 접하는 정보의 양은 얼마나 될까. 기자 출신의 일본 학술가 다치바나 다카시는 저서 ‘21세기 지(知)의 도전’에서 현 인류는 하루 10만개 이상의 개념을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의 인류가 하루 100~300개 정도의 개념을 기억하면 됐던 것과 달리 현 인류는 1분, 1초마다 뉴스를 접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 인류의 리터러시(지식과 정보를 획득하고 처리하는 능력) 수준은 더 나아졌을까. 오히려 약화됐다. 처리해야 할 정보가 너무 많아 변별력이 떨어진 탓이다. 정통 미디어는 조직적 데스킹을 거친 펙트 체크를 뉴스 생산의 기본 원칙으로 삼았지만 유튜브부터 아프리카TV, 틱톡 등 1인 미디어의 출연은 복잡한 생산 과정을 단숨에 단순화 시켰다.

이는 뉴스 생산의 기본 윤리를 무너뜨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우리는 유튜브에서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없는 뉴스를 사실인 마냥 전달하는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페이크 영상은 전문가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기술이 발달했다. 이 같은 환경에 놓인 현 세대에게 요구되는 리터러시 능력은 이제 단순히 정보를 획득하는 것을 넘어 그 정보를 식별하고 해석하고 판단하는 성숙도를 의미한다.

문제는 현 세대가 이 능력을 키우기도 전 이미 1인 미디어의 영향력이 정통 미디어를 위협할 정도로 커졌다는 것이다. 그에 따른 부작용을 개인(시청자, 구독자)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유튜브 채널 ‘가로 세로 연구소’의 일부 콘텐츠는 지상파의 전문 뉴스에 밀리지 않는 영향력을 지닌다. 이 채널에서 다뤄진 일부 연예인들은 언급되기가 무섭게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폭로 콘텐츠가 게재되면 검증의 과정없이 곧바로 질타와 비난으로 이어진다. 인권을 침범하는 수위의 사생활 폭로라면? 더욱 문제가 크다. 물론 옐로우 저널리즘 속성을 지닌 연예 뉴스에서 스타의 사생활 보도는 사회 통념상 공공을 위협하는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다만 보도될 수 있는 사생활 영역의 경계가 무너지고 그 폭로의 수위가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변화하고 있어 문제다. 이를 받아들이는 구독자들의 태도 역시 염려된다. 채널에 대한 충성도가 높을수록 이들의 폭로를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기 쉽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TV는 이러한 부작용이 극단적으로 치달을 때의 비극을 보여준다. 아프리카TV에서 활동했던 고(故) BJ박소은은 과거 연인이자 유명 유튜버인 BJ세야의 폭로 방송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세야가 박소은의 사생활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후 박소은에게 엄청난 양의 악플과 압박이 쏟아지면서 이를 견디지 못한 박소은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이후 세야가 고인에게 사죄한다는 내용의 사과 방송을 했지만 그 때 뿐, 여전히 제약 없이 활동하며 높은 수익을 얻고 있다. 폭로 방송의 근원지인 아프리카TV 역시 이를 방관하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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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가 돈이 되는 콘텐츠가 되면서 폭로를 업으로 삼는 유튜버들도 생겨났다. 정배우가 대표적이다. 정배우는 유명 유튜브 채널 ‘진짜사나이’의 출연자인 로건의 사생활을 연이어 폭로하며 이름을 알린 유튜버다. 로건의 과거 사생활이 문란했다며 상당히 수위가 높은 폭로들을 이어갔는데 해당 방송으로 로건은 물론 그의 가족들에게도 악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당시 임신 중이었던 로건의 아내는 무차별적인 비난으로 결국 아이를 잃었다. 경찰은 정배우를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했지만 여전히 그는 또 다른 폭로 대상자를 물색하기 바쁘다. 최근에는 모 걸그룹 멤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폭로→ 악플’ 패턴이 연이어 반복되고 있지만 이런 폭로 콘텐츠에 검증과 펙트 체크를 요구하는 구독자(시청자)의 요구는 찾아볼 수 없다.

폭로 방송은 검증 시스템이 부재한 1인 미디어 플랫폼이 가장 지양해야 할 콘텐츠지만 그 만큼 채널을 홍보하기 쉬운 콘텐츠이기도 하다.

최근 화제가 된 개그맨 김시덕의 채널도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유튜브 채널 ‘김시덕 시덕튜브’를 통해 과거 동기, 선배 개그맨들과의 일화를 들려줬다. 동기 형 개그맨 A씨가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했다는 내용이다. 제3자의 서술이 아닌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하는 방송이었고, 함께 맞은 동료들의 실명까지 언급됐기에 구독자들은 A씨를 찾는데 혈안이었다. 결국 모 개그맨의 SNS에 악플이 쏟아졌고, 논란과 무관한 그의 어머니까지 비난을 받는 부작용을 낳았다. 진위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비난은 현재 진행 중이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실명으로 언급된 개그맨들 역시 도마 위에 오르면서 피해를 입게 됐다. 자신의 피해를 호소하면서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는 방송이 된 것이다. 그의 방송이 잘못된 선후배 조직 문화를 개선하는데 목적이 있다면 의미가 있었겠지만, ‘A씨 맞추기’에 중심이 쏠려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이런 방송의 목적은 무엇일까. 결국 별풍선, 슈퍼챗과 같은 수익, 돈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된 아프리카TV 땡초 사건은 윤리가 무너진 1인 미디어 방송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 BJ땡초가 일당과 함께 지적장애인 여성을 성착쥐하는 영상을 제작, 유포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사건이다. 경악스러운 것은 이를 문제 삼은 시청자는 일부였을 뿐, 별풍선을 쏘며 행위를 부추긴 시청자들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결국 문제에 대한 질문은 원점으로 돌아온다. 리터러시 능력의 중요성이다. 문제적 콘텐츠를 접하는 우리의 태도를 점검하는 것이 시장 정화를 바라는 것 보다 빠르다. 무차별 폭로 방송을 접하는 구독자(시청자)들은 '검증'이라는 이성적인 판단을 상실한 채 악플과 비난을 쏟기 바쁘다. 이런 패턴이 더욱 고착되기 전에 정보, 뉴스, 콘텐츠를 변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가짜 뉴스와의 싸움은 그것을 거르는 소비자의 노력에서 시작된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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