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전야' 김강우 "연기, 이제 죽을 때까지 해야하는 운명이 됐죠" [인터뷰]
2021. 02.06(토) 10:00
새해전야 김강우
새해전야 김강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다양한 캐릭터로 대중과 함께 해 온 배우 김강우. 앞으로의 바람은 하나였다. "제가 직업이 배우지만, 대중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기도 해요. 나이 들어가는 모습도 대중하고 같이 호흡할 수 있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10일 개봉되는 영화 '새해전야'(감독 홍지영·제작 수필름)는 인생 비수기를 끝내고 새해엔 더 행복해지고 싶은 네 커플의 두려움과 설렘 가득한 일주일을 그린 작품으로, 김강우는 이혼 소송 중인 효영(유인나)의 신변보호를 맡게 된 이혼 4년 차 형사 지호를 연기했다.

'결혼전야'에 이어 김강우는 홍지영 감독의 '전야' 시리즈에 연달아 출연하며 자신만의 '로코' 감성을 펼쳐냈다. 홍지영 감독과 두 번의 작업을 함께 하며 달라진 점이 있었을까. 김강우는 "홍지영 감독님을 더 알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넓어졌고, 감독님도 그런 것 같다"면서 "'결혼전야' 때는 어떻게 하라고 많이 말씀하셨다면 이번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떠맡기셔서 농담으로 부담도 됐지만 재밌게 신을 만들기 위해서 같이 이야기하는 과정이 재밌었다"고 했다.

파격적인 펌 헤어 스타일도 홍지영 감독의 취향을 잘 알고 있었기에 제안할 수 있었다고. 김강우는 "감독님이 비주얼적으로 어떤 모습을 원하실게 분명하다고 어느 정도 예상했다. 감독님이 비트는 느낌을 좋아한다"면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극 중 지호는 강력반에서 자천돼 이혼 소송 중인 효영의 신변보호를 맡게 되는 형사다. 김강우는 지호 캐릭터의 출발을 형사에 대한 선입견을 지우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는 "강력반 형사에 대한 선입견이 있지 않나. 그러나 그분들이 일할 때만 그렇지, 사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면서 "지호는 강력반 형사지만 털털하기도 하면서 사랑에 대한 고민과 아픔도 있고, 귀엽게 지질한 면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직업에 상관없이 이혼해서 혼자 사는 궁상맞은 남자를 연기해보자라는 큰 틀을 잡고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호 캐릭터에 대한 큰 틀만 잡고, 디테일한 설정은 따로 하지 않았다고. 김강우는 이에 대해 "헤어 스타일을 제외하고 설정한 부분이 아예 없었다. 이런 캐릭터는 설정을 하면 더 이상해지는 것 같더라. 주어진 상황에서 나오는 솔직한 감정들을 조금 세게 표현한 것밖에 없었다"고 했다. 다만 '사람 냄새'가 나는, 타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진 인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지호를 표현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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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이라는 같은 상처를 지닌 지호와 효영 커플을 두고 홍지영 감독은 '새해전야'에서 가장 어른스러운 커플로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강우는 "솔직하게 말씀드린다면 감독님이 현장에서 '너희들은 가장 어른스러운 커플의 사랑을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속으로는 '무슨 뜻이지?'라고 생각했다"고 솔직한 생각을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김강우는 "그걸 생각하고 연기하면 뻔한 느낌이 나올 것 같아서 감각만으로 연기를 했다"면서 "어른이라고 뭐 틀린가. 똑같이 지질하고 애스럽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금 다른 건 어느 순간에 타인에 대한 이해를 너그럽게 조금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큰 사건이 터졌을 때 '살면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어'라고 어린 친구들보다는 조금 더 유연하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들이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어른스러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지호 효영 커플의 키워드는 '용기'라고 할 수 있다. 이혼의 상처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용기가 없었던 두 사람이 용기를 내는 과정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이에 대해 김강우도 "어쨌든 한 번 사랑의 아픔을 겪어 본 두 사람이다. 처음에는 서로가 너무나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이해를 하고 용기를 내지 않나. 나와는 다른 타인과 연애하는 게 얼마나 매력이 있나"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강우에게도 지호처럼 용기를 내야 했던 순간이 있었을까. 이에 대해 김강우는 "매 순간이 용기를 내야 했다"면서 "가장 큰 용기를 낸 건 배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하고 아내와 결혼을 해야겠다는 순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누가 결정해 줄 수 없는 것 아니냐. '내 주제에 무슨 배우야?'라는 생각을 수천번 했던 것 같다. 그 순간마다 다시 용기를 냈다. '배운 게 도둑질인데 이제 돌아갈 수도 없어!'라고"라며 자신의 경험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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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효영 역을 맡아 함께 호흡을 맞춘 유인나에 대해서 "처음에 만났을 때에는 유인나 배우가 걱정을 많이 하더라. 일부러 그랬던 것 같다. 뭔가 잘하면서 엄살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김강우는 "유인나 배우와의 호흡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면서 "평소 유인나 배우의 작품들을 많이 봐왔다. 로맨틱 장르에 굉장히 잘 어울리고 잘하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제가 도움을 받을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다. 제가 마음껏 노는 걸 다 받아주시는 순발력과 배려심도 있었다"고 유인나에 대한 극찬을 늘어놓았다.

옴니버스로 구성된 '새해전야'는 지호 효영 커플뿐만 아니라 여러 커플들의 이야기를 한 영화로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반면 각 커플의 이야기를 충분히 풀어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강우는 "무언가 이야기를 더 보여주고 서로의 감정들을 쌓아가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약간 큰 사건 위주로만 징검다리를 크게 넘는 느낌이다"라면서 "그러지 않고 시작부터 아주 세밀한 감정들을 보여드리는 게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큰 재미인데 아쉽기는 하다"고 했다. 또 "두 사람이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다. 두 사람의 사랑이 이어질 수 있을지 저 역시도 궁금하다"고 했다.

"제가 '결혼전야'를 6년 전에 찍었고, 새해 전야는 40대에 찍었어요. '새해 전야'는 40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남자와 그 사람을 연기한 40대 평범한 배우라는 의미로 제게 남을 것 같아요. 50대 때 무슨 '전야'를 할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면서 가능할까 싶기도 해요."

올해 데뷔 20년을 맞이한 김강우.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연기에 대한 마음만큼은 똑같다고 했다. 다만 애정은 지금이 더 깊다고. 김강우는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고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직업이니까 그냥 해보자 한 게 20년이 됐다. 이제는 죽을 때까지 해버려야 하는 운명이 됐다. 그게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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