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전야' 유태오, 별에서 온 그대 [인터뷰]
2021. 02.07(일) 12:00
새해전야 유태오
새해전야 유태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처음 유태오라는 배우를 봤을 때가 생각난다. 어디서 저런 배우가 나타났나 싶을 정도로, 익숙히 봐왔던 배우들의 연기와는 사뭇 달랐다. 어느 연기 문법에도 대입되지 않는 자신만의 개성으로 캐릭터를 그려내는데 신선한 충격이었다.

연기만큼이나 유태오는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지나치게 솔직하고, 놀랍도록 열정적이며, 의외로 순수하기까지 하다. 꾸밈없이 쏟아내는 말들은 도무지 예상하지 못한 것들이라 당황스러웠으나, 그 안에 담긴 진심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유태오가 영화 '새해전야'(감독 홍지영·수필름)를 선택한 이유도 참 독특했다. 영화 '레토'로 칸 영화제 입성 후 영화계 블루칩으로 떠오른 유태오는 강렬한 악역으로 커리어를 쌓은 뒤 대중성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 유태오에게 '새해전야'는 대중에게 편하게 다가가기 딱 좋은 작품이었다.

'새해전야'는 인생 비수기를 끝내고 새해엔 더 행복해지고 싶은 네 커플의 두려움과 설렘 가득한 일주일을 그린 작품으로, 유태오가 연기한 래환은 연인 오월(최수영)과 함께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패럴림픽 스노보드 선수다. tvN '머니게임'의 한유진, 영화 '레토' 빅토르 최,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 메켄지를 생각하면 강렬함은 내려놓고 맑은 인상의 래환은 유태오의 새로운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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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환은 유태오가 살아온 날들이 녹아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13살부터 20살까지 농구 선수로 활동하며 NBA를 꿈꿨지만 십자인대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꿈을 포기해야 했고, 상실감으로 우울증까지 겪고 이를 극복하기까지. 지난 삶의 경험들이 래환의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스크린에 옮길 수 있었던 동력이었다.

또 편견 없이 캐릭터에 접근했기 때문에 래환만의 색채를 만들 수 있었다. 유태오는 "어떤 편견을 가지고 캐릭터를 연기하면 전형적인 연기가 나오기 때문에 관객들에게는 식상할 수가 있다"면서 "재미없는 연기를 제 스스로가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장애가 있는 캐릭터라고 하면 누구나 예상 가능한 표현이 아닌, 편견을 거둬내고 래환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느낀 대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세상의 편견에 잠시 위축돼 오월을 실망시키지만 그대로 스러지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굳센 의지와 희망을 지닌 래환은 유태오였기에 가능했다. '새해전야'에 등장하는 많은 커플들 중 래환과 오월을 마음 다해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네 커플의 이야기로 사랑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새해전야'는 옴니버스로 구성됐다. 여러 커플들의 이야기를 한 작품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장점이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각 커플들의 서사를 충분히 다루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유태오는 래환과 오월의 이야기가 알맞게 영화에 담긴 것 같다면서 아쉬움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감독님이 불필요한 요소를 추가하지 않았고, 래환과 오월의 이야기를 딱 적당하게 보여줬던 것 같다"면서 "래환과 오월 커플의 이야기를 더 보고 싶다는 말은 우리가 우리의 일을 잘 해냈다는 이야기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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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레토' 전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던 유태오는 지금 '대세'로 불릴 정도로 배우로서 많은 성취를 이뤄냈다. 유태오는 "제가 대세가 된 기분은 아니다"라면서 "일상에 특별한 변화가 없다. 전 보다 인지도가 올라간 건 느껴진다. 그건 너무 좋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그러나 유태오는 아직 만족할 수 없었다. 세계적인 배우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유태오는 자신이 세계의 다양한 감수성을 모두 담아낼 수 있는 배우라고 강하게 믿고 있었다.

믿음의 원천은 그의 삶을 돌아보면 알 수 있다. 독일 태생인 그는 독일과 한국 어디에도 속할 수 없었던 이방인이었다. 독일에서는 동양인이라고, 한국에서는 해외 출신이라며 어디에도 속할 수 없었다. 배우가 되겠다고 한국에 왔지만 문화적 차이로 오해도, 상처도 많이 받았다.

그 시간들을 지나오며 스스로 정체성을 찾을 수 있었고, 통찰을 얻기도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피하기보다는 온몸으로 부딪혔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모든 경험들이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유태오만의 자양분이 됐다. 제 각각인 세계 사람의 감성을 담아낼 수 있는 넓은 포용성도 마찬가지다.

유태오를 처음 봤을 때 마치 별에서 온 사람을 본 것처럼 생경했던 것도 으레 봐왔던 유형이 아닌 새로운 타입의, 그리고 고유한 유태오만의 아우라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었다면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했을 말들도 유태오기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적인 배우가 되겠다며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낸 유태오를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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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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