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호' 조성희 감독, 처음의 의미 [인터뷰]
2021. 02.12(금) 11:35
승리호 조성희 감독
승리호 조성희 감독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조성희 감독에게 '승리호'는 여러모로 '처음'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영화감독의 꿈을 가지고 처음으로 쓴 시나리오였고, 또 한국 최초로 우주 SF 블록버스터에 도전하게 됐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관객들의 영화를 향한 반응이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있었지만, 조성희 감독은 아직 모든 것이 꿈만 같다고 했다.

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감독 조성희)는 2092년, 우주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 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영화 '늑대소년'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등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펼쳐 온 조성희 감독이 이번엔 영화의 무대를 우주로 옮겨 한국 최초로 SF 블록버스터에 출사표를 던졌다. 배우 송중기부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등이 출연해 작품에 신뢰를 더했다.

공개 이후 '승리호'는 넷플릭스 영화 스트리밍 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 K-콘텐츠의 위상을 이어나가고 있다. 할리우드에 버금가는 CG 비주얼과 오합지졸 승리호 선원들의 '케미' 등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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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코로나 19로 개봉이 미뤄지다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하게 됐다. 공개 직후 세계 영화 스트리밍 1위를 하기도 했는데 소감은 어떤가.

A. 저는 넷플릭스로 공개하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극장이든 컴퓨터든 TV든 어떤 식으로든 관객분들과 만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1위는 예상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해외 관객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느낄 수 있었던 게 이번 작품이 처음이었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Q. 국내와 해외에서 '한국판 스타워즈'라는 호평을 얻고 있다. 또 CG 비주얼에 대한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반응들에 대한 소감은 어떤가.

A. 스태프들이 너무나 많은 열정을 불태워줬다. 관객 분들이 그런 점을 영화를 보면서 느끼신 거라고 생각한다. 우주선이 날아다니는 영화라고 하면 할리우드 영화들에 눈높이가 익숙해져 있지 않나. 우리 작품을 그 눈높이에서 너무 떨어지지 않게 만드려고 노력했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Q. '승리호'를 어떻게 기획하게 됐는가.

A. 친구에게 우주 쓰레기가 우주 산업에서 문제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재밌었다. 그 뒤에 찾아보니까 이미 애니메이션과 게임 쪽에서는 90년대 초부터 소재로 사용해 오고 있더라. 영화 아카데미 장편 과정에서 이 트리트먼트를 써서 영화사 비단길 대표에게 보여줬다. 그때는 저도 사리 분간을 못하던 시절이라 그냥 하면 될 줄 알아서 보여드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미스터리지만 당시 대표가 재밌다면서 하자고 하더라. 왜 하자고 했는지 모르겠다. 제가 그때는 데뷔도 안 해서 큰 제작비의 영화를 하게 되리라고는 돌이켜 보면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이상하게 서로 의기투합이 됐다. 물론 그때 당시에는 잘 안 됐고, 10년이 지나서야 하게 됐다.

Q. 우주와 승리호 비주얼을 만들 때 어떤 작전을 세우고 시작했는가.

A. 너무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기보다는 어떤 것이 가능하고,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 저희가 중점을 둔 부분이 크게 세 가지 정도가 있다. 첫 번째는 실제 촬영한 화면과 CG 화면이 서로 어울리도록 신경을 썼다. 우주 공간에 우주선이 날아다니는 장면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자연스럽게 보일 것인가 고민했다. 또 물체에 빛이 닿을 때 어떤 느낌이 자연스러운지에 대해 생각했다. 마지막으로는 이 영화는 삶이 쉽지 않은 노동자들이 나오기 때문에 추격전도 거칠고 박력 있길 원했다. 그 속도감을 어떻게 그리고, 그것이 할리우드 영화들에서 보였던 유려한 비행과 차별점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Q. CG 부분에서 어떤 것을 중점으로 두었는지. 또 할리우드에 비해 비용은 어느 정도 수준이 들었나.

A. 저는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봐온 입장에서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 관객분들은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는 있지만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폭발이나 작은 입자들이 날아다니는 것이나 장식적인 효과들을 구현하는데 굉장히 많은 고생을 했다. 할리우드 예산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승리호'는 할리우드의 10분의 1 정도의 비용이 들지 않았나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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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화의 주요 소재인 우주선의 이름을 승리호로 지은 이유가 있는.

A. 그건 극 중에 업동이 대사로도 나오는데 이겨서 승리한다는 의미가 있다. 저는 이 영화가 적을 깨부수는, 또는 나와 생각이나 위치가 다른 사람들을 제거하고 척결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같이 화합하면서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이길 바랐다. 역설적으로 무엇이 진짜 승리인가에 대한 뜻에서 우주선 이름을 승리호로 지었던 것 같다. 그 의미는 시나리오를 쓰면서 발견했던 것 같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이게 왜 승리호일까 생각을 하다 보니까 그렇게 맞닿을 수 있겠구나라고 발견하게 된 것 같다.

Q. 2092년이라는 다소 근미래를 시간적 배경으로 설정한 이유가 있나.

A. 우주에서 사람들이 인공적으로 중력을 만들어서 걸어 다니고, 자의식을 가진 것 같은 로봇이 나오려면 적어도 지금에서 몇십 년 정도 지난 시점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만 2100년대로 가지 않은 것은, 과학 기술이 발달해 있지만 한편에서는 아직도 수작업을 하는 세상이었으면 했다. 우주선을 손으로 직접 수리하고, 수레도 끌고 다니는 모습들을 동시에 보여줘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한 세기를 넘어가지 않았으면 했다. 21세기 안에서 이뤄지는 일이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기존에 특정 시기가 언급된 SF 영화 속 기술 수준과 비교했을 때 2092년을 설정하기에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Q. '승리호'의 도전이 계속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넷플릭스와 '승리호' 속편에 대해 논의한 것이 있나.

A. 속편이 어떻게 될지는 저도 궁금하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저도 다음 편이나 또는 '승리호'가 아니더라도 우주 배경의 SF 영화들이 관객 입장에서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Q. 공개 이후 극 중 태호(송중기)와 딸 순이의 서사를 두고 신파라는 반응이 있었는데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

A.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다.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끼리 만나서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이야기가 이 영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딸을 잃은 태호와 아버지를 잃은 꽃님이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진짜 가족들을 잘 떠나보내고 좋은 이별을 하는 과정들이 이 영화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관객 분들이 신파라고 느끼신다면 제 고민이 깊지 않았던 것 같아서 반성을 하게 된다. 다음 영화를 할 때에는 조금 더 그런 부분에 신경을 써서 영화를 만들겠다.

Q. 승리호 선원들의 스토리 라인을 어떻게 잡았나.

A. 태호와 장성장(김태리), 타이거 박(진선규), 업동이(유해진) 등 인물마다 굉장히 긴 역사가 있는데, 영화에는 언급하지 않았다. 짧은 글로 써둔 것이 있었는데 모두 다 갈 곳 없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이었으면 했다.

Q. 극 중 설리반을 연기한 리처드 아미티지와 함께한 소감은 어떤가.

A. 에이전시를 통해 시나리오를 전달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한 설리반의 이미지와 아미티지의 이미지가 맞았고, 또 아미티지가 이 영화에 큰 관심과 열의를 보여줬다. 영국에 찾아가서 미팅을 했는데, 제가 영어를 잘 못해서 긴밀한 소통을 하지는 못했지만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에 대해 몰두하고 애정을 보여줘서, 첫 만남에서 같이 하고 싶다는 결심을 굳혔다.

Q. '승리호'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A. '승리호'는 제가 영화를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처음 쓴 장편 시나리오였는데 그게 지금 영화화가 돼서 관객분들에게 선보였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실제로 영화를 만드는 과정도 제게 아직 꿈처럼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 영화와 이 영화를 만들 때의 저를 선명히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직도 얼떨떨한 기분이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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