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어보' 설경구의 낯선 도전 [인터뷰]
2021. 03.28(일) 13:14
설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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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박상후 기자] 데뷔 28년 차 배우 설경구의 낯선 도전은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첫 사극 연기를 펼친 그는 조선시대 학자 정약전의 감정선을 밀도 있게 그려내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자산어보'(감독 이준익·제작 씨네월드)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 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설경구)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장창대(변요한)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설경구는 '자산어보'를 통해 데뷔 첫 사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던 그는 이준익 감독을 믿고 용기를 냈다. 설경구는 "왠지 미루고 싶었다. 하지만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다"라며 "개봉된 작품 중에 저한테 온 것도 있다. 근데 사극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것 같다. 이번 기회로 흑백을 촬영해봤기 때문에 컬러로도 찍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준익 감독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드러냈다. 배우와 감독의 관계를 뛰어넘는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냈다. 설경구는 "영화 '소원'으로 이준익 감독과 호흡을 한번 맞췄다. 현장을 지휘하는 모습이 다른 분들과 다르더라. 모든 스태프들이 불편해하는 것을 싫어했다. 이런 부분 때문에 신뢰가 생겼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극 출연 기회는 매번 있었다. 근데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준익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라며 "이준익 감독은 배우들에게 항상 장점을 이야기해주신다. 내가 수염을 붙이고, 갓을 썼을 때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 나이는 먹었지만 칭찬이 용기를 갖게 하더라. 이준익 감독과 함께하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낯선 내 모습에서 점차 자유로워졌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극 중 설경구는 유배지 흑산도에서 바다 생물에 눈을 뜬 호기심 많은 학자 정약전 역을 연기했다. 정약전은 성리학 사상을 고수하는 다른 양반들과 달리 열린 사상을 지닌 인물로, 민중의 삶에 도움이 될 어류학서 집필에 나선다. 특히 설경구는 흑백 영화 속 정약전 캐릭터의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디테일에 신경을 썼다.

설경구는 "이준익 감독이 '흑백 영화는 거짓말하면 다 들킨다'라고 하더라. 모든 영화를 집중해서 보지만 '자산어보'는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다"라며 "모든 사람들이 흑백 영화라 공을 덜 들였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우리는 조명과 색에 더욱 정성을 들인 작품이다. 있는 그대로 담은 게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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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배우 임시완 등 후배들과 좋은 호흡을 보여주며 '브로맨스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던 설경구는 '자산어보'로 변요한과 어떤 유대를 선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딱히 비법은 없다. 그냥 현장에서 친구가 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연식이 있다 보니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다가가려고 하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변요한이 나를 조금 어려워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촬영 전 술 한잔 하려고 했다. 후배들에게는 선배 말고 형으로 부르라고 한다. 일단 거리부터 좁히려고 노력한다"라며 "그런 부분을 느끼면 촬영이 끝난 뒤에도 그 관계가 유지되는 것 같다. 변요한뿐만 아니라 젊은 배우들과 잘 지내고 있는 걸 보면 내가 하는 방식이 틀리지 않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설경구는 '자산어보'에 직접 변요한을 캐스팅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영화 '감시자들' 첫 촬영 전 상견례 자리에서 변요한을 처음 봤다. 당시 내가 눈이 참 좋다는 이야기를 했다. 신을 마주친 적이 없었는데, 눈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라고 말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그는 "변요한은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다. 나와 정말 비슷한 점이 많았다. 나도 사교적이지 못하고 같이 작업을 해야 친해지는 편이다. 나와 같은 성향이라 변요한을 추천했던 것 같다"라며 "변요한은 좋은 친구다. 나에게 잘 맞춰주더라. 지금도 꾸준히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는다. 코로나19 시국이라 잘 만나지 못하지만, 아주 좋은 친구를 사귄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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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3년 연극 '심바새매'로 데뷔한 설경구는 영화 '실미도', '해운대',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 '살인자의 기억법',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생일', '퍼펙트맨' 등 쉴 틈 없는 필모그래피를 이어가며 대중들과 호흡했다. 그는 공백 없이 꾸준히 연기를 할 수 있는 에너지 원천으로 새로움을 꼽았다. 그는 "배우는 늘 반복되는 일을 하지 않는다. 매일 새로운 경험을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이어 "작품 안에서도 대사와 장면이 매번 바뀐다. 궁금증, 걱정, 기대 등의 감정이 나를 팔딱팔딱 뛰게 하는 것 같다"라며 "나는 촬영할 때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항상 먼저 촬영장에 도착해 땀을 쫙 빼는 편이다. 새로운 역할을 맡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다. 오랫동안 반복하는데, 지겹지 않더라. 만나는 배우들에 대한 호기심 역시 날 움직이게 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베테랑 배우 설경구에게 '자산어보'는 도전이었다. 첫 사극에 출연한 만큼, 부담감도 있었지만 잊을 수 없는 기억도 얻었다. 그는 "여운이 오래 남을 것 같다. '자산어보' 촬영장은 TOP3 안에 드는 것 같다. 지금도 섬이 가끔 생각난다"라며 "'자산어보'는 나에게 첫 사극이라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안 해본 것에 대한 도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 작품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설경구는 코로나19 여파 속 정면 돌파를 선택한 '자산어보'에 대해 "좋은 날이 꼭 올 거라고 믿는다"라며 "흑백 영화는 저렴하고 지루할 것 같은 선입견이 있다. 그런 편견을 깨부수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어려운 시기지만, 희망을 이야기하는 따뜻한 영화다. 많이 위로받으셨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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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박상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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