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어보' 흑백이 주는 묵직한 울림 [씨네뷰]
2021. 03.31(수) 08:19
자산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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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박상후 기자] 무채색의 미학은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흑백의 강점을 더욱 부각해 정교하게 구현한 '자산어보'는 인물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담아내며 잔잔한 여운을 안겼다.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제작 씨네월드)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 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설경구)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장창대(변요한)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역사 속에 숨어 있던 정약전과 창대의 관계를 조명한 '자산어보'는 기존 사극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었던 캐릭터들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신분도 지향점도 달랐던 두 사람이 그려낼 영화 속 내용은 호기심을 자아낸다.

영화는 순조 1년에 일어난 신유박해 당시 정약전, 정약종(최원영), 정약용(류승룡) 세 형제가 유배되는 과정을 그리며 시작한다. 성리학 사상을 고수하는 다른 양반들과 달리 열린 사상을 지닌 정약전은 유배지 흑산보에서 명징한 사물 공부에 관심을 갖게 된다.

정약전은 민중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어류학서 집필을 결심, 창대에게 도움을 구한다. 하지만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 글공부를 더욱 중시하는 창대는 사학죄인을 도울 수 없다며 단칼에 거절한다.

결국 서로의 지식을 거래하기로 한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점차 서로의 스승이자 벗이 되어 간다. 그러던 중 창대가 출세하기 위해 공부에 매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정약전은 크게 실망하게 되고, 창대 역시 세상 밖으로 나가고자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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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어보

'자산어보'는 이준익 감독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 '사도', '동주', '박열' 등 전작을 통해 사람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담아내며 세심한 연출력을 선보여온 그는 사건이 아닌 사람에 집중해 역사 속 인물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만들었다.

특히 정치사와 같이 역사적인 사건을 스토리의 동력으로 삼는 보통의 사극과 달리, 그 시대에 몸부림치며 살아왔을 사람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였다. 시대를 통해 인물을 꿰뚫는 이준익 감독의 통찰력은 또 다른 명작 탄생을 예고했다.

또한 색채를 덜어내고 담백한 흑백으로 그린 조선시대는 '자산어보'만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흑과 백으로 담백하게 표현된 영화는 광활한 자연의 풍광을 한층 깊이 있게 담아내며 수려한 영상미를 자랑했다.

흑백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 배우들의 연기력도 훌륭했다. 첫 사극에 도전한 설경구는 정약전의 복잡한 심경부터, 흑산도 사람들과 동화되어 섬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까지 입체적인 캐릭터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변요한 역시 창대의 감정선 변화를 세밀하게 그려내며 캐릭터에 설득력을 실었다. 무엇보다 어류를 직접 손질하는 모습과 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는 극에 사실감을 더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이처럼 '자산어보'는 완성도 높은 흑백 화면과 맡은 역할을 완벽하게 표현한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예비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31일 개봉.

[티브이데일리 박상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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