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의 세계를 무너뜨리고 전복시킨 것 [윤지혜의 슬로우톡]
2021. 06.29(화) 09:30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주어진 세상에서 진정한 ‘나의 것’을 찾으려는 여성들의 여정을 그린 tvN 드라마 ‘마인’(연출 이나정, 극본 백미경)이 막을 내렸다. 결국 이 거대한 여성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도 될만큼 소중한 대상을 훌륭히 지켜냄으로써 원래 그들의 것이어야 했던 ’나의 것’까지 찾고 얻는 쾌거를 올렸다.

반면 ‘마인’의 남성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해당 세계의 일선에 위치하던 이들은 대부분 제거되거나 혹은 힘을 잃거나, 참회의 대가로 수용하거나 혹은 스스로 적응하거나 하며 뒷 자리로 물러나는, 흥미로운 결말에 도달했다. 작품 속 ‘효원가’란 세계를 지탱해온 가부장 구조가 완전히 전복된 것이다.

무엇에 의해서, 표면적으론 남성들이 자신의 권력의 보조자로 들인 서희수(이보영)와 정서현(김서형), 강자경(옥자연)을 이야기할 수 있다. 효원의 둘째 한지용(이현욱)에게 자경은 자신의 아이를 낳아준 도구적 존재에 불과했으며 희수는 그 소중한 핏줄을 키울 영민한 엄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서현은 경영능력으론 누구보다 출중했으나 언제든 뒤로 밀릴 그저 첫째 며느리일 따름이었고.

세 여성이 처음부터 전복을 꿈꾼 건 아니었다. 본질적인 부조리함으로 내부 깊숙한 곳에서부터 썩어 문드러지고 있던 가부장 구조가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하면서, 이들을 전장으로 내몰았다. 아이러니하게도 효원이 고수해온 기존의 체계가 먼저 안에서부터 무너지며, 세 여성의 행보를 부추기는 동시에 돕는 지렛대 역할을 해주었다 할까.
티브이데일리 포토

그러한 균열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집사 주민수(박성연)와 김성태(이중옥)다. 10년간 메이드로 일했고 현재 우두머리격의 위치에 오른 주집사는, 효원의 세계를 아주 속속들이 보고 듣고 파악하며 그로부터 비롯된 정보들을 본인의 사익을 위해 적절히 사용해왔다.

유일한 남자 집사인 성태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효원가의 사람들을 부러워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가진 부를 탐하지 않는 것도 아니어서, 어느날 우연찮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블루 다이아 목걸이를 훔치는 바람에 주집사에게 약점을 잡힌 상태가 되었다. 주민수와 김성태, 어쩌면 누구보다 효원의 구조에 능숙한 인물들이라 보아도 되겠다.

재미있게도 ‘마인’은 희수나 서현, 자경이 아니라, 이 두 사람, 효원의 체계에 나름 강도 높은 충성심을 보여온 주집사와 성태를 한지용, 즉 효원의 비틀린 가부장 구조를 대표하는 존재의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관시켰다. 성태는 한지용이 있는 밀폐된 공간의 산소에 유독가스를 주입했고 주집사는 희수의 목을 조르는 한지용을 소화기로 가격하여 죽였으니까.

결국 효원의 가부장을 무너뜨리고 전복시킨 본격적인 힘은, 세 여성의 반란이 아니라 해당 세계가 시작부터 가지고 있었던 구조적 결함이었다는 것. 희수와 서현, 자경은 이 사실을 인지하고 맞섰을 뿐인데 이미 곪을 대로 곪아 버린 세계가 스스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렇게 효원가는 공작새 노덕이가 들인 딱따구리가 온 집에 내는 구멍을 막을 수 없듯 어찌되었든 곧 무너질 숙명이었다. 세 여성의 ‘마인’을 향한 행보가 어떤 우여곡절 속에서도 성공적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tvN '마인']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키워드 : 김서형 | 마인 | 이보영
싸이월드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