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를 초대하려면 ‘유퀴즈’처럼 [윤지혜의 슬로우톡]
2021. 08.27(금)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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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2020 도쿄하계올림픽이 끝나고 각종 예능프로그램이 앞다투어 올림픽 영웅들을 초대하고 있다. 그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일 테다. 단순히 화제성을 위해서만 섭외하지 않았다는 게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는 마디마디에서 발견되는 까닭이다.

‘유퀴즈’가 가슴에 태극마크를 건 국가대표들을 중심으로 3회에 걸친 방송을 꾸리며 마련한 각각의 키워드를 재해석해 본다면 ‘애국심’과 ‘역경’, ‘공동체의 힘’이 아닐까. 어쩌면 지극히 당연할 수 있는 이 연상을 가지고, ‘유퀴즈’는 이왕 당연한 것 제대로 정면돌파하자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식상함을 탈피하는데 성공한다.

우선 국가대표 특집의 포문을 연 키워드 ‘애국심’ 부터, 도쿄 올림픽에서 흘린 국가대표의 피와 땀과 눈물을 8월의 광복절과 연결시키며 ‘국가대표’의 본질에 더욱 집중했다. 국가대표가 된다는 건, 해당 국가를 대표한다는 거고 해당 국가의 국민들을 대표한다는 거니까. 이는 유도 국가대표 안창림 선수를 프로그램의 시작점에 둠으로써 더욱 극대화된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재일교포로, 귀화 제의도 거절하고 고국의 유도 국가대표가 되고자 한국으로 넘어온 그는, 해결되지 못한 역사가 여전히 앓고 있는 상처의 깊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어쩌면 누구보다 한국의 고단한 역사를 대표하고 있어, 일본의 중심에서 태극기가 높이 올려지는 장면을 가장 갈망한 일인이겠다. 그래서 금메달만큼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고서도 아쉬움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 유독 묵직하게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챔피언이 될 이들에게, 어쩌면 필연적으로 주어지는 과정이기도 한 ‘역경’으로 풀어낸 두번째 이야기에서, ‘유퀴즈’가 초대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공통점이 있었다. 외부에서 혹은 자신의 내면에서 하지 못할 거라고, 불가능하다고 암묵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각종 지난한 사정과 편견을 지독한 노력으로 뚫고, 올림픽 무대를 넘어 챔피언의 자리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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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국가대표 신재환 선수는 허리에 철심을 박은 몸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도마 위를 뛰어내며, 실패와 그로 인한 부상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고 목표로 했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퇴까지 권유받을 정도로 온 몸의 한계를 맞닥뜨렸던 양궁 국가대표 오진혁 선수는, 사투를 벌인 끝에 그 한계까지 끌어안는 방법을 터득하며, ‘끝’이란 유행어와 함께 단체전 우승이란 거대한 결과를 거머쥐었다.

이를 보며 우리는 인간의 고군분투에는 역경을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만드는 힘이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아울러 ‘유퀴즈’가 전하는 올림픽 창시자인 쿠베르탱의 말을 인상깊게 받아 들고서 우리가 현재 처한 삶에 대입시켜보는 데 이른다.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

이제 마지막 종착지, ‘공동체의 힘’을 담아낼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배구 국가대표 선수들만큼 적합한 대상이 또 있을까. 하나의 팀이 되어 함께 협력해 나아가는 희열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이들을 통해, 결국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를 다시금 짚어낼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애국심도 개인의 역경도, 공동체가 있기에 가능하고 또 견뎌낼 만한 게 되니,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이 출연한 이야기의 완벽한 마침표다.

그야말로 ‘유퀴즈’의 고민이 돋보이는 영민한 구성으로, 국가대표의 존재가 촉발할 기대감도 충족하고 프로그램 본래의 방향성도 탁월하게 견지했다. 덕분에 시청자들도 함께 한 선수들도 어느 하나 아깝지 않은, 재미까지 충반한 시간을 제공받았다. 국가대표 선수들을 섭외한 역대 프로그램 중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인 사례로 남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정해 보는 바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공식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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