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피노키오', 너무 지치고 슬럼프로 힘들 때 리마인드 된 작품" [인터뷰]
2015. 01.24(토) 07:00
피노키오 이종석 인터뷰
피노키오 이종석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배우 이종석은 드라마가 끝난 뒤 잘 수 있어서 가장 좋다며, 여행을 가도 관광보단 숙소에서 TV를 보는 것이, 평소에도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게 좋다고 말하면서도 졸린 눈을 한 채 엉뚱한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카메라 앵글 안에 잡혔을 땐 무서울 만큼 다른 사람으로 돌변해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는 이와 동일인물이 맞나 싶다. 허나 별나 보이는 십대 소년같은 모습도 압도적인 배우의 모습도 그저 이종석일 뿐이었다.

이종석은 최근 종영된 SBS 드라마 '피노키오'에서 정·재계와 언론의 검은 커넥션 앞에서 무력하고 처참하게 무너져버린 집안, 그 비극 속에서 살아남아 분노와 상처를 가슴에 안고 거짓된 시골소년 최달포로 살다가 결국 자신의 이름 기하명을 되찾고 진정한 기자로 거듭나는 과정을 연기했다.

그는 "다들 하명이를 통해 어떤 식으로든 변화하고 성장했고, 착한 드라마라 좋았다. 인하(박신혜)와 결혼식을 올린 결말도 좋았고,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말에 공감했다. 동화같이 '행복하게 살았답니다'가 된 것 같았다"라며 "내가 자기 자아와 부딪히는 신도 좋았지만 마지막 박로사(김해숙)와 대치했을 때 개인을 위해 묻고 싶었던 질문이 아닌 결국 기자로서 공익을 위한 질문을 던졌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고 했다.

이종석에게 있어 '피노키오'는 리마인드 개념의 드라마였단다. 그는 탈북의사로 분했던 전작 '닥터이방인' 직후 슬럼프에 빠졌다고 했다. "그맘때쯤 너무 지쳤다. 별다른 변화는 없었는데 무언가 배우로서 방향감을 상실했고, 보통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데 그렇게 있다 보면 무기력하고 무의미한, 쓸모없는 인간처럼 느껴지더라"며 "사람이 꿈을 꾸고 이루려면 신념이나 도전의식, 패기와 열정 등이 있어야 할 텐데 뭐랄까, 도태됐다고 해야 하나"라고 생각에 잠겼다.

고작 스물 일곱 살의 젊은 청춘이 하는 말이라기엔 그 무게가 씁쓸하고 공허하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는 "여기서 쉬면 되게 오래 쉴 것 같단 생각을 막연히 했는데 마침 조수원 감독과 박혜련 작가라고 해서 힘들어도 좋을 것 같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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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금도 목표는 잘 모르겠다. 데뷔하고 나서 작품을 쉬어본 적이 없다. 쉬면서 재정비를 해야 하나 작품을 들어가야 하나, 그냥 자고 싶다. 뭔가 특별하게 생활한 게 없고 재미없게 살고 있다. 문득 행복이란 뭘까 생각했다. 집에서 TV 드라마 보는 게 낙이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주인공 감정선을 못 따라가고 저 장면은 어떻게 찍었을까 하며 괴롭게 보고 있더라"고 했다.

이토록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해서 동요되게 해놓고는 정작 본인은 "이번에 영광 형이나 균상 형이나 남자 배우들 키가 너무 커서, 여배우들이 키 맞추려고 올라가는 단상을 썼다. 너무 수치스러웠다"고 부들부들 했다. 이어 "4회까진 내 얼굴이 너무 못생기고 흉해서 모니터도 못했다. 박신혜가 예쁘다 해서 진짜 예쁜 줄 알았는데, 가발로 얼굴을 덮어놓으니까 옆 광대가 부각돼 답도 없더라"며 "톤다운 화장을 많이 해서 작가님이 봐도 못생겨 보였는지 미안하다고 하셨다"라고 흥분하는 개구진 모습으로 맥 빠지게 했다.

이종석은 "풋풋하고 청량한 느낌이고 싶은데 역시 사람은 변해간다. 불과 1년 전인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피노키오' 얼굴이 정말 다르더라. '너목들' 때 예뻤던 표정을 다시 써보려고 하니까 안 됐다"라며 "워낙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 일을 할수록 자존감이 낮아진다. 그냥 연기 열심히 해야겠다"라며 의외의 포인트에서 의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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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겉으론 투덜투덜했지만 '피노키오'는 기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해서 더 좋은 작품이었다고 했다. 실제 그가 하는 모든 말에서 드라마와 이를 함께 만들어간 모든 이들에 대한 애정이 드러났다. "현장에서 영광 형이랑 같이 장난치고 놀고, 신혜는 애교가 엄청나다. 유비는 제정신이 아니다. 그 사이에 있다 보니 내가 정상인 같은 느낌이었다"라고 말해 웃음을 유발하더니 "연기할 땐 신혜가 정말 예뻤다. 사람이 가장 예뻐 보일 때가 자기 일 잘할 때다. 연기도 잘하고 예쁜 사람이 망가지니 매력적이더라. 마치 내가 이전까지 까칠한 역할만 하다가 '하이킥'에서 뿌잉뿌잉을 하고 유행어가 된 것처럼"이라며 상대 배우 치켜세우기와 더불어 은근한 자기 어필까지 일타이피를 날렸다.

또한 변희봉 신정근 진경 김해숙 강신일 등 연기파 중견 배우들과 함께 한 것에 대해 "선배들을 통해 느끼고 배우는 게 많고, 확실히 많이 늘어간다. 앞으로도 주연이 아니어도 선배들이 많이 출연하는 작품에 함께 하고 싶다"라고 했다.

가장 감정이입이 잘 됐던 건 가족애를 그린 장면들이었고 특히 집을 떠나려 할 때가 가장 슬펐고 '아버지께서 날 파양해주셔야 한다' 라는 대사를 할 때부터 미치는 줄 알았다는 그다. 대본에는 '눈물을 감추며'라고 돼 있지만 풀샷부터 너무 속상해서 울어버렸다고. 그렇게 매몰차게 정을 떼며 집을 나가 놓고는 술에 취해 다시 돌아왔던 장면에선 가족들을 위해 챙겨온 마른안주를 품에서 꺼내는 코믹한 모습은 역설적이어서 더 슬펐단다. 애교 또한 애드립이었다며 "술을 잘 안 마셔서 술 취한 연기가 안 되더라. 억지로 혀 굴리는 건 인위적이라서 싫고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현장에서 우리끼리 장난치고 놀던 '피융피융'을 해봤다. 작가님도 놀라지 않았을까. 평소에도 애교가 많지만 컨디션 따라 다른데 그날은 유독 좋았다"라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밖에도 죽은 줄로만 알았던 형이 살인자가 되어 있었고, 이를 직접 리포팅 해 진실을 밝혀야만 했던 해당 회차들은 매 장면 울었고 기력을 다 소진해서 영혼이 빠져나간 느낌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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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는 미숙한 초보 기자들의 청춘 성장 로맨스를 표방했지만 말이 지닌 무게와 가치, 그리고 이를 감당하는 이들이 지녀야 할 책임감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이런 드라마 속에서 이종석은 작가의 자아나 다름없을 만큼 극의 해설자이자 해결자 역할을 했다. 그랬기에 그 역시 단순히 배역을 '연기해 낸'것에 그치지 않고 작품으로 인해 달라진 변화를 이야기했다.

그는 "뉴스를 폭넓게 보게 됐다. 예전엔 연예 면만 보고 긴 기사는 안 읽고 헤드라인만 봤는데 이젠 사회 면도 찾아보게 되더라"며 "요즘 연예 쪽에서 클라라가 이슈가 되는 걸 보며 느낀 점은 연예인과 소속사 분쟁 같은 경우는 어찌 보면 흔한 일인데 '성적수치심'이 가미되며 톱뉴스에 오르기 시작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건이 커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역할로 말의 중요성을 많이 깨달았다. 원체 말을 잘 못해서 의미가 다르게 전달되는 게 무섭더라. 앞뒤 상황 맥락 자르고 이야기하면 오해를 사고, 오해를 사면 해명을 해야 하고, 인터뷰를 해도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의미가 되더라“며 ”오히려 그런 건 괜찮다. 하지만 기자가 의도한 방향이 확연히 보일 땐 속상할 때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사고 치지 말아야겠다고 미연에 방지를 다짐하는 그다.

실제로 이전부터 공식적인 자리에 나서는 것을 못 견뎌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그였고, 연기할 때와 말하는 것이 무슨 차이일까 싶지만 이종석은 이에 대해 "확실히 다르다. 연기할 땐 대본이 있고 이를 따라가면 되지만, 이런 건 가이드라인이 없다.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고 하는데 그렇지도 않더라"며 "정말 괴로운 일이다"라고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약삭빠르게 매스컴을 이용할 줄 아는 영리함과 영악함을 가진 이들보다 그의 순박한 고민이 더욱 깊이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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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은 드라마의 매 장면이 의미 있었다고 했다. 이는 박혜련 조수원 콤비였기에 가능했다고. 그는 "신뢰를 갖고 대본을 읽었고, 대본만 봐도 오랫동안 진지하지 않고 심각한 상황에서도 코믹 요소들이 튀어 나왔다. '이때 나와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 전환이 빨랐다. 그게 오히려 강점이었고, 워낙 복합적인 요소들이 많았지만 어느 하나 치우치지 않았다"라며 "드라마를 고르는 기준은 내가 보기 좋은 드라마다. 지극히 대중적인 취향이기도 하고 시청자들도 주인공의 감정선에 따라가게 되는 드라마가 좋더라"고 했다.

촬영이 끝난 후 오글거리지만 '작가님과 감독님이 짱 좋다'란 문자를 보냈고 진심 어린 마음으로 정말 감사했다는 그는 "내 연기가 군더더기 없어서 좋았다고 하시더라"며 칭찬받아 뿌듯한 소년의 모습을 보였고, 이들 콤비와 또다시 언제든지 작품을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하고 싶은 캐릭터와 소재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른 이가 배역을 맡게 되면 배가 아플 것 같다며 너스레였다.

이종석은 각기 다른 역할을 하면서도 큰 그림은 하나의 캐릭터 연장선 같은 이미지를 줬다. 그는 "주로 결핍이 있고 사연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서 비슷해 보이는 것 같다. 특히 '학교' 때 무기력하고 공기같은 느낌이 나랑 비슷했고 그런 걸 좋아하는 것 같다"며 "재벌남도 해보고 싶지만 아직까진 사연 있는 캐릭터가 감정을 쓰는 것도 더 많은 것 같아 좋더라, 사실 욕심 부리면 강한 남자 역할이지만 잘할 수 있는 연기는 다르단 걸 아니까. 다만 드라마는 대중적인 것을 택해도 장르 폭이 넓은 영화에서는 해보고 싶은, 안 해봤던 연기에 도전하고싶다"라고 전했다. 그는 '피노키오' 속 기재명 역할을 하고 싶었고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종석이 별스럽다고 느껴지는 건 매사 두루뭉수리로 넘기는 듯 보여도 그 내면은 생각보다 확고하며 입체적으로 그려지는 것이었다. 그가 느낀 슬럼프 역시 작품마다 매 순간 쏟아내는 열정의 크기가 감내하기 힘들만큼 컸기 때문 아닐까. 그는 다시 채워 넣고 또다시 쏟아내고 그렇게 반복하며 중심잡힌 배우로 성장할 것이 자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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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웰메이드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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