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뷰] '강철비' 장엄하고도 처연한, 분단국가의 비극을 담다
2017. 12.14(목) 17:27
영화 강철비 리뷰
영화 강철비 리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천만 감독 양우석이 돌아왔다. 견고하고 방대한 지식을 모두 녹여내면서도, 확고한 메시지를 담은 역대급 영화 '강철비'로 지난 흥행이 요행이 아니었음을 그는 스스로 입증해냈다.

12월 14일 개봉된 영화 '강철비'(감독 양우석·제작 모팩앤알프레드)는 쿠데타가 벌어진 북한에서 위기에 처한 북한 권력 1호를 구하기 위해 남한으로 피신한 북한 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가 남한의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와 만나 남북 핵전쟁 발발 위기에 맞서는 첩보 액션 블록버스터다.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변호인'으로 데뷔와 동시에 천만 감독 대열에 오른 양우석 감독. 그는 '강철비'를 통해 방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한 천재적인 스토리텔링 능력을 입증했다. 앞서 '변호인'의 흥행 코드는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 부림사건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었다. 그렇기에 인간, 휴머니즘, 진실을 표방하는 '노무현 콘텐츠'의 저력과 이에 대한 향수가 막대한 힘을 발휘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양우석 감독은 지난 10년 간 철저하게 준비한 '강철비'로 사상 최초 핵전쟁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여기엔 북한 사회와 동포들, 남북이 가진 정치 구조, 남북을 바라보는 다양한 세계의 시각, 그리고 현재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비극적 현실을 영리하고 첨예하게 담아냈다.

평안남도 평성시. 한때는 잘 나가는 정찰총국 요원이었으나 지금은 남루한 행색과 깡마른 체구에 삶의 고단함이 짙게 묻어나는 중년의 모습을 한 엄철우다. 그는 처방받은 마약을 돈으로 되팔려다 붙잡히고, 여기서 북한 정찰총국장 리태한(김갑수)으로부터 내부 쿠데타 세력을 막기 위한 암살 지령을 받는다. 성공할 시 그의 가족들은 쿠데타를 지킨 영웅 가족으로 더 나은 삶을 보장받게 된다.

이에 내란 음모를 꾸미는 북한 고위 간부들을 하나씩 처단해나가던 그는 미군의 MLRS를 탈취한 뒤 폭격을 쏟아내는 쿠데타 세력으로부터 무차별 죽임을 당하는 인민들을 보게 된다. 이때 위험에 처한 북한 1호를 황급히 피신시키다 남한으로 가게 된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는 이같은 북측의 동향을 전해 듣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병원을 찾은 엄철우와 맞닥뜨린 후 그의 도움 요청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쿠데타 세력은 엄철우를 집요하게 쫓아 북한 1호를 처리하려 한다. 그래야 그들의 쿠데타가 진정한 성공을 이루기 때문. 또한 이 과정에서 쿠데타 세력은 미국과 남조선이 북한을 선제공격했다며 인민들을 동요케 하고, 남측에 선전포고를 내린다. 남한은 정권 교체 시기와 맞물려 현 정권 임기가 남은 대통령은 북한에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차기 정권의 새 대통령은 국민과 북한 동포들의 평화를 주장하며 대립한다.

영화는 이를 빠르고 긴박감 넘치는 시퀀스로 담아낸다. 특히 하늘에서 무수히 쏟아지는 미사일 '스틸레인'의 장관은 가히 압도적이다. 이에 순식간에 초토화되는 전경까지 찰나의 공포감을 배가한다. 남북의 핵전쟁 발발 위기를 대하는 이념이 다른 두 대통령의 모습은 극단적으로 양분화된 현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특히 계엄령이 선포된 상황에서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들뜬 분위기의 거리와 안일한 시민들의 모습은, 폭력과 도발에 일상화된 국민들의 현실을 직시하게 하며 씁쓸한 탄식을 자아낸다.

북한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쿠데타 세력의 모토는 공화국을 위한 핵을 권력유지의 도구로 사용하는 권력을 향한 반발이고, 평범한 북한 사회 동포들은 체제나 사상에 대한 충성 그 이면에 그저 사람답고 안전하게 살길 바라는 희망을 꿈꿀 따름이다. 이를 통해 북한 사회 구성원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인간으로서의 기본 권리를 꿈꾸는 평범한 한민족임을 말한다. 그렇기에 "분단국가의 고통은, 분단 그 자체보다 분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자들로 인해 더 고통받는다"는 영화의 메시지는 많은 의미를 시사한다.

무엇보다 "모든 전쟁은 선전전으로 시작된다"며 남측의 동의 없이 북한을 도발하고 압력을 가하는 미국의 모습이나, 동맹국들의 전체 안보를 위해서란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은 각국의 이권을 따라 움직이는 주변국의 상황은, 애초 한민족을 분단시켰던 강대국들의 자국 이기주의를 다시금 명실히 드러낸다. 이로 인해 꼼짝달싹 못하는 남측의 상황은 개탄스럽기 짝이 없고, 결국 전쟁의 막대한 피해와 공포는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 될 수밖에 없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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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는 이처럼 핵전쟁 발발 위기와 직면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현실적인 상황들을 부각하며 생생한 공포감을 자극한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이를 요격하는 일본의 방어 무기는 동해를 휩쓰는 거대한 스케일의 CG로 구현되며 숨막히는 긴박감을 전한다. 하지만 '강철비'의 진정한 묘미는 리얼함을 기조로 영화 전반을 감싸는 애수와 유머의 미학이다.

GD의 노래를 목청껏 따라 부르며 익살을 떠는 남한의 철우와 이를 질색하는 북한의 철우가 수갑을 한쪽씩 꿰고 '깽깽이 국수'를 '폭풍 흡입'하거나, 서로의 안위를 염려하는 모습은 남북 이데올로기를 차치하고 전쟁과 대량 살상을 막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이며 형성된 두 사람의 우정을 자연스레 보여준다. 그렇기에 시답잖은 농담 따먹기와 '아재 개그'로 점철된 남북 두 철우의 자동차 시퀀스는 "넌 살 좀 찌고, 난 살 좀 빼고 반포동에 모여 살면서 소주나 한 잔 하자"는 가벼운 말에도 애틋한 감정의 폭주를 이끌어낸다.

정우성, 곽도원은 이같은 남북의 철우로 분해 역대급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특히 '잘생김'은 오간데 없이 초라한 행색과 성미 사나운 표정을 한 무뚝뚝한 정우성이 가족을 떠올리며 흔들리는 눈빛과 '깽깽이 국수' 앞에서 어색한 미소를 짓는 모습은 철우의 우직함과 순박함을 보여주며 절로 연민을 이끌어냈다. 절정의 엔딩 신에서 그가 보인 눈물 연기는 두말할 것 없다. 곽도원은 최고 엘리트 코스만 밟은 상위층 인물임에도 능글맞고 유머러스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지닌 신념 있는 멋쟁이로 깊이 있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강철비' 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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