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정해인의 변신은 무죄 [인터뷰]
2019. 12.14(토) 10:00
시동 정해인
시동 정해인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편한 복장을 입어도 될법한데 인터뷰할 때마다 정장을 차려입고, 바른 자세와 올바른 심지를 지닌 배우 정해인의 대표 이미지는 '모범생'이다. 그런 정해인이 변화를 시도했다. '시동'에서는 우리가 알던 것과 다른 조금은 색다른 정해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시도들은 정해인이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한 선택이었다.

18일 개봉될 영화 '시동'(감독 최정열·제작 외유내강)은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형(마동석)을 만난 어설픈 반항아 택일(박정민)과 무작정 사회로 뛰어든 의욕충만 반항아 상필(정해인)이 진짜 세상을 맛보는 유쾌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정해인은 극 중 어울리지 않은 일을 하면서 어울리다고 믿는 반항아 상필 역을 맡아 연기했다.

늘 바르고 진중한 결을 지닌 역할을 해왔던 정해인이 '시동'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욕설을 내뱉고 담배를 피워대며,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방황하는 청춘의 모습을 소화한 것이다. "절실하게 연기했다"는 정해인은 "외모를 떠나서 앞으로 보여드릴 작품 속 이미지가 학생이랑 많이 멀어져서, 학생 연기는 마지막일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30대지만, 청소년을 연기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필을 연기하며 30대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철저하게 노력했단다. 정해인은 "철없는 아이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목소리 톤을 높이고, 껄렁껄렁하게 걷거나 형들이랑 있을 때 치기 어린 허세를 부리는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했다.

모든 것이 어중간했던 학창 시절의 경험이 상필을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정해인은 "제가 사실 학창 시절을 생각하면 내세울 게 없었다. 제 고등학교 시절은 정말 어중간했다. 딱 중간 어느 지점에 걸쳐져 있는 학생이었다"면서 "어중간했기 때문에 상필이의 행동들이 더 이해가 갔던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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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스러운 욕을 내뱉으며 담배를 피우고, 친구 앞에서 허세 가득한 자랑을 늘어놓는 상필의 모습은 어딘가 어색함을 자아낸다. 이는 반항아지만, 본질은 아직 미숙하기만 한 10대인 상필의 캐릭터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해인도 이 부분을 각별히 신경 썼다고. 정해인은 "욕을 하되 밉지 않게 보이고 싶었다. 험악하거나 욕을 능수능란하게 잘하는 것처럼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어딘가 한 두지점은 어설펐으면 했다"고 말했다.

정해인이 상필에 잘 녹아들을 수 있었던 건 택일을 연기한 배우 박정민의 역할이 컸다. 정해인은 "형은 촬영장에 올 때부터 이미 택일에 녹아든 상태였기 때문에 저도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박정민과 더불어 상필의 할머니 역의 배우 고두심도 정해인에겐 큰 힘이 됐다. 해인은 "고두심 선생님께서 이 작품을 하신다고 했을 때 감독님에게 진짜냐고 서너 번 물어봤다.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너무 긴장됐다. 연기를 수십 년 가까이하신 선생님과 독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되더라"면서 "제가 실수를 하거나 많이 부족하새 작품에 피해가 갈까 봐 염려됐다"고 했다.

정해인의 염려는 기우에 불구했다. 정해인은 고두심과 함께 하는 장면에서 제 몫, 그 이상을 해내며 깊은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상필이 잘못된 선택을 하러 가기 전 치매인 할머니에게 밥상을 차려주는 장면에서 정해인과 고두심의 연기는 보고 있는 자체로 뭉클할 정도의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정해인은 해당 장면에 대해 "고두심 선생님의 '가지 마' 한 마디가 산더미처럼 커져서 저에게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그 신을 촬영할 때 엄청 숙연해졌다. 감독님도 눈시울이 붉어지고. 친할머니 생각도 많이 나더라"고 말했다.

또한 '시동'에는 배우들의 애드리브가 다수 등장하는데, 정해인은 애드리브를 하기보다는 상대 배우의 것을 잘 받아치려 노력했다고 했다. 정해인은 "자연스럽게 받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대사나 신이 훨씬 풍성해지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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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영화를 두 번이나 봤다는 정해인은 조금 아쉬워하고 있었다. 편집된 장면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정해인은 "상필이가 처음 파이낸셜 회사 사람들과 만나는 면접 장면이 편집됐더라. 개인적으로 아쉽기는 했다. 상필이 뿐만 아니라 파이낸셜 직원들의 캐릭터들이 보이는 장면이었는데, 감독님께서 후반부에 상필이를 극한으로 몰아붙이기 위해서 편집했다고 하더라. 개인적으로 아쉽지만 편집은 맞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아쉽기는 하지만 그 전 캐릭터들과 조금은 다른 상필을 연기했다는 것만으로 정해인에게 '시동'은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물론 변신에 대한 판단은 관객들의 몫이지만, 시도만으로도 정해인에게는 자양분이 됐다. 정해인은 "그 전 이미지를 탈피하고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은 안 했는데 여러 가지의 모습을 보여드리면 저뿐만 아니라 보시는 분들도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정해인이라는 배우가 저런 연기도 되는구나'라는 걸 많은 분들이 알게 되면 저도 여러 가지 장르의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시도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더라도 정해인은 일희일비하지 않을 것이다. "건강하게 오래 연기를 하는 배우"가 목표이기에, 매일 달라지는 환경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중심을 잡으며 살고 싶다고. 그런 면에서 정해인의 변신은 무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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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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