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남자' 이채영 "밥상 엎고 진짜 상을 받았네요" [인터뷰]
2021. 02.14(일) 14:10
이채영 인터뷰
이채영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유라가 밥상을 엎고나서 한 3년 동안 시집을 못 갈 줄 알았는데, 시청자분들은 희열을 느끼셨더라고요. 정말 기뻤죠."

배우 이채영은 지난 10일 종영한 KBS2 일일드라마 '비밀의 남자'(극본 이정대·연출 신창석)의 대표 빌런 한유라 캐릭터를 연기했다. 드라마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이 작품을 통해 2020 KBS 연기대상에서 일일드라마 부문 여자우수상도 수상했다. "11년 만에 처음으로 칭찬받은 작품"이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있었다.

'비밀의 남자'는 사고로 일곱 살의 지능을 갖게 된 한 남자가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을 마주하며 복수를 위해 질주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그가 연기한 한유라는 주인공 한유정(엄현경)의 이란성쌍둥이 언니이자 허영기 가득한 악녀다. 8개월 간의 긴 촬영 기간 동안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연기했다"는 그는 "빌런들이 극을 자극적으로 만들었지만, 시청자들이 지치지 않게 따듯하고 가정적인 사랑 이야기 가족 이야기가 많이 들어간 작품이었다. 모든 장면들이 있었기 때문에 작품이 잘 될 수 있었다"며 제작진과 배우들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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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영은 자신의 캐릭터 한유라를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이자, 자기 자신만을 동정하는 사회적 소시오패스"라고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아껴서 정말 열심히 사는데 현실은 녹록지 않고 꿈은 멀어지고, 그런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 같다. 한유라는 극 초반에 분명 자기 능력도 있는 캐릭터였는데, 능력과는 별개로 꿈을 이룰 수 없는 현실을 알고 좌절하며 악해진 인물이다. 너무나 큰 악행을 저지르지만, 이러한 공감대가 있었기에 시청자들이 더 큰 충격을 받은 게 아닌 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유라는 나에게 이익을 주는 인물에게만 관심을 가지고, 그 사람에게 동정심을 얻고 들어가 쥐고 흔드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감정적인 인물이지만, 누구에게도 감정을 주지 않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며 "유독 자신에게만 너그럽고 자기만 사랑하는 인물이었다. 이런 캐릭터의 이기적인 면모들이 일상에서도 드러날까 봐 촬영 중에는 가족들을 일부러 안 만났다"고 말했다.

이채영은 이러한 한유라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생활 연기에 더욱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장르적인 부분 때문에 힘을 줘야 하는 부분을 빼고는 최대한 현실적인 연기를 하려 했다. 강약을 잘 조절해보려 했고, 그래서 더욱 리얼한 캐릭터라고 반응해주신 것 같다"고도 말했다.

"한유라는 나쁜 짓을 할 때도 서사가 어느 정도 있었어요. 그런 장면은 조금 더 솔직한 감정으로 연기를 했죠. 아버지가 사고를 당한 후, 병원에서 그동안 서운한 걸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눈물, 콧물 범벅이 되며 울며 대사를 했어요. 감정에 발음이 먹혀 들어가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따지면 그렇게 연기를 해서는 안 됐는데, 감독님이 감정선을 살리면서 본방송에 그 장면을 넣어주셨더라고요. 그런 장면들이 연기 갈증을 풀어주는 오아시스처럼 다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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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채영이 악행을 저지를 때마다 시청률이 올라갔고, 그가 크게 무너지며 권선징악을 당할 때는 '희열이 느껴진다'는 시청자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그는 "시청자들은 이미 누가 나쁜 짓을 하는지 다 알고 있다. 일일드라마의 패턴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찰나의 호흡, 오히려 힘을 빼는 호흡의 차이가 더 열을 받는 게 만드는 거다. 어떻게 하면 더 미움받는 지를 파악해 행동하면, 내 캐릭터가 부서질 때 더욱 통쾌하고 몰입감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현장에서 직접 대사를 재연해 보이며 이채영만의 '악역 개론'을 펼쳐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이채영의 노력 덕분일까, 그가 만들어 낸 섬세한 악역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그는 "내 필모를 펼쳐보면 악한 역할 반, 선한 역할 반이다. 그런데 유독 악역을 했을 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고 반응하더라"며 "'이채영'이라고 하면 '악역을 잘해'라고 인식해주신다. 나는 연기로 주목을 받으며 시작한 배우가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이 많은 배우들 가운데 악역 라인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게, 그것도 연기로 언급될 수 있다는 게게 믿기지 않는 일"이라며 시청자들의 사랑에 감사를 전했다.

"'비밀의 남자'가 이채영이라는 배우의 다음 연기를 기대하게끔 해준 전환점이 된 것 같아요. '이채영이 다른 연기를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는 댓글이 정말 감사했어요. 배우에게는 정말 큰 칭찬이니까요.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하는 것처럼, 저도 덩실덩실 춤추는 마음으로 하고 싶은 연기를 더 마음껏 펼쳐 보이고 싶죠. 빨리 다음 작품을 만나 싸워보고, 역할을 점령해 보고 싶어요."

이채영은 "아직 제 100가지 모습 중에 20도 채 못 보여드린 것 같다"며 "남은 80가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더 많은 역할을 맡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적어도 2021년에는 지난해 했던 것보다는 좀 더 밀도 있는 연기를 하는 것이 새해 목표다. 더욱 노력하고 연기에 빠져드는 것이 스스로와의 약속"이라며 열정을 드러냈다.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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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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