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을 변하게 한 '기적' [인터뷰]
2021. 09.24(금) 09:30
기적 박정민
기적 박정민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과정보다 결과가 더 중요했던 배우 박정민은 수 밤을 괴로워했다. 티끌 하나에도 예민해지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그렇게 자신을 수없이 채찍질했다. 그런 박정민에게 '기적'은 결과보다 중요한 건 없다던 스스로를 변화하게 만든 기적 같은 작품이었다. 이제는 만드는 과정에 대한 즐거움을 알게 된 박정민이다.

최근 개봉된 영화 '기적'(감독 이장훈·제작 블러썸픽쳐스)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박정민)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다시는 고등학생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했던 박정민이 또 고등학생으로 돌아왔다. 마을에 간이역 하나 만드는 게 목표인 준경의 옷을 입은 이유는 무엇일까. 좋은 시나리오였지만, 나이의 한계 때문에 망설이던 박정민의 마음을 녹인 건 영화만큼이나 좋은 사람이었던 이장훈 감독이었다. 박정민은 "시나리오는 너무 좋지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감독님에게 말씀드리기 위해 찾아갔다. 근데 감독님이 너무 좋은 사람이더라. 미팅을 하면서 마음이 뺏기고 있었다. 마지막에 정준경이라는 명찰을 단 펭수 인형을 주셔서 거기에 마음이 녹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구태여 10대처럼 보이려고 하지 않다. 다만 10대라고 생각하고 연기해야지라는 마음 가짐만 있었단다. 또, 감독에게 친구들로 나오는 배우들을 실제 고등학생이 아닌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얼굴을 가진 배우들로 캐스팅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자신의 외관을 바꿔 이질감을 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10대처럼 보이기 위해 주변 환경들에 대해 신경 썼다.

캐릭터의 나이만큼이나 박정민을 애먹인 요소가 있었다. 바로 사투리다. 극 중 배경으로 인해 경상북도 봉화 사투리로 연기를 해야 했던 박정민은 "사투리 연기를 안 해본 건 아닌데 사투리가 엄청 중요한 영화는 해본 적이 없다. '기적'이 처음이다"라고 부담감을 토로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경상도 사투리와 조금 다른 봉화 사투리로 연기할 자신이 없었다고. 이에 박정민은 "감독님에게 우리에게 좀 더 듣기 익숙한 대구 사투리를 사용하면 어떨까 이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면 그 지역에 사시는 분들이 너무 실망하실 것 같았다"라고 했다. 최대한 노력해보자는 마음으로 박정민은 봉화 사투리를 실감 나게 연기하기 위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그 이상의 노력을 하며 캐릭터에 다가갔다.

또한 "준경이라는 캐릭터를 연구하는 게 이 영화의 전체적인 리듬을 연구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는 박정민은 "감정적으로 혹은 연기적인 욕심이 나지만 너무 많은 걸 앞에서 쏟아내면 뒤에서 관객들이 더 센 걸 원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후반부에 이 아이의 응어리들이 어느 순간 뻥하고 터져서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개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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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 임윤아, 이수경 등 배우들과 함께 촬영한 기억들은 박정민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었다. 박정민은 "이성민 선배님은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시는 분이다. 현장에서 뭔가 근엄한 모습으로 계신다기보다는 어린 후배들하고 뭔가 더 하려고 하고. 아이스 브레이킹을 본인께서 직접 하시는 분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너무 좋았다"라고 준경의 아버지 태윤을 연기한 이성민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히 박정민은 "제가 이 분을 사랑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까 어느 순간 아버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성민 선배가 뭔가를 하시면 눈물이 났다"라고 이성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박정민은 "윤아와 수경이는 영화에 진심인 편이다. 그리고 걱정도 많았다. 걱정이 되면 저에게 털어놓기도 했다"면서 "'내가 어떻게 해줘야 윤아와 수경이가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기도 했다. 보통 저는 집에 가며 혼자 가만히 있는 성격인데 괜히 마음이 쓰이니까 두 사람에게 전화를 하기도 하고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신기한 경험을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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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작업했기 때문일까. '기적'에 대한 박정민의 애정은 어느 작품들과는 결이 달랐다. 박정민은 "작년 여름에 촬영했던 거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이상하다. 저는 제가 나온 영화를 재밌게 보지는 않는데 이 영화는 처음 봤을 때 마음이 좋더라.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긴 소풍을 갔다 온 느낌이라고 할까"라고 말했다.

박정민은 영화에 대한 평가와 상관없이 함께 영화를 만들어갔던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진심은 부끄럽지 않다고 했다. 결과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하다는 걸 알게 해 준 작품이기에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에게는 소중한 작품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전했다.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만큼 절실했던 꿈은 없었던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저를 배우라고 불러주시니까 어쩌면 저는 꿈을 이룬 사람일지도 모르겠죠. 지금 꿈은 훌륭한 배우가 되는 거예요. 훌륭한 배우가 되기 위해서 제가 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작게나마 제 몫을 할까 고민하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좌절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조금만 좌절하고 건강하게 앞으로 나가는 것이 제 꿈이에요."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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