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광 "'피노키오' 서범조, 가장 불쌍하고 처량했다" [인터뷰]
2015. 01.30(금) 07:00
sbs 피노키오 김영광 인터뷰
sbs 피노키오 김영광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모델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말해주듯 김영광은 화려한 런웨이가 어울리는 듯 했지만 언제부턴가 브라운관에서도 제법 근사한 배우 티가 나기 시작했다. 한 사람의 이미지를 좌지우지할만큼 인생을 결정짓는 큰 꼬리표를 스스로 쌓아올린 기량을 통해 멋지게 지워내는 배우로 성장한 그의 본모습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진지함 속의 익살스러움이 스며들었고 의외로 그런 '허당기'가 잘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김영광은 최근 종영된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에서 여느 재벌2세와는 달리 '돈자랑'은 커녕 잘못 보내진 문자를 10년 넘게 지켜보며 사랑을 키우는 순애보와 그를 만나기 위해 기자가 되어서 자신의 엄마가 저지른 온갖 부정을 외면하지 않는 정직하고 순수한 신념을 가진 서범조 역할을 연기했다. 그는 작품을 끝낸 소감은 홀가분하다며 극 중 인하(박신혜)와의 러브라인을 기대했는데 꿈꾸던 결말은 아니었다고 너스레였다.

하지만 서범조라는 캐릭터에 대해 생각보다 더 많은 애정을 가진 그였다. 김영광은 "범조가 시놉상 정보가 부족했고 그가 가야할 방향 또한 정확히 잡힌 게 없었다. 초반엔 무슨 생각인지도 모르겠고 엄마 앞에서 마마보이로 그려지거나 바보스러운 면이 있었던 것 같다"라며 "하지만 범조는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순수하고 깨끗한 아이라고 생각했고, 극 후반 어머니 사건들 때문에 더욱 성장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누구보다 고된 성장통을 겪은 범조가 불쌍하다고 했다. 그는 "내가 볼 땐 가장 불쌍한 아이가 범조였다. 범조는 초반엔 남자답지 못하고 결정적인 부분에서도 그랬다. 다른 캐릭터들은 상황과 맞물려 돌아가는데 범조는 외딴 섬에 있는 아이 같았고 연민이 많이 갔다"라며 "내가 범조에게 든 생각은 불쌍하고 처량했고, 누군가 얘를 대변해줬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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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차옥(진경) 부장이 두고 간 휴대폰을 그대로 넘겨받고 그 딸이 13년 동안 보낸 문자를 보며 얼굴도 모르는 이를 사랑하고, 이에 대한 궁금증에 직접 찾으러 가는 등의 모습은 현실감이 부족하기도 했다. 김영광은 인하에 대한 감정만 표현하고 과정이 없다보니 범조가 얼마나 인하를 기다리고 상상해왔는지에 대한 부분을 잠깐이나마 표현해주면 더욱 시청자 분들이 범조란 아이를 이해하기 쉬웠을텐데 설명이 힘든 캐릭터라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캐릭터를 향한 깊이있는 고찰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촬영 초반엔 어머니 박로사(김해숙)가 언론·정·재계를 쥐고 흔들만큼 무서운 인물로 그려지는 것은 초반 나와있지 않던 설정으로 다들 전혀 몰랐었다는 김영광은 "초반엔 어머니와 재벌답지 않은 재벌 모자간의 모습도 좋았고 밝은 코드로 접근했다. 어머니가 '끝판왕'이실 줄 몰랐다. 후반부로 치닫을 수록 어머니와 사이가 안 좋아지고 냉랭해지는 게 힘들었다. 어머니는 워낙 베테랑이셔서 금방 감정 변화가 되시더라. 어머니 덕분에 리액션도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다"라고 했다.

촬영장에서 실제로도 김해숙을 어머니라고 불렀고, 가장 고마웠던 배우로 꼽는 그는 "굉장히 잘 챙겨주셨고 내게 질적으로 도움을 주시고 연기적인 사고도 다듬어주셨다. 어머니가 보통 후배들한테 다정한 선배가 아닌데 '네가 예뻐서 그런다'고 친아들 처럼 대해주셨다"라고 했다. 그랬기에 극 중 김해숙이 끔찍히 사랑하는 아들이 잘살길 바라는 마음에 언론 조작과 더불어 살인교사까지 저지르며 변질된 모정을 보여주는 것이 더욱 아프고 괴로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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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한없이 해맑고 어린 소년같던 범조가 어머니로 인해 갑작스러운 감정변화를 겪어야만 했고 김영광은 이를 절절한 감정연기로 표현해냈다. 특히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에 소리내어 울지 못하는 범조의 모습은 더욱 안쓰럽게 그려졌다. 그는 "감정연기가 바로 안 돼 우울함을 지속했다. 계속해서 과정을 되새겼다. 어머니가 날 어떻게 키워줬는지, 어머니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어머니를 생각하다보니 인하와 하명에게 더 미안해지고 그런 감정들을 표출하려 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19회에서 기하명(이종석)과 통화하는 신이랑, 인하한테 '따로 우리 어머니를 인터뷰하게 되면 내 말을 전해달라'고 하는 신이 인서트 컷으로 나오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았고, '어머니와 함께 하겠다'라는 대사까지 아프지만 뿌듯한 장면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여기엔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실제 통화를 하는 것이 아닌 각각 따로 찍는 신이었는데 조수원 감독이 이종석 역할 대사를 대신 받아치는데다 무미건조하게 대사를 읽어 감정 잡는데 애먹었다는 그다.

전체적으로 가장 좋았던 장면은 거짓된 삶을 살아온 달포가 처음 기자가 되기로 마음 먹었을 때 아버지 최공필이 이미 알고 있었노라 하자 눈물을 흘리며 버스정류장에서 무릎을 꿇고 바라보는 모습이 슬펐단다. 또한 중요하고 봐야하는 뉴스들이 새로운 이슈로 덮이려고 하는 점들은 안타깝고 크게 와닿았다고 했다.

실제 자신이 기자라면 배우 김영광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어디 사냐?"라고 말해 엉뚱함을 더했지만 이어 "평소에도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고, 잘하고 있는지 걱정도 많이 하는 편이고 어떡하면 좀 더 나은 쪽으로 보여질 수 있을까 대답을 구하려 할 것 같다"라고 그 이면의 진지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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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광은 박혜련 작가의 필력은 물론 대본에도 담긴 꼼꼼함에 감탄했다며 "마치 사전 같았다"라고 표현했다. 그는 "배우들이 숙지할 것 뿐만 아니라 감독님이 연출할 때 필요한 부분까지 디테일하게 적혀있고, 주석을 달아서 설명을 했다. 기자 역할이다보니 컴퓨터에 띄워놓는 신이나 봐야 하는 자료들까지 수집하시고, 소환장도 대본에 첨부해서 보내주실 정도"라고 했다. 단 자신이 극 중 어머니의 충격 실체를 알고 기자를 관두겠다고 말한 뒤 휴대폰을 내려놓지만, 이는 녹음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에선 "바로 녹음이 되나 싶었는데 감독님이 무시하라고 하셨다"라고 전해 엉뚱하면서도 진지한 면모를 엿보였다.

또한 어머니에게 녹음을 하고 있는 것을 걸렸을 때도 실제로도 깜짝 놀랐지만 리액션이 크면 어줍잖은 장면이 될 것 같아 이를 참았다고 귀띔했다. 이밖에도 재벌남 캐릭터인만큼 극 중 장착한 가방은 2천만 원 짜리도 있었고 시계도 명품을 찼지만, 기자 생활을 시작하며 입은 캐주얼 복장은 편하고 활동적인 옷을 골라 입었다고. 극 중 안찬수(이주승) 순경은 어머니의 희생양이었지만, 사건의 내막이 밝혀진 이후 혐의를 벗은 그는 서범조가 아들 돌잔치 부조금을 두둑히 냈다며 용서하는 코믹함을 보이기도 했다. 뜬금없이 재벌들이라면 부조금을 얼마나 냈을까 싶자 "굉장히 많이 냈을것 같다. 그런데 실제론 소품용 돈이 봉투를 두툼하게 채우려고 두둑히 들어가 있었고 1억 부터 10억까지 엄청 많았다"라고 전해 별스러운 궁금증을 풀어줬다.

다시 MSC에 기자 면접을 보러 간 범조는 합격했을까. 그는 "처음엔 기자라는 사명감보단 인하를 만나고 싶어서 기자를 한 거였지만, 후반엔 스스로 빽을 이용하지 않고 기자가 되고 싶어 갔다는 점이 대견했다. 붙지 않았을까"라고 전했다.

그가 전하는 기자 3인방의 촬영장 비하인드는 "이유비와 이종석이 붙으면 웃느라 촬영을 못할 정도였다"라며 "특히 유비는 앞에서 계속 장난을 치는데다 워낙 정신이 없어서 이야기 전환도 빠르고 정신없이 떠들고 있다. 종석인 애교가 많다. 처음엔 팔짱끼고 엉겨붙어서 '하지마라' 했는데 어느새 동화돼 있더라. 또 신혜와 종석인 워낙 꽁냥꽁냥 거렸다"라고 전하며 못말리는 그들의 유쾌한 모습을 연상케했다. 이어 "특히 신혜는 똘똘하고 올바르다고 할만큼 모든지 잘하더라. 스태프들한테 말하는 것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주변 사람 챙기는 것도 흠잡을 데가 없다"라고 했다. 털털한데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먼저 와서 세심하게 괜찮냐고 물어봐줘서 고마웠다"라고 전했다.

또한 김영광은 극 중 MSC 캡 김광규와 알게 돼 좋았다고 말을 이어갔다. '무도' 팬이라는 그는 '무한도전'에서 선생님으로 출연한 김광규를 보며 배꼽빠지듯이 웃었고 같이 작품을 하게 됐다고 들었을 때 꼭 친해지겠노라 마음 먹었다며 "지금은 엄청 친해져서 매일 선배를 보면 'TV나온 사람이다, 혼자 사는 사람이다'라고 놀린다. 그러면 분노하시면서 나오는 리액션이 정말 웃기다"라며 장난에 성공한 개구쟁이 어린아이처럼 들뜨고 신난 표정으로 웃어보였다.

가뜩이나 김광규가 자신을 향해 '나혼자산다' 섭외 요청 중이라며. 그렇지만 그렇게 좋아하는 '무도' 모델 특집 편에도 출연한 바 있지만, 웃는 리액션만 가능하지 예능감은 없다며 손사래를 치는 그다.

실제 혼자 산 지는 7~8년에 자신을 독거노인으로 설명한 김영광은 "집에 있으면 누워있고 만화책이랑 애니메이션 보는 거 좋아한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만화를 못 보게 하셨다. 일요일날 TV에서 하는 디즈니 만화동산도 못봤다"라고 억울해하며 "그 나이 때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게 만화인데 못봐서 '크면 만화 실컷 봐야지' 생각했다"고 목표를 달성해 흐뭇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의외의 익살스러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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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 터울의 친누나가 2주 후면 아이를 출산해 삼촌이 된다는 그는 "매형보다 날 더 좋아하게 만들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아이를 워낙 좋아한다는 그는 본인의 결혼계획에 대해선 "우리나라 남자들의 결혼에 대한 생각은 보통 준비가 된 상태에서 아내가 나와 만나 행복하길 바라는 남자로서의 책임감이 있다. 나도 하긴 해야 하지만 준비가 아직 안 됐다"라며 이상형은 '내 말을 잘 들어주고 내 편이 되어주는 여자'라고 했다. 또한 공개 연애는 하고 싶지 않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김영광은 모델 출신 배우 절친 3인방 이수혁 성준 김우빈에 대해서도 "요새 우빈인 바빠서 자주 못 만나는데 다들 만나면 커피 마시면서 수다 떨고 신발 어디 브랜드냐 그런거 물어보고 아이쇼핑하러 다닌다"라고 했다. 모델 출신인만큼 평소에도 옷에 신경을 많이 쓸 줄 알았지만 편안하게 입는 스타일을 좋아한다는 그는 옷잘입는 아이돌의 대표주자이자 절친 탑과 같은 그룹인 빅뱅 지드래곤에 대해 "나는 과한 스타일은 안 어울리지만 그 친구는 무대에 오르는 친구고, 록스타 정신이 있어 직업에 어울리게 잘 입는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모델 출신 배우지만 이제 모델이란 꼬리표는 떼어도 충분할만큼 '피노키오'를 통해 연기적인 성장을 보인 그는 "계속 신인같은 신선함을 보이는 것도 좋은 것 같다"라며 "아직 갈길이 멀고 해야 될 것도 많고 보여드리고 싶은 면도 많다.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고, 김영광스러운, 나다운 연기로 인상을 남기고 싶다"라고 소망했다. 이어 "나라는 배우에게 어떤 배역을 맡겨도 상관없이 믿음직스럽다는 의식을 심어주는 뚜렷한 인상을 가진 배우로, 오래오래 기억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권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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