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 윤균상 "이종석 역 내가 했다면 형은 조인성" [인터뷰]
2015. 02.01(일) 15:05
sbs 피노키오 윤균상 인터뷰
sbs 피노키오 윤균상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배우에겐 좋은 배역을 만나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것만큼 뿌듯한 일이 어디 있을까. 불과 네 번 째 필모그래피에서 이를 이룬 배우 윤균상은 부족한 자신을 인정해줘 감사하면서도 겁이 난다고 말했다. 부드럽고 선한 인상만큼이나 겸손하고 진중한 속내는 그가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을거란 확신을 줬다.

최근 종영된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에서 조작된 여론으로 인해 파탄난 가족과 이로 인해 살인을 저지른 가엾고 비참한 인물 기하명을 연기한 윤균상은 이번 작품이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그도그럴것이 드라마 '신의' '갑동이' 영화 '노브레싱'까지 조촐한 필모그래피의 신인 배우가 감당하기엔 두려울만큼 큰 역할이었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정당성을 부여하고 도리어 안타깝게 만드는 캐릭터가 어디 쉬울까. 그 역시도 "살인을 하기 전 기재명은 이야기하기 편했다. 비극적인 가족사가 있지만 착하고 똑똑한 청년이었다. 갈수록 기대감보단 부담감과 무서움이 있었다. 내가 못하면 안 되는 캐릭터라 더 연구하고 고민해서 나온 캐릭터"라며 "살인이란 감정을 구체화 시키는 건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인만큼 감을 못 잡고 헤맸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조수원 감독의 세심한 조언과 박혜련 작가의 대본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지문과 대사 하나 하나 재명이를 만들 수 있게 도와주셨다. 사실 내 연기를 보며 생각했던 것처럼 표현이 안 되고, 연습한 만큼 안 나와서 속상했는데 대본을 보면 감정이 스물스물 올라오더라. 맨홀 구멍 살인 때나 처음 하명이를 만났을 때의 애틋하고 오묘한 감정까지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가능했다"라고 겸손한 답변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선하고 반듯한 인상과 살인을 결심할 수밖에 없도록 그를 내몬 상황들, 증오로 눈이 먼 살인자의 모습과 더불어 죽은 줄로만 알았던 동생이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반성하게 되는 감정 신들까지 쉽지 않은 복잡다단한 감정을 연기하며 여기에 설득력을 갖게 한 것은 배우 윤균상의 몫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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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처음 동생이 멱살을 잡힌 상태로 '형, 나 하명(이종석)이야'라고 말할 때 지문에는 눈물이 흐른다고 되어 있었지만 아무 생각이 안났다고 했다. "실제론 바로 상황판단이 안 됐고 감정이 가장 요동쳤다. 나조차도 연기를 하며 무슨 감정인지 몰랐다. 놀라워야 하는지, 후회해야 하는지, 슬퍼해야 하는지 복합적인 감정이었다"라며 "동생을 만나 살아 있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동생은 나와 다른 삶을 살고 행복한 가정에서 자랐다는 게 다행이었을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정말 사랑했던 가족이었고 그래서 살인을 저질렀지만 유일하게 남은 동생은 나처럼 외롭게, 힘들게 살지 않아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때 처음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을 후회했을 것 같다. 만약 동생이 기자가 아니었고 살인 행위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해도 재명이라면 동생 곁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캐릭터에 십분 동화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드라마에서 그려지지 않은 기재명의 후일에 대해 "감옥에 가서 죄를 받는 현실적인 결말이 좋았다. 어떤 이유에서든 살인이란 죄는 용서받을 수 없고, 벌을 받아야 옳다. 재명의 복수는 하명이 해주었으니까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라며 "아무리 정상참작이라고 해도 사람을 3명 죽이면 20년 넘는 형량을 받는다고 하더라. 복역을 하면 하명이와 인하(박신혜)가 결혼해서 낳은 아이들과, 하명의 가족들을 만나 그들과 함께 한 가족처럼 살고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초반 아역에서 성인 배우로 옮겨갔을 때 윤균상은 낯설고 동떨어진 존재처럼 보였으나 이후 신기할만큼 동생 역할의 이종석과 닮아 있었다. 이에 대해 "의도했던 부분이었다. 가족이 없는 외톨이 느낌이 나고, 하명이와 형제처럼 안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이후 동생을 만나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아무리 죄인이라도 동생이 살아 있어 기쁘고 애틋한 마음이 그려지니 시청자 분들도 형제같단 말을 많이 해주신 것 같다"라고 했다. 또한 이종석은 촬영장에서 여배우들이 사용하는 키맞춤 발판에 올라 굴욕감을 맛봤다고 투정했지만 신장 187cm에 달하는 자신의 체격은 외관상으로도 형처럼 보여 다행이었다고 은근히 너스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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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명-하명 형제는 시청자들에겐 아프고 가엾은, 그럼에도 기특한 존재였다. 정·재계와 언론의 검은 커넥션이라는 추악한 뒷배경에 비참하게 일그러진 형제였고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됐음에도 그들은 똑같은 성장을 이뤘기 때문. 감옥에 있을 때도 언제나 동생의 길잡이가 되어주었던 극 중 하명은 개인을 위한 질문이 아닌 공익을 위한 질문을 하라고 조언했고 이는 '피노키오' 최고의 명장면을 탄생케했다. 윤균상은 기자가 된 동생을 향한 애틋한 마음이기도 하고, 동생은 나처럼 안 됐으면 하는 슬픈 후회이기도 했다고. 이때 하명이 마음의 소리와 함께 교차 편집돼 나오는 신도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이렇듯 연출의 힘을 느낀 장면에 대해 "내가 맨홀 뚜껑 살인을 저지를 때 내 대사와 장면들은 한 감정으로 찍었음에도 내 장면과 기하명-황교동(이필모)의 대사가 맞물리며 강렬한 효과를 냈다. 정말 대단했고, 연출의 힘이 이런 거구나 새삼 느꼈다"라고 설명했다.

이필모가 연기한 황교동 캐릭터가 가장 멋지고 마음에 들었다는 그는 만약 자신이 동생 하명 역할을 했다면 형 역할로는 배우 조인성을 희망했다. 그는 "'그겨울, 바람이 분다'부터 '괜찮아 사랑이야'까지 노희경 작가의 필력을 섬세하게 표현한 연기가 인상깊었고, 조인성 선배를 보며 역시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자신만의 분위기가 생긴다는 걸 실감했다"라며 "나이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작품을 통해 말의 무게를 절감했다는 그는 "예전엔 뉴스들이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전혀 다르고 지루하지가 않더라. 언론이 팩트를 다뤄야 한다는 점과 더불어 개개인도 말을 조심해야겠다고 느꼈다. 만약 왜곡된 기사를 알게 되면 절대 가만있지 못할 것 같다. 말 때문에 나같은 살인자가 생긴 거니까"라며 "철없을 때 부모님께 상처주고 살갑지 못했던 표현들도 죄송했다"라고 속깊은 모습을 보였다.

이어 아버지가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오히려 '조바심을 갖지 마라. 멋진 배우들은 다 30대 40대'라고 말하며 용기를 줬다고 털어놓으며 "장남이 나이 29살 때까지 밥벌이 못하고 있는게 얼마나 걱정되고 못나 보이셨을까. 이렇게 고생하며 알바하고 버텨온 아들을 보며 속상하셨을텐데도 내가 처음으로 좋다고, 행복하다고 하는 일이니까 지금까지 한 번도 터치가 없으셨다"라며 "요즘은 원래 술을 못하시는데 술에 살짝 취하셔서 전화를 하시더니 '아들이 잘 됐다고 난리인데 아빠가 거하게 냈다. 술을 안 살 수가 있나'라고 하시는데 이를 들으며 기분은 좋은데 울컥하고 올라오더라. 두살 터울의 남동생도 운동을 하는 애라 무뚝뚝하고 먼저 전화오는 게 손에 꼽을 정도인데 연락을 하더니 '내 친구가 사인 해달래'라고 하더라. 그런 거 보면 귀엽고 기분이 좋더라. 무엇보다 형으로서 뿌듯하고 스스로도 대견하더라"고 말하는 소박한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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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20살 초반 반짝 활동했던 모델경력 외엔 내로라 할 것이 없음에도 가능성만 보고 자신을 믿고 3년째 한솥밥을 먹고 있다는 기획사 대표와 식구들도 정말 좋아해줬다며 기뻐했다. 예능으로 이름을 알리고 초고속 수순을 밟을 수 있는 '꼼수'가 있음에도 그는 "소속사에서도 '우린 배우 회사다. 연기를 하고 싶으면 함께 하자'라고 하셨었다. 물론 '무한도전' '런닝맨' '삼시세끼'처럼 좋아하는 예능에는 나가보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성격상 재밌을 것 같지도 않고 예능보단 연기가 좋다"라는 소신을 밝혔다.

또한 그는 고1 땐 111kg에 달하는 거구였단다. 어릴적 보약을 잘못 먹고 식욕이 돌아 살이 찌기 시작했다는 그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싫고 무서워 자존감이 낮아졌고 결국 수능이 끝난 후 자신감을 찾기 위해 혹독한 다이어트에 나섰다고 했다. 첫사랑의 열병도 짝사랑으로 이맘 때쯤.

이어 20살 때 시작한 모델일도 자신감이 부족하고 내성적인 성격에 위축돼 있었다고. 그러다 공연 무대에 오르고 싶어 고깃집, 호프집, 백화점 주차장, 막노동 등 다양한 알바를 하며 버티다 '본격적으로 연기하려면 군대를 다녀오는 게 어떠냐'라는 아버지 말에 이미 군대까지 마친 군필자였다. 이후 연극 공연과 뮤지컬이 하고 싶어 대학 전공을 했지만 방송에 먼저 빠지게 됐다고. 그럼에도 아직 해보지 못한 공연 무대에 대한 열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위치가 더욱 안정되고 나면 공연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팬들에게 애교많고 상냥한 그의 태도와 말투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실제론 애교가 없다. 친한 친구들이랑 술 취해서 가끔 장난으로 하긴 하는데, 날 좋아해주시고 만나러 와주시는 분들한테까지 무게잡고 겉멋들인 모습으로 보이고 싶지 않더라. 장난을 치기 시작했는데 편하게 받아주셔서 고마웠다"라고 했다.

이어 기재명이라는 아프고 상처 투성이인 캐릭터를 많이 동정하고 안쓰럽게 여겨주셔서 감사하다는 그는 "정말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을 느껴서, 다음 작품에서 실망감을 드릴까 겁이 나고 무섭다"라며 "최선을 다하겠다. 그래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따끔하게 채찍질하고 혼내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떠나지 말고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노력하는 배우로 비춰지고 싶다는 그에게서 진정성이 엿보였고 이는 그를 더욱 성장할 수 있게 하는 밑거름이나 다름없었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권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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