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뷰] ‘그 후’ 사랑, 그 찌질하고 덧없음에 대해
2017. 07.06(목) 10:38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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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장수정] 홍상수 감독의 신작 영화 ‘그 후’가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불륜 커플을 둘러싼 다양한 반응을 통해 관계와 시간에 대한 시각을 드러냈다.

6일 개봉된 ‘그 후’(감독 홍상수·제작 영화제작전원사)는 아름(김민희)이 출판사 사장 봉완(권해효)의 헤어진 여자의 자리에 출근을 하며 벌어지는 오해와 소동을 담은 영화다.

영화는 봉완과 아내 해주(조윤희)와의 대화로 시작한다. 아내는 남편의 달라진 점을 포착하고 “여자 생겼지?”라는 질문을 던진다. 남편은 말도 안 된다는 듯 웃으며 상황을 피하려 한다. 영화는 이들의 대화를 꽤 긴 시간 거리를 두고 포착하며 특별한 대사 없이도 불안하고 미묘한 공기를 담아내 현실감을 더한다.

영화의 내러티브 자체는 간단하다. 봉완은 아내의 질문을 피해 자신의 출판사로 출근을 하고 헤어진 여자의 자리에서 일을 하게 된 아름(김민희)를 만난다. 그러나 봉완의 처가 회사로 찾아오고, 아름을 헤어진 여자로 오해하며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그리고 영화는 이를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술을 앞에 둔 남녀의 대화로 이끌어나간다. 이 과정에서 출판사 사장이자 잘 나가는 문학 평론가인 봉완은 찌질하고 위선적인 남성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첫 출근한 아름의 앞에서 알은체를 하면서도 아름이 던진 “왜 사냐”는 질문과 논쟁 앞에서 아름에게 밀리자 “너 똑똑하다”는 칭찬으로 위신을 세우려 한다. 그는 아름을 자신의 불륜 상대로 오해한 아내의 앞에서도 어쩔 줄 몰라 하는 우유부단함을 보이는 것은 물론, 일을 그만두는 아름을 붙잡았다가도 과거 연인 창숙(김새벽)이 돌아오자 아름을 하루만에 해고하는 황당함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영화는 봉완의 위선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데 주저함이 없다. 봉완과 창숙이 속삭이는 그들만의 뜨거운 사랑은 홍상수 감독 특유의 거리두기 기법 안에서 둘만의 로맨스로 전락하게 되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뒤섞인 시간의 제시는 봉완의 흔들리는 마음을 드러내는 수단이 된다.

제 3자인 아름의 등장은 새로운 시각과 재미를 더한다. 아름이라는 인물로 인해 야기되는 소동은 영화가 봉완과 창숙의 사랑을 중심으로 놓고 있되, 불륜이라는 소재 자체에 대한 깊이를 약화시키고 사건을 둘러싼 소동극을 부각시킨다. 여기에 하나님과 세상에 대한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는 아름이라는 인물은 봉완이 가진 위선적인 면모를 더욱 도드라지게 하고 불륜에 대한 비판자의 역할을 한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중 내러티브가 가장 친절하고 명확하게 제시된 이번 영화는 결말 또한 명료하다. 이는 사랑 또는 불륜에 대한 홍상수의 시각이 담긴 영화 말미, 불륜 오해 소동 이후를 다룬 시퀀스에서 솔직하게 드러난다. 시간이 흐른 후 아름은 출판사를 다시 찾아가지만 봉완은 그를 보고도 과거의 일을 떠올리지 못한다. 뜨거웠던 그날의 소동이 봉완에게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일이 된 것.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은 시간이 지난 후 돌이켜보면 서로에게 다른 기억이 될 수도, 덧없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홍상수 감독은 ‘현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순간의 순수함과 충실함을 강조한다. 시간이 흐른 후 봉완을 찾은 아름은 현재가 된 불륜 ‘그 후’만을 확인하고 돌아선다. 그리고 쌓인 눈에 발자국을 남기며 현재를 걸어나간다.

[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그 후’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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