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그녀', 주원·오연서가 아까운 한물 간 유행 [종영기획]
2017. 07.19(수) 08:56
엽기적인 그녀 포스터
엽기적인 그녀 포스터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엽기적인 그녀'가 배우 주원과 오연서의 행복한 결말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너무 뻔한 결말과 맥락 없는 전개가 뒷맛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SBS 월화드라마 '엽기적인 그녀'(극본 윤효제·연출 오진석)가 18일 밤 방송된 32회(마지막 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견우(주원)는 모든 흑막과 역모의 배후 정기준(정웅인)을 죽였고, 휘종(손창민) 역시 잔당을 소탕하며 폐비 한씨(이계화)와 추성대군(김민준)의 억울함을 풀어줬다. 또한 혜명공주(오연서)는 견우와 오해를 풀고 청나라 유학까지 마친 뒤 청혼해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모든 갈등이 풀린 '엽기적인 그녀'였지만, 이는 표면적인 줄거리일 뿐이었다. 실상 '엽기적인 그녀'는 방송 내내 맥락 없는 전개와 너무 뻔한 이야기로 아쉬움을 남겼다.

당초 '엽기적인 그녀'는 2001년 개봉한 동명의 한국 영화를 원작으로 삼았다. 영화는 여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운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공전의 흥행을 기록하며 '엽기'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엽기적인 그녀'는 2017년에도 흥행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과 동시에 원작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끌어안은 채 제작됐다.

방송 결과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는 16년 묵은 '엽기'의 맛을 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10년도 훨씬 지난 신드롬은 더 이상 유행도 되지 못했다. 과거의 '엽기'는 이제 그저 그런 코미디의 일환이 된 지 오래였다.

무엇보다 드라마는 영화의 왈가닥 여주인공 콘셉트를 차용했을 뿐 원작과 본질적으로 다른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가 남녀주인공의 로맨스가 전부인 현대극 로맨틱 코미디였던 반면, 드라마는 남녀주인공이 궁중 암투와 권력 경쟁을 파헤치는 와중에 로맨스도 펼치는 팩션 사극이었다. 영화가 남녀주인공의 통통 튀는 사랑을 다뤘다면 드라마는 궁중 암투에 휩쓸린 공주의 엄마 명예 회복을 다룬 '엄마 찾아 삼만리'였다. 여기에 그저 로맨스를 끼얹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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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줄거리가 이렇게 다를진대 정작 드라마는 원작의 기상천외한 로맨틱 코미디 향수에 집착했다. 혜명공주와 견우가 서로의 마음을 인정하는 것부터 고백에 로맨스를 펼치기까지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 그렇다고 감정의 전개 속도가 빨랐던 것도 아니었다. 궁중 암투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악역과 극 중 과거사를 설명하는 분량이 길어졌고 그 과정에서 혜명공주와 견우의 뻔한 사랑이 시간만 걸릴 뿐 더디게 흘러간 것이다.

마치 이야기의 뼈대는 궁중 암투이나 살은 로맨스로 붙인 모양새였다. 이로 인해 드라마는 궁중 암투도 속 시원히 해결하지 못했고, 로맨스도 막연히 행복한 결말만 보여줬을 뿐 세밀한 감정선을 풀어내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31, 32회에 이르러서야 혜명공주와 견우가 화해하고 정기준이 죽는 등 행복한 결말을 위한 이야기들이 몰아쳤다.

이 가운데 오연서와 주원은 존재감과 열연으로 드라마의 서사적 결함을 채우려 고군분투했다. 드라마가 궁중 암투와 로맨스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와중에도 배우들의 연기 스위치는 철저하게 '온/오프(on/off)' 됐다. 오연서는 만취한 화려한 배우의 껍질을 깨고 여주인공의 주정, 남주인공을 종처럼 부리는 성별을 뛰어넘는 박력, 모두를 경악하게 만드는 기행을 찰떡 같이 소화하며 코믹과 로맨스를 넘나들었다. 주원 역시 세상 단정한 선비부터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조력자까지 자유자재로 변신했다.

결과적으로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는 닐슨코리아 전국 평균 11%를 넘긴 자체 최고 시청률에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종영했다. 그러나 이 성적이 드라마 자체에 대한 시청자의 지지와 호평의 결과라 보기는 어렵다. '제빵왕 김탁구'부터 '각시탈', '용팔이' 등을 흥행시킨 주원의 입대 전 근황을 볼 수 있는 작품인 데다가 오연서의 화려한 한복과 연기를 볼 수 있던 시청자의 바람이 담긴 여파일 뿐. 여러모로 주원과 오연서가 아까웠던 '엽기적인 그녀'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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