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뷰] '공범자들'에 더 격렬하게 저항하고 싶다
2017. 08.17(목) 08:33
공범자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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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잔악하고 파렴치한 정권과, 이 부당한 권력에 충성하며 사익을 취한 '공범자들'. 그들의 폭압적 행위에 무너지지 않으려 격렬하게 싸우는 저항자들이 있다. 그들의 10년의 전쟁을 그린 영화 '공범자들'이다.

8월 17일 개봉된 영화 '공범자들'(감독 최승호·제작 뉴스타파)은 KBS, MBC 등 공영방송을 망친 주범들과 그들과 손잡은 공범자들이 지난 10년간 어떻게 대중을 속여왔는지 그 실체를 파헤치는 작품이다. 지난해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을 다룬 '자백'으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MBC 해직 언론인 최승호 감독의 신작이다.

'공범자들'은 탐사저널리즘 형식으로 공격의 대상을 향한 의문과 추적의 궤를 따른다. 지난 10년 동안 언론은 철저하게 망가졌다. 언론을 망가뜨리고 나라까지 망친 '공범자들'이 있는데, 그 누구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공범자들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치는 최승호 감독이다. 오프닝부터 북 콘서트를 한가로이 즐기는 언론 부역자들의 모습과, 그들에 취재를 막힌 뒤 돌아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잘들 산다, 잘들 살아"라며 기가 차 읊조리는 최승호 감독의 씁쓸한 표정이 인상 깊다.

이어 언론 장악 첫 희생양이었던 정연주 전 KBS 사장이 등장해 과거를 회상한다. 그는 故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검찰총장과 KBS에 절대 전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제게 말했었단다. 언론을 권력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렇다고 언론에 고개를 숙이고 비굴하게 굴복하지 않겠노라 당당히 외쳤던 故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킨 약속이었다. 이후 봉하마을에 내려가 "대통령님은 약속을 지키셨습니다"라고 말했었단 비화를 털어놓는 그다. 그만큼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시대였지만, 어느 순간 역행을 맞았다. 영화는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왜'라는 육하원칙을 따르며 이 언론을 어떤 세력이 장악했는지 모조리 그려낸다. 첫 번째 챕터 '점령' 편의 시작이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보도로 MB 정부가 큰 타격을 입은 뒤 여론이 크게 들썩이자 KBS는 정권의 언론 장악 첫 타깃이 됐다. 감사원, 검찰, 국세청이 동원된 것은 물론 경찰 호송차가 여의도 사옥을 둘러싸고 포위했다. 신경민 전 앵커의 표현대로라면 "폭력범을 진압하듯" 순식간에 아수라판이 된 KBS의 모습은 과거로의 회귀나 다름없다. 이어 4대강 실체를 고발한 MBC에도 검찰의 표적 수사가 시작됐고 엄기영 전 MBC 사장을 비롯한 직원들에 인격적 모욕과 비난이 가해졌다. "역사에 남을 거다. 부끄럽게 생각하라"는 그들의 외침에도 아랑곳 않는 경영진들의 뻔뻔한 행위는 단지 시작일 뿐이다.

'뉴스데스크' 신경민 전 앵커는 "제가 지닌 원칙은 자유, 민주, 힘에 대한 견제, 약자 배려, 그리고 안전이었다. 하지만 힘은 언론의 비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 답답하고 암울했다"는 클로징 멘트를 끝으로 경질됐다. 이후 조금이라도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과 방송인들은 "정치색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좌천되고 쫓겨났다. 권력에 길들여지고, 권력의 입맛에 맞게 재단된 공영방송은 조작과 은폐, 날조가 판치는 권력의 홍보 기지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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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챕터 '반격'은 이 같은 폭압적 언론 탄압에 맞서는 언론인들의 모습을 조명한다. 그 반격의 시작은 2009년 5월 23일, 故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로 여론의 울분이 폭발하는 지점과 맞닿아 있다. 영구차를 쫓는 KBS 차량에 탑승했던 한 기자는 "국민들이 KBS 차를 보고 촛불을 던지기 시작했다"며 그만큼 추락한 언론으로 전락한 자신들의 모습에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끈질긴 탄압과 모욕적 처사에 맞섰고, 싸늘한 대중의 외면에도 "국민만이 주인이다"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라며 진심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무너진 조직을 지키기 위한 '저항자들'의 투쟁과 신념이 애달프다. 그럼에도 언론노동자의 당위이자 의무로서 그 신념을 꺾지 않는 이들이다.

세 번째 챕터 '기레기'는 개탄스럽기 짝이 없는 현실을 고발한다. 이명박 정권이 기반을 닦은 언론지형을 그대로 향유한 박근혜 정권까지. 저항자들의 지난한 투쟁에는 참담한 말로가 남았을 뿐이다. 그 절망적 세태를 보여주는 가장 극명한 예가 바로 지난 2014년 전 국민을 비탄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다. 저항자들은 이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지만, 결국 패배해 정부가 불러주는 대로 말하는 '앵무새 언론'이란 수치의 상징이 됐다. "권력의 독버섯이 피어나도 침묵했다. 최순실 개뼉다귀 몇 개 더 먹으려 외면했다. 국정농단 사건은 나라의 기본적 틀을 농단하고 파괴했던 사건이지만, 우리는 진실을 밝히려는 검찰 수사 방해하고 사건 본질 흐리려 했다. 우린 공범이고 협력자다"라는 저항자들의 절규와 자책, 그 허망함은 관객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승호 감독이 집요하게 추궁해보지만 수많은 공범자들은 한결같이 책임회피에 급급할 뿐이다. 감독은 언론 파괴의 주범으로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났고 그를 향해 "언론이 질문 못하게 하면 나라가 망한다. 책임을 느끼시냐"고 외쳐보지만 돌아오는 건 무관심과 냉대다. 현재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공범자들은 언론을 지배하고 있다. 결국 영화는 지난 10년의 투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고 있다. 공범자들은 어느 때고 언론을 통제할 수 있고, 이는 국민의 알 권리와 진실한 정보를 자유롭게 습득할 권리를 빼앗는 민주주의 붕괴나 다름없음을 말하고자 하는 영화다.

극 말미 현재 암투병 중인 이용마 기자가 "싸움의 의미는 기록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우린 암흑의 시대 침묵하지 않았다. 10년의 청춘과 인생이 다 날라갔지만, 어쩔 수 없는 희생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 기간에 우린 침묵하지 않았다"라고 정의하는 말은, 그렇기에 관객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된다. 10년의 세월 동안 버티고 견디며 극도로 피폐해졌을지언정, 결코 꺾이지 않는 신념으로 언론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투쟁했던 저항자들은 비단 언론인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말하고 있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공범자들' 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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