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뷰] '나의 엔젤', 서로의 결핍이 자아낸 환상동화
2017. 10.12(목) 12:48
나의 엔젤
나의 엔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여기에 외로운 소년과 소녀가 있다. 소년은 투명한 몸을 타고 태어나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인물이며, 소녀는 보이지 않는 눈 탓에 항상 외톨이다. 이들의 결핍된 요소는 서로를 더욱 강하게 연결하며 아름다운 로맨스의 기틀이 된다.

12일 개봉하는 '나의 엔젤'(감독 해리 클레븐)은 앞이 보이지 않는 소녀 마들렌(한나 부드로, 마야 도리, 플레르 제프리어)와 몸이 투명한 소년의 운명적 사랑을 그린 판타지 로맨스다.

소년은 마술사인 아버지가 사라지는 마술을 공연하던 도중 실종된 후 투명인간으로 태어나 엄마 루이스(엘레나 로웬슨) 곁에서 성장한다. '나의 엔젤'이라는 루이스의 애정 가득한 애칭을 이름으로 삼은 소년은 우울증으로 인해 병원에 머물던 엄마의 병실에서 함께 생활하며 세상을 배우지만, 이러한 아들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엄마가 유일하다.

이처럼 필연적으로 외톨이일 수밖에 없는 소년의 인생에 이웃집에 이사 온 소녀 마들렌이 찾아온다. 창밖으로 소녀를 훔쳐보던 소년은 용기를 내 소녀에게 다가가고, 앞을 보지 못하는 마들렌은 소년을 평범한 한 사람처럼 대한다. 처음으로 타인에게 존재를 인정받은 소년은 마들렌과 깊은 우정을 쌓으며 함께 성장하고, 우정은 사랑으로 변화해 더욱 깊은 감정을 자아낸다. 하지만 마들렌이 눈을 고치는 수술을 받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시각'이라는 새로운 장애물이 생기고, 소년은 소녀의 인생에서 자신이 사라져야 할 때가 왔음을 직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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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다수의 장면을 소녀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한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등을 통해 투명인간을 연출해 본 경험을 쌓은 제작진이 구현해 낸 투명인간의 흔적은 소년의 존재에 현실감을 더한다. 지나친 CG 없이도 체중을 받아 구겨지는 침대 시트, 살결을 매만지는 소년의 손을 따라 압력을 받는 피부, 빗 속에서 물방울을 반사하는 소년의 신체, 커튼 사이로 드러난 인체의 실루엣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효과적으로 묘사했다.

또한 마들렌의 유년기, 청소년기, 성인이 된 모습을 각각 연기한 배우 한나 부드로, 마야 도리, 플레르 제프리어가 보이지 않는 상대와의 연기를 섬세한 감정과 팬터마임이 곁들여진 모노드라마로 표현해 냈다. 플라토닉한 아이의 사랑부터 육체적으로 서로를 갈구하는 어른의 사랑까지, 세월이 쌓일수록 깊어지는 두 연인의 감정은 동화 속 이야기처럼 아름답고도 황홀하다.

또한 해리 클레븐 감독은 소년의 존재를 느끼는 소녀의 코와 귀, 손을 클로즈업하며 스크린 너머에서 미지의 존재를 느끼는 소녀의 감각을 전달한다. 시각이 제한된 대신 소녀가 미각, 후각, 촉각, 청각을 이용해 느낀 것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소년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는 식이다. 시각과 청각만이 허용되는 스크린을 통해 이를 접한 관객이 상상력에 의존해 '나의 엔젤'의 따뜻한 숨결을 그려보는 일은 낯설면서도 새로운 재미를 자아낸다.

영화는 8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오로지 소년 소녀의 사랑에만 포커스를 맞춘 채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다소 평이하고 흔한 전개가 이어지지만, 오히려 하나의 메시지에만 집중한 채 아름다운 영상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어 몰입감과 여운을 더한다. 눈에 보이지 것에 구애받지 않고 상대의 마음을 느끼며 사랑하는 것, 가장 간단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사랑의 명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나의 엔젤'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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