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공감] '사랑의 온도' 2R, 떨어진 시청자 온도 높이려면
2017. 10.24(화) 08:48
사랑의 온도 4인 포스터 조보아 양세종 서현진 김재욱(왼쪽부터)
사랑의 온도 4인 포스터 조보아 양세종 서현진 김재욱(왼쪽부터)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사랑의 온도'가 미묘하게 시청자와 다른 온도 차이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섬세한 감정선의 정통 멜로로 시청자의 설렘을 자극했던 초반 전개를 뒤로하고 시류를 반영하지 못한 캐릭터 설정과 대사들도 시청자들을 차갑게 만들었다.

SBS 월화드라마 '사랑의 온도'(극본 하명희·연출 남건)는 최근 큰 시청률 변동을 겪고 있다. 14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11.2%(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평균, 동일 기준)을 기록했던 반면, 17회에서는 6.8%를 기록하는 등 4%P 이상의 시청률 변동을 보인 것이다. 자연스레 월화극 시청률 1위 타이틀도 KBS2 월화드라마 '마녀의 법정'(극본 정도윤·연출 김영균)에 내줬다.

물론 '사랑의 온도'가 화제성 지표로 활용되는 2049 시청률에서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나, 이 같은 시청률 낙폭은 예사롭지 않다. 더욱이 '사랑의 온도'가 23일 밤을 기점으로 예정된 40부작에서 절반인 20회까지 방송을 마친 상황. 남은 절반에서 절대 반복해서는 안 될 시청률 하락 요인을 살펴봤다.

◆ 앞에선 웃고 뒤에선 이간질, 고리타분한 악녀

'사랑의 온도'에는 총 네 명의 주연 캐릭터가 등장한다. 바로 여자 주인공 이현수(서현진)와 그의 연인 온정선(양세종) 그리고 이현수를 짝사랑하는 박정우(김재욱)와 온정선을 짝사랑하는 지홍아(조보아)다. 이현수와 온정선은 드라마 안에서 5년 전 과거와 5년 후 현재를 넘나들며 서로를 향한 진심 어린 사랑과 애정, 떨어졌던 시간에 대한 후회 아픈 가정사에 대한 연민 등을 주고받으며 섬세한 감정을 보여줬다.

문제는 남녀 주인공이 아닌 소위 '악녀'로 인식된 지홍아다. 지홍아가 감정에 솔직한 매력을 잃고 짝사랑에만 집중한 나머지 극 안에서 이현수와 온정선의 사랑을 방해한 훼방꾼으로 전락했기 때문. 지홍아는 온정선 앞에서 이현수가 박정우와 결혼할 것처럼 거짓말하고, 이현수 앞에서는 온정선이 유학 생활로 인해 사생활이 문란하다 험담하는가 하면 박정우 앞에서는 이현수의 작품을 '마이너'에 망한 작품이라 깎아내렸다. 그러면서도 이현수 옆에 있으려 선물 공세를 퍼붓고 친근한 척 다가가 표리부동의 대명사로 남았다.

이는 전형적인 과거 드라마나 로맨스 소설에서 억지로 3각 관계를 구성할 때 만들어진 서사 구조다. 다 가진 악녀가 여주인공을 못살게 굴며 그 앞에서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이간질하고 훼방을 놓는 것. 악녀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일말의 통쾌함을 남기지만 그 사이 시청자는 복장이 터질 듯한 답답함과 '사이다'에 대한 갈증을 느끼기 쉽다. 더욱이 최근 시청자는 이야기의 주된 서사를 두고 약간의 갈등 요소도 소위 '고구마'라 비판하며 허용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고리타분한 악녀 캐릭터로 '고구마'를 남발한 '사랑의 온도' 중반 갈등 구조가 시청자를 이탈하게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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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자 귀를 의심케 한 '남자 짓', '여자 짓'

주요 캐릭터들이 나서서 성별에 얽매인 행동을 규정하는 것도 '사랑의 온도' 시청자를 아쉽게 하는 요소다. 사실 '사랑의 온도'는 초반부터 미묘하게 남녀 성별을 구분하는 대사와 표현들로 도마 위에 오를 뻔했다. 온정선과 이현수의 첫 만남에서 이현수가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며 "이현수예요. 남자 이름 같죠"라고 말했던 것. 또한 온정선은 지홍아가 길을 가다 쫓아오는 남성의 훑는 시선에 기분 나빠하자 "그래도 참아. 대부분 사람들 기분 나쁜 거 참으면서 살아"라고 충고했다. 심지어 이는 자못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져 지홍아가 온정선에게 반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3일 밤 방송된 11회와 12회에서는 '여자 짓'이라는 대사가 등장해 참았던 시청자를 들끓게 했다. 극 중 드라마 작가인 이현수가 자신의 작품이 흥행하지 못해 좌절감에 빠졌고, 이를 위로하던 박정우에게 "사실 겁나요"라고 솔직하게 말한 뒤 "이거 여자 짓이야? 그럼 받아줄게"라는 말을 들었던 것. 아니라던 이현수는 뒤이어 자신을 찾아온 온정선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솔직해졌고 그러는 와중에도 "이거 여자 짓이야. 이 상황에서 여자 짓을 한다 내가"라며 감정을 추슬렀다.

도대체 '여자 짓'이 뭐길래 이현수는 그렇게 좌절한 가운데 눈물까지 흘려선 안 된다 자책했던 걸까. 또한 이어진 13회에서는 이현수가 자신을 위로하며 충고하는 박정우를 향해 '남자 짓'이라고 농담을 건네 받아쳤다. 이에 방송 직후 공분한 시청자들은 '사랑의 온도' 게시판을 통해 줄지어 항의글을 남겼다. 실제로 이후 '사랑의 온도' 시청률도 하락세를 보였다. '여성 혐오'가 극심해지며 그에 대한 반감이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된 가운데 성별을 구분하고 특정 이미지를 부여하는 등장인물들의 언행이 불편함을 남긴 여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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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력 대결 넘어 사라진 '공감대'를 찾아서

결국 고리타분한 악녀로 전락한 지홍아나 완고한 성 역할에 집중하는 이현수, 온정선의 모습은 캐릭터에 대한 매력을 반감시키는 것은 물론 각각의 인물에 대한 시청자의 공감대를 무너뜨렸다. 특히 이현수와 지홍아가 매력을 잃어버린 사이 남은 시청자들은 온정선과 박정우 두 캐릭터를 연기하는 양세종과 김재욱의 매력에 심취했고, 드라마는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처럼 두 남자 배우의 매력 대결에 의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사랑의 온도'는 본래 저돌적으로 다가오는 온정선이라는 확실한 사랑을 두고도 작가가 돼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에 부딪혀 외면하고 모른 체 했던 이현수를 향한 시청자의 지지와 공감에 힘입어 2017년 멜로드라마로서 가치를 얻었다. 뒤늦게 온정선이 사랑이었음을 깨닫고 눈물짓는 이현수의 모습은 시청자 가슴 한편에 진한 여운을 남기며 사랑을 포기하는 게 당연하다는 청춘들을 보듬었다. 그 이면에는 피상적인 관계에 길들여진 현대인을 위로하겠다던 하명희 작가의 기획 의도가 담겨 의미를 더했다.

중반까지 지나온 현재, '사랑의 온도'는 가슴 깊은 곳까지 파고드는 감동과 설렘으로 시청자의 온도를 뭉근하게 끌어올렸으나 끓는점을 놓치고 방황하고 있다. 피상성에 찌든 시청자를 위로하기 위해 진심으로 먹먹함을 담아내던 초반의 매력이 그리운 시점이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팬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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