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공감]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질문은 계속돼야 한다
2017. 11.06(월) 09:33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로고 및 스틸 컷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로고 및 스틸 컷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파일럿 방송부터 현존하는 시사 이슈들에 호전적이고 거침없는 질문을 던졌다. 송곳 같은 그 질문의 끝은 정치적 이해 당사자들을 넘어 질문하지 못하는 기존 언론까지 향하고 있었다.

SBS 새 교양 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4, 5일 밤 연속 방송되며 2부작 파일럿 방송을 마쳤다. 프로그램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팟캐스트에서 선보였던 '쫄지 않고 성역 없이' 이슈를 던지는 시사 토크 쇼의 지상파 버전으로 베일을 벗었다. 이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유대균부터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의 인터뷰와 박근혜 전 대통령 5촌 살인 사건 등 정계 미스터리 이슈까지 다양한 시사 이슈를 소개했다.

앞서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편성 소식이 밝혀지자마자 화제를 모았다. 김어준의 다소 거칠고 날 선 이슈 파이팅이 팟캐스트와 라디오를 중심으로 화제를 모은 가운데 지상파 방송에서 어떻게 정제될지, 정제될 경우 김어준이 가진 날 선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 파일럿 방송 결과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김어준 특유의 거침없는 논쟁을 유지하면서도 지상파에 걸맞은 세련된 연출 방식을 유지해 편성부터 불거진 기대에 부응했다.

특히 그 배경에는 배정훈 PD를 중심으로 뭉친 SBS 간판 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 노하우가 있었다. 유병언 전 회장과 장남 유대균 등 세모그룹 오너 일가가 세월호의 소유주이며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진 것에 대한 의혹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5촌 살인 사건을 둘러싼 각종 미스터리,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한 BBK 주가조작 사태 책임론 등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파일럿에서 다뤄진 대부분의 소재들이 앞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한 차례 이상 심도 깊게 다뤄진 바 있었다. 더욱이 이번 프로그램은 김어준과 '그것이 알고 싶다' 배정훈 PD의 만남으로도 시선을 모았던 만큼, 프로그램은 과거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룬 소재들을 연속적으로 그렸다.

자연히 취재 내용은 과거 '그것이 알고 싶다' 혹은 김어준이 팟캐스트나 라디오 방송 등에서 선보인 것보다 보강해서 꾸려졌다. 일례로 박근혜 전 대통령 5촌 살인 사건에 관해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제작진은 과거 확보했으나 공개하지 못한 두바이 제보자의 증언을 크로스 체크해 제대로 선보였다. 이처럼 익히 알려진 사건을 단순 재구성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더하는 취재력이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의 차별화를 이뤄냈다.

무엇보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매 사건, 인터뷰마다 송곳 같은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김어준은 강경화 장관에게 비주류 외교부 장관으로서 체감하는 현재 관료사회의 저항은 어느 정도인지 외교부 혁신은 어느 정도로 이뤄낼 수 있을지부터 차근차근 따져 물으며 '코리아 패싱'에 대한 "예", "아니오"의 명확한 답변을 요구했다. 또한 유대균에게는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끝나지 않는 세월호 실 소유주에 대한 논란을 캐물었다. 기존 언론이 캐묻지 않았으나 누군가는 해야 했던 질문을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수행하는 모양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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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프로그램은 코미디언 강유미를 통해 시청자에게 질문의 필요성과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용기를 각인시켰다. '흑터뷰'에서 리포터로 변신한 강유미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진 한 장과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한 문장을 갖고 BBK 주가조작 사태를 추적해나갔다. 한 명의 코미디언이 고정 출연하겠다는 일념으로 전직 대통령의 집무실과 사저까지 오갈 때까지 더 넓은 인프라와 취재 노하우를 갖춘 언론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느냐고 꼬집었다. 강유미가 파일럿 방송만으로도 일개 예능인이 아닌 취재력을 갖춘 재원으로 변모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기존 언론의 방만함을 돌이켜보게 했다.

결국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인터뷰 대상을 다소 몰아붙여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대답을 이끌어내는 김어준의 방식이나 수년에 걸쳐 제보된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며 취재를 완성하는 '그것이 알고 싶다'의 제작 방식, 그리고 강유미처럼 시사 이슈에 큰 관심이 없을지라도 호기심을 놓지 않는 시민의 끈기가 집대성된 프로그램이었다. 또한 TV 넘어 시청자 개개인에게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거나 혹은 또 다른 사건에 대해서도 적재적소에 필요한 질문을 집요하게 던질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을 심기도 했다.

이는 24시간 뉴스를 생산하면서도 얄팍한 속보성 보도만 일삼는 기성 언론과 차별화된 구성으로 경종을 울렸다. 시청자들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정규 편성을 요청하고 제작진 역시 다음을 기약하고 있는 것은 그 경종이 파일럿 2회 분량으로는 충족되지 않을 정도로 계속해서 유의미하다는 방증이다. 질문에 대한 갈증이 사라질 때까지 기성 언론 권력을 향해 날을 세우는 블랙하우스(Black House)의 '흑화(黑化)'는 계속돼야 한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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