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뷰] '은혼', 이 한심함을 즐겨주세요
2017. 12.12(화) 18:51
영화 은혼
영화 은혼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한심하고 어처구니없는, 홍보 문구 그대로 '우주적 병맛'을 자랑하는 개그가 러닝타임 내내 펼쳐진다. 일본을 휩쓸고 한국에 정식 상륙한 영화 '은혼'이다.

지난 7일 개봉한 '은혼'(감독 후쿠다 유이치)은 신비한 힘을 가진 불멸의 검 홍앵의 행방을 쫓는 긴토키(오구리 슈운), 신파치(스다 마사키), 카구라(하시모토 칸나) 해결사 3인방의 '병맛' 넘치는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2004년 연재를 시작한 소라치 히데아키의 동명 원작 만화를 원작으로 한 실사판 영화로, 화려한 배우진이 촬영 전부터 화제가 된 바 있다.

일본에선 지난 7월 개봉한 영화는 올해 개봉한 실사 영화 중 흥행률 1위를 기록했고, 국내에서는 같은 시기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폐막작으로 미리 소개돼 매진 사례를 빚었다. 지난 14년 동안 연재된 원작 만화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탓이다.

원작 만화 '은혼'은 천인(우주인)과 공존하게 된 에도 막부 말기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룬다. 영화 버전에서는 방대한 원작 에피소드 중에서도 불멸의 검 '홍앵'을 둘러싼 사무라이들의 결투를 택했다.

권력을 장악한 천인의 출연 이후 진검의 사용을 금지하는 '폐도령'이 시행되고, 칼을 권력으로 삼던 사무라이가 몰락하던 시기, 해결사 긴토키와 그의 조수인 사무라이 출신 신파치, 외계인 소녀 카구라 삼총사는 '해결사 사무소'를 운영하며 크고 작은 사건과 맞닥뜨린다. 에도 최고의 장인이 만든 명검 홍앵을 이용해 양이지사(천인과 맞선 사무라이 무리)를 살인하고 다니는 미지의 악당이 등장하고, 해결사 삼인방은 특별 경찰인 신센구미(진선조) 등과 함께 사건을 쫓는다.

'은혼'의 원작 만화는 그야말로 만화적 상상력의 집약체다. 은빛 머리칼을 자랑하는 긴토키부터 반인반수 천인들, 인형탈을 뒤집어쓴 듯한 엘리자베스까지 인물들의 독특한 코스튬을 비롯해 비상식적이고 비현실적인 설정이 난무한다. 이러한 만화적 상상력은 후쿠다 유이치 감독을 만나 시종일관 펼쳐지는 '병맛 개그'로 완성됐다.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들은 놀라운 싱크로율을 자랑하고, 영화 '리얼'의 무술을 맡았던 장재욱 무술감독이 만들어 낸 박진감 넘치는 전투신이 완성도를 더했다.

특히 원작 만화 '은혼'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였던 패러디는 영화 속에서도 끊임없이 등장해 웃음 포인트가 된다. '원피스' '기생수' 등 인기 만화들을 망라하며 저작권 분쟁이 걱정될 정도로 쉴 새 없이 쏟아지고, 그 중에서도 지브리 스튜디오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속 비행선이 대놓고 등장하는 순간은 명장면 중 하나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실사 영화를 향한 우려를 완벽히 씻을만한 완성도다.

이처럼 원작을 훌륭히 스크린으로 옮긴 '은혼'이지만, 이들의 유머 코드가 작품을 처음 접한 일반 관객에게도 받아들여 질지는 미지수다. 대중성을 잡겠다는 이유로 대대적인 각색이 이뤄지는 대신, B급 정서가 묻어나는 작품 본연의 '병맛' 코드를 고스란히 옮기는데 충실한 탓이다. "정말 한심한 영화지만, 그 한심함을 즐겨달라"는 주연 배우 오구리 슈운의 말처럼, 이번 실사화 영화를 시작으로 '은혼'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제작이 확정된 속편을 기다리는 즐거움까지 함께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은혼'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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